[논평] 최저임금에서 복리후생비 제외하고 취업규칙 특례 삭제해야

2018. 6. 4. 10:1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하고 국회는 노사 의견 반영해 재개정하라!


문재인정부에서 최저임금제가 계속 뜨거운 감자이다. 지금까지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논란의 주제였다면 이번에는 최저임금법 개정이 논점이다. 복지국가는 시장임금의 격차가 적을수록 튼튼하다. 이에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의 문제를 우려하며 조속한 재개정을 제안한다.


지난주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었다. 내년부터 상여금은 25% 초과분(월 39만원)과 복리후생비는 7% 초과분(월 11만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되고 이후 단계적으로 늘려 2024년에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법개정에 동의한 여야는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기본급, 직무수당 외에 상여금, 복리후생비가 많아, 상당한 연봉을 받는 경우에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법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개정법처럼 산입 범위를 확대해야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을 작년 수준으로 높여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우리는 한국의 임금체계에서 기본급 비중이 작은 문제를 인식한다. 이로 인해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돼 왔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 역시 정비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은 아무리 그 취지를 이해한다해도 넘지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우리는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이 내용과 절차, 모두에서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한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수용할 수 없는 개악이다. 정기 상여금은 임금 성격을 지니고 이번을 계기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수용가능하다. 반면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의 복리후생비는 고용주에 의해 지급되는 현금일지라도 노동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의 성격을 지닌다. 이를 가계 운영에 사용될 임금으로 간주하고 최저임금에 포함한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는 가혹한 조치이다. 노동존중사회를 주창하는 문재인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둘째, 정부가 표방하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대표의 의사결정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하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 조항’을 신설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이도 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변경하도록 허용한 것은 잘못이다. 취업규칙의 변경에서 노사가 대등하게 의사결정을 한다는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셋째, 지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입법부가 법 개정을 강행한 것도 문제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사용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결정된다. 법개정은 국회의 소관이지만, 최저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산입범위는 이해관계자의 논의를 존중해 담아야 한다. 이번 국회 심의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를 벌이겠다고 요청했음에도 국회가 의결을 강행했다. 물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더라도 노사가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혹 그러하더라도 당사자가 논의하려한다면 테이블을 제공하는 게 맞다. 인내를 가지고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국회 의결의 정당성도 커진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 강행은 국회의 독선적 행위이다.


이에 우리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대통령에게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은 노사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 개정을 강행한 것에 대해 노동자,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당사자가 분노하고 일반 시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라면, 국정운영 책임세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게 바른 자세이다. 정말 사회적 대화로서 국정 현안을 풀어갈 의향이 있다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에서 초래된 갈등을 잘 풀어야 한다.


둘째, 문재인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 청와대는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과연 시민들이 이 의결을 동의하는지, 노동존중사회에 걸맞는 결정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말 문재인대통령은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특례 조항’이 신설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거듭 요청한다. 복리후생비, 특례 적용의 부당함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기 바란다.


셋째, 노사는 원론적 명분을 넘어 실질적인 협의에 나서라. 최저임금은 우리사회 노동자 임금의 최저를 정하는 제도이다. 앞으로 인권, 노동권, 생활권의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우리는 매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복리후생비는 제외하는 방식이라면 합리적인 조정리라 판단한다. 조속히 당사자가 이러한 공감대를 마련하고 국회에 전달하고 국회는 이를 반영해 최저임금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넷째, 정부와 여당, 노사 모두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보완책을 논의해 가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기대이익이 감소한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를 검토하고,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을 연결해 임금체계를 정비해가야 한다. <끝>



2018년 6월 4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 문서로 내려받기 --> 

논평(내만복)_최저임금법재개정하라2018060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