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최대집 의협의 ‘더 뉴 건강보험’ 플랜에 대하여

2018. 5. 16. 09:33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의협의 ‘민간보험 축소, 건강보험 강화’ 제안 긍정적이나


‘문재인케어 저지’ 주장과 대규모 집회는 명분 없어

국민의료비와 건보 보장률 통계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해야


대한의사협회가 '더 뉴 건강보험(The New NHI)'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했다.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하여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을 축소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확충을 제안했다.


4페이지 분량의 ‘더 뉴 건강보험’ 플랜은 향후 국민건강보험이 가야할 비젼 방향을 밝히지만 아직 구체성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OECD 평균 수준의 의료보장과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는 그간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이다. 우리는 앞으로 민간의료보험 없이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도록 ‘더 뉴 건강보험’ 플랜과 적극 토론할 의향이 있음을 밝힌다.


그런데 의사협회는 여전히 문재인케어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번주 20일에는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문재인케어 저지를 협약했다. 스스로 제안한 플랜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고 있다.


의협의 새로운 건강보험 플랜은 분명히 OECD 평균 수준의 의료보장을 제시했다. 의료보장수준이 높은 나라들은 우리처럼 비급여가 거의 없다. 의료보장을 확대하려면 분명히 지금의 비급여 구조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이 낮은 이유는 과도한 비급여 항목 때문이다. 비급여 혁파 없이 의료보장의 확대는 어렵다.


문재인케어는 비록 부족하지만, 비급여의 개혁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3800여개에 이르는 비급여중 미용·성형과 단순기능 개선 등에 해당하는 비급여는 제외하고 대략 3600여 항목을 급여 혹은 예비급여로 건강보험에 편입한다는 정책이다. 문재인케어야 말로, 의사협회가 제안한 선진국 수준의 의료보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이다. 그런데, 의사협회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반대한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OECD 수준의 의료보장을 하자는 건가?


한편, ‘더 뉴 건강보험’ 플랜은 국민의료비 통계를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다. ‘더 뉴 건강보험’은 의료보장 확대를 위한 방법으로 국민의료비 지출 수준을 OECD 수준(한국 7.7% vs OECD평균 9.0%)으로 높이자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간 21조원(2016년)이 필요한데, 국고지원 누적부족액 지원, 국고지원금 비율 상향, 건강유해요인에 대한 건강부담금 신설 등으로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OECD 수준으로 국민의료비 수준을 높인다고 반드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료비 규모와 공적 건강보험 보장성은 별개의 주제이다. 지금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은 이유는 국민의료비 지출이 다른 나라보다 낮아서가 아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 추이를 보자. 2008년 65%에서 2016년 62.6%로 계속 정체되어 있다. 그런데 국민의료비는 2008년 GDP 5.8%에서 2016년 7.7%로 꾸준히 증가했다. 단순 규모로 따지면 64조원에서 125조원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건강보험 보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국민의료비 지출은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빠른 고령화 때문이다. 아직은 OECD국가에 비해 고령화 수준이 낮기에 국민의료비도 작을 뿐이다. 지금은 12.8%(2015년) 수준이나, 향후 10년 내에 20%(2026년)를 넘고, 2058년에는 40%를 초과할 전망(통계청)이니, 국민의료비는 OECD국가 평균 수준을 넘어설 예정이다.


의료보장의 수준은 국민의료비 지출규모가 아니라, 국민의료비 내에서 공적 지출과 사적 지출의 비중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중 공공 재원의 비중은 56%에 불과하며, OECD 평균인 73%에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의료비에서 공공 재원의 비중이 낮기에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은 것이다. 그래서, 의료보장을 높인다는 것은 현재 수준의 국민의료비에서 공공 재원 비중을 늘리고 사적 재원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즉, 건강보험에서 급여 항목(공공 지출)을 늘리고, 비급여 항목(사적 지출에 해당)은 줄여야 한다.


의료보장수준 혹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공공재원을 얼마나 확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공공 재원은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정부의 국고 지원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재인케어는 5년간 31조원을 확보해서 건강보험보장을 현행 62.6%에서 70%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70%를 넘어 80%를 주창한다. 이를 위해서는 31조의 2배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사회연대적인 건강보험료 인상, 즉 ‘건강보험 하나로’로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두고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 국민과 기업이 동시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법, 정부의 국고지원율과 지원액을 상향하는 방법, 기업의 부담률을 높이는 방법,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하는 방법, 건강유해상품에 건강부담금을 신설하는 방법 등 많다. 선진국 수준으로 의료보장을 높이려는 재원 확충은 불가피하므로, 여러 방안을 논의하면서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민, 의료계가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의사협회에 요청한다. ‘더 뉴 건강보험’ 플랜을 진심으로 목표로 한다면, 지금 문재인케어를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를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문재인케어를 수용하고, 더 나아가 문재인케어 이상으로 의료보장 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끝>




2018년 5월 16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 문서로 내려받기 --> 


보도자료(논평)_의협비판20180516.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