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5년 적자' 삼성바이오를 우량기업으로 만든 편법

2017. 2. 15. 13:3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분석]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상장 의혹의 진실 ①



특검수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은 지난 3일 전격적으로 금융위와 공정위를 압수수색을 했는데, 그 대상에 금융위 자본시장국이 포함되었다. 2015년 유가증권 시장의 상장규정 개정과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에 특혜가 존재했다는 의혹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소환됐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특검수사의 성패, 나아가 대통령 탄핵 결정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상장 의혹은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삼성의 뇌물죄 수사와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상장 의혹의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상장 어려운 기업에 주는 기회, 이미 있었다


2015년 11월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의 상장 규정을 개정한다. 현재의 경영성과 요건이 보수적, 경직적이기 때문에 업종·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고려한 것이었다. 종전에는 '매출+이익' 또는 '시총+매출' 요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했는데, 이러한 조건은 매출액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우량 기업이나 매출액이 크지 않아도 수익성이 높은 우량 기업의 상장을 가로막는 측면이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요건의 융통성을 제고하기 위해 [표1]과 같이 기존의 '시총+매출' 요건은 기준을 완화하고, '시총+이익' 요건과 '시총+자본' 요건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경영성과 요건을 변경한다. 

[표1 : 경영성과 요건 변경 내역]

 상장규정 완화 (자료: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완화 (자료: 한국거래소)
ⓒ 홍순탁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경영성과 요건 변경에는 타당한 측면이 있었다. 업종 특성과 기업의 특수성이 다양화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익 미달 우량 기업과 매출 미달 우량 기업을 위한 규정 개정에는 다분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대형성장 유망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한 '시총+자본' 요건은 여러 측면에서 의문이 드는 개정이었다. 이 요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예로 들면서 성장잠재력은 우수하지만 연구·투자 단계로 재무 실적이 미흡한 기업을 대상 기업으로 설정하고 있었는데, 이와 동일한 정책적인 목적에서 동일한 대상 기업을 위한 상장 방법이 이미 코스닥 시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에는 기술특례상장제도라는 것이 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보유한 기술이 유망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재무제표상 적자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된 이래로 30개 이상의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다. 

업종 특성상 사업 초기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여 재무적인 성과가 좋지 않으나 기술개발이 성공할 경우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바이오 기업들이 주로 이 제도를 이용했다. 이미 코스닥에 동일한 목적의 제도가 있는데도 유가증권 시장에 중복된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안정적 시장에 불확실한 기업 진입? 투자자는 '혼란'

많은 국가는 증권 시장을 '실적이 검증된 회사가 거래되는 시장'과 '실적은 검증되지 않았으나 기술력이 뛰어나고 성장성이 높은 회사가 거래되는 시장'으로 이원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증권 시장이 가장 잘 발달한 미국의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이 대표적이다. 유가증권 시장(코스피)만 운영하다가 나스닥을 모방하여 코스닥 시장을 신설한 한국도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한국의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설립 목적이 상이하며 각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들도 매우 다르다. 유가증권 시장에는 실적이 검증되고 안정된 기업들이 주로 상장되어 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주로 상장되어 있으며,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운영하는 특성상 재무적으로는 흑자를 내는 기업과 적자를 내는 기업이 섞여 있다. 

이는 투자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정보이다. 안정적인 투자대상을 원하는 투자자는 유가증권 시장(코스피)를 주 투자대상으로 삼게 되고, 공격적으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원하는 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을 주 투자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립목적의 차이, 상장된 기업들의 특성 차이 및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시장 특성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가증권 시장에 코스닥 시장에만 존재했던 특수한 성격의 진입방법을 중복해서 열어둘 경우, 투자자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코스닥 시장 투자자는 기술특례상장제도가 예전부터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적자기업이 상당수 섞여 있다는 것을 충분히 유의하여 투자하게 된다. 반면, 그런 기업이 거의 없는 유가증권 시장 투자자는 이 부분을 유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유가증권 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해당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이 거래소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경영성과 요건을 충족했다는 전제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극소수의 기업이 섞여 있을 가능성을 별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의 혼란과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유가증권 시장에 '시총+자본'의 요건의 신설은 매우 부적절한 개정이었다.

상장 후 평가액을 높게 해주는 특혜 없었나

유가증권 시장에 코스닥 시장과 동일한 진입 요건을 신설하는 것은 투자자 혼란을 초래하는 문제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우려도 있다. 두 시장이 규모나 평가액 측면에서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2017년 2월 11일 기준으로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규모와 특성을 비교하면 [표2]와 같다. 시가총액으로 비교할 경우 유가증권 시장이 1343조 원으로 197조 원의 코스닥 시장에 비해 6.8배 더 높아, 두 시장의 시장규모 차이가 상당히 크다. 기업평균 시가총액으로 비교하면 유가증권 시장의 평균 시가총액은 1조 7300억 원이지만, 코스닥 시장의 기업평균 시가총액은 16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표2 :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비교]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비교 (자료 :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2017.2.11. 기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비교 (자료 :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2017.2.11. 기준)
ⓒ 홍순탁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시장 규모 차이 때문에, 코스닥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액(valuation)이 유가증권 시장에 비해 낮다. 즉, 같은 조건의 기업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고 하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평가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된다. 

