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숫자를 복잡하게 만들어 국민을 속이지 맙시다

2016. 11. 27. 18:56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합병비율과 합병시너지는 완전히 별개... 황당한 분석, 국민연금공단




_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 (회계사)



국민연금공단의 회의록이 공개되었습니다. 회의록 곳곳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표결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는 설명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즉, 합병비율이 다소 불리해 통합 삼성물산 주식을 덜 받는다고 하더라도 합병 이후 시너지가 이를 상쇄한다는 설명입니다.

1대0.46으로 합병하면 합병시너지가 없어진다?

국민연금공단의 투자위원회 회의록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채준규 리서치팀장) 합병비율이 1:0.35일 때 리서치 산정 1:0.46 기준 합병 이후의 지분율에서 차이가 약 0.44%p 발생함. 이를 상쇄하려면 시너지가 약 2조 원 이상 발생하여야 함. 



부연 설명하면, 실제 합병비율(1대0.35)에서 국민연금공단의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이 약 6.6% 수준인데, 국민연금공단이 내부적으로 본 적정 합병비율(1대0.46)에서는 이보다 지분율이 0.44%p 증가한 7.04%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합병시너지가 2조 원 이상 발생하면 0.44%p 지분율 차이가 상쇄된다는 의미입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합니다.



이 설명을 도식화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합병시너지
  합병시너지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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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전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시가총액 합계는 약 30조 원 정도였습니다. 30조 원의 7.04%도 2.11조 원이지만, 30조 원에 합병시너지 2조 원을 합친 32조 원의 6.60%도 2.11조 원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7.04%가 된 상황도 합병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정한 상황입니다. 1대0.46의 비율로 합병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에 7.04%라는 지분율이 나온 것이지 합병 무산을 가정한 상황이 아닙니다.   

1대0.35로 합병하든 1대0.46으로 합병하든 합병이 성사되면 합병시너지는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가정입니다. 합병시너지로 인해 합병회사가 향후 주가상승을 할 경우 혜택도 동일하게 보게 됩니다. 1대0.46으로 합병되는데, 시가총액이 그대로 30조 원으로 유지된다는 가정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채준규 리서치팀장의 설명은 아래와 같이 바꾸는 것이 타당합니다.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합병시너지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합병시너지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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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2조 원으로 본다면 지분율 0.44%p 차이 때문에 1,400억원의 손실이 나온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입니다. 합병시너지가 커지면 커질수록 6.60%와 7.04% 때문에 발생하는 지분가치 차이도 증가하게 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합병비율과 합병시너지는 별개로 논의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합병시너지는 합병이 부결될 때와 합병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비교할 때 의미있는 논의대상입니다. 합병비율은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결정되는 과정으로, 이 때는 지분율이 높아지도록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통합 삼성물산에 6.60%를 보유하는 것보다는 7.04%를 보유하는 것이 언제나 유리합니다.   

합병비율이 올라가면 제일모직을 고려해도 국민연금공단에 이득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올라갈까요? 합병비율과 지분율과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국민연금공단은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금액으로는 1조 원 씩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분율로 보면 (구)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은 10% 넘었고 제일모직에 대한 지분율은 5%가 안 되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합병기준일에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힌 (구) 삼성물산 11.2%(1조 22백억원), 제일모직 4.8%(1조 18백억원)을 기준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 1 : 합병비율과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



  합병비율과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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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비율이 올라갈수록, 즉 (구)삼성물산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도출될수록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올라갑니다. (구)삼성물산 보유지분만 고려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일모직 지분까지 포함해서 계산한 것인데 지분율이 올라갑니다. 

합병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어떤 합병비율로 결정하든 합병시너지가 동일하게 발생하므로 통합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합리적인 가정에서 보면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올라야 지분가치가 늘어나고 국민의 노후자산도 증가합니다.   

합병비율 조정방안을 검토하지 않은 졸속결정

국민연금공단 회의록과 관련된 어떤 보도에도 국민연금공단이 합병비율 조정을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보도("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 3대 미스터리")로 보면 이재용 부회장을 면담할 때 동석한 국민연금공단 실무자는 기준시가 조정을 통한 합병비율 조정방안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10% 할인 또는 할증을 활용하여 제일모직 기준시가를 10% 할인하고 (구)삼성물산 기준시가를 10% 할증하면 1대0.35의 합병비율을 1대0.42 정도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기준시가 조정방안을 투자위원회 안건으로 공식적으로 상정하여 그 방안을 관철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어야 마땅합니다. 국민의 노후재산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인 수단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결정은 졸속 결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