코스닥으로 상장될 수 있는 기업에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은 상장 후 기업의 평가액을 높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혜 우려가 있다. 즉, 유가증권 시장에 '시총+자본'을 신설한 것은 투자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에는 특혜가 될 수 있는 규정 개정이었던 셈이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이상한 회계처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구조는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CMO)과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하는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사업의 경우 직접 수행하고 있지만, 바이오 시밀러 연구개발 사업은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영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는 바이오젠이라는 미국 바이오 벤처회사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사업초기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업종 특성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두 사업부분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4년까지 양 사업부문을 통해 누적된 결손금은 3000억 원을 상회하고 있었다. 

2015년말 시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분 91.2%를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매우 이례적인 회계 처리를 하게 된다. 그러한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는 어땠을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자료를 확인해 보면, 2015년에 CMO사업은 400억 원 이상,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1600억 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즉, [표3]과 같이 2015년에도 20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 기록했다. 기타 영업외손실까지 포함하여 계산해 보면,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 214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어야 했다. 

[표3 :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의 재구성]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손익계산서 재구성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손익계산서 재구성
ⓒ 홍순탁

관련사진보기


2015년이 2143억 원의 손실이었다면, 2015년 말 기준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어떻게 될까? [표4]와 같이 5년 연속 적자에 누적 결손금이 5000억 원을 상회하는 기업이 된다. 자기자본은 6443억 원인데, 이는 주주가 증자한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 해당한다. 

[표4 : 정상 회계처리 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말 상황]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말 상황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말 상황
ⓒ 홍순탁

관련사진보기


'시총+자본' 요건을 신설하여, 자기자본이 2000억 원을 넘는 기업이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해도, 자기자본 2000억 원 이상은 필요조건일 뿐이었다. 만약, 5년 연속 적자에 누적 결손금이 5000억 원을 상회했다면,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2000억원 이상의 손실기업이 1조9000억원 넘는 이익 발생시킨 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시점의 지분 구성은 85% 대 15%였다. 설립 이후 연구개발 자금을 위해 지속적인 증자를 실시했는데, 바이오젠은 2014년 이후로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2015년 말 기준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율이 91.2%까지 상승하게 된다.

바이오젠은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유리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8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성공을 거둔다면, 자신의 지분율을 49.9%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실패한다면 현재의 지분(8.8% 상당)만 포기하면 되지만, 성공하게 된다면 지분율을 49.9%로 늘릴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말 시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투자 파트너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 권리가 행사되지는 않았지만 공동투자대상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상승하여 그 권리가 행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에 근거한 일련의 논리적인 귀결에 따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매우 복잡하고 회계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상승했다고 판단 → ② 바이오젠의 보유한 권리(콜옵션) 행사가능성 증가했다고 판단 → ③ 바이오젠의 잠재적 의결권 권리가 실질적 권리로 변경되었다고 판단 → ④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사회 구성 변경(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동수로 구성) 가능성 증가 → 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되었다고 판단

주관적인 평가와 판단의 연속이지만 어쨌든 현행 회계기준 상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면, 자회사를 공정가치로 평가하여 장부에 반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논리의 출발점이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상승이었기 때문에, 상승된 가치만큼을 장부에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의 효과를 정상 회계처리와 비교하면 [표5]와 같게 된다. 

[표5 : 지배력 상실 판단에 따른 2015년 실적의 변화]

 정상회계와 편법회계 비교
  정상회계와 편법회계 비교
ⓒ 홍순탁

관련사진보기


지배력 상실에 따라 2조 7000억 원 수준의 이익이 발생하였다. 법인세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2000억 원 이상의 손실기업이 1조 9000억 원을 넘는 이익을 발생시킨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2015년의 이러한 극적인 실적 변화는 2015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상황도 [표6]에서 보듯 180도 변하게 만든다. 즉,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년 연속 적자 기업에서 결손금이 모두 사라진 기업으로 변할 수 있었으며, 누적결손금이 5000억 원 이상인 기업이 아니라 이익잉여금이 1조 6000억 원을 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자기자본은 2조 8000억원에 육박하는 우량 회사가 되어, 상장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표6 : 지배력 상실 판단에 따른 2015년말 상황의 변화]

 정상과 편법의 비교
  정상과 편법의 비교
ⓒ 홍순탁

관련사진보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부적절한 상장요건 완화와 편법 회계 처리의 합작품이다. 특히, 매우 이례적인 회계 처리로 자기자본이 4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과 이러한 변동이 상장심사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이 회계 처리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게 하는 회계 처리가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살펴보기로 한다. 



_ 글 :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 /  편집 : 김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