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송파 세 모녀도 적용 못 받는 '세 모녀법'?

2016. 8. 26. 15:4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맞춤형 기초 생활 보장 1년, 껍데기만 바뀌고 내용은 그대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2015년 7월, 개정 '국민 기초 생활 보장법'이 시행되었다. '맞춤형 개별 급여'라는 별칭을 단 이 제도는 기존 기초 생활 보장 제도와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기존 기초 생활 보장 제도는 '최저 생계비'를 기준으로 생계 급여, 의료 급여, 주거 급여 등 7가지 급여를 통합적으로 운영했지만, 맞춤형 개별 급여에서는 급여별 기준선이 각각 설정된다. 원하는 급여만을 신청할 수 있고 수급 탈락이 전체 급여에서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설계의 장점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75만 명의 신규 수급자가 생길 것이고, 수급자에서 벗어나는 탈수급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이르다. 개별 급여라는 형식은 수용했으나 최저 생계비 인상, 즉 선정 기준과 급여 수준을 현실화하라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맞춤형 기초 생활 보장 제도? 껍데기만 바뀌고 내용은 그대로

기초 생활 보장 제도는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지면을 통해 선정 기준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선정 기준이 크게 완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료 급여와 생계 급여로 설명이 가능하다. 

2015년에 혼자 사는 60세 A씨가 있다고 할 때, A씨의 소득이 61만7000원 이하라면 A씨는 기초 생활 보장 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물론 재산 기준 등 복잡한 기준이 있지만, 무일푼의 A씨라고 가정하자). 그때 A씨가 받을 수 있는 급여는 의료 급여다. 만약 A씨의 소득이 49만9000원 이하라면 현금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현금 급여는 생계 급여와 주거 급여를 합쳐 49만9000원이다. 

2015년 7월이 되어 맞춤형 개별 급여가 시작되었다. A씨는 여전히 의료 급여 수급자이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생계 급여는 43만7000원이다. 주거 급여가 분리되어 최대 19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A 씨의 임대료가 5만 원이라면 A씨는 5만 원만 받는다. A씨의 친구 B씨는 소득이 없지만 집이 있어 수급자가 안 됐다. B씨는 여전히 수급자가 안 된다. 재산 기준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A씨의 친구 C씨는 소득이 70만 원이다. 기초법 개정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까 했지만, 의료 급여 선정 기준은 1만 원 오른 62만4000원, 주거 급여 선정 기준은 67만1000원이다. 개별 급여가 되었다지만 여전히 신청할 수 있는 급여가 없다.



주거 급여 선정 기준을 상향했다지만 상향한 중위 소득 43%는 기존 차상위 계층도 포괄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다(2016년 4인 가구 기준 188만8000원). 교육 급여는 가장 큰 폭으로 선정 기준이 개선(4인 가구 기준 219만5000원)되었고, 부양 의무자 기준도 폐지되었지만, 초등학생에게 1년에 한번 3만9000원, 고등학생에게 1년에 한번 13만1000원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주거 급여는 현금 급여로서 의미가 적어 저소득층 소득 보조 정책이 주된 역할인 기초 생활 보장 제도의 독립된 급여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정리하면, 개정 기초 생활 보장법에서도 중요한 급여의 선정 기준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법의 이름이 '송파 세 모녀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송파 세 모녀는 여전히 기초 생활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사각지대 해소 목표 절반도 달성 못해 

▲ '허5파6' 작가의 네이버 웹툰 <여중생A> 76화 화면 갈무리.


부양 의무자 기준도 마찬가지다. 자녀와 부모, 사위와 며느리까지 약간의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부양 의무자 기준은 다소 완화되었다. 그런데 부양 의무자 기준 완화 소식을 듣고 수급 신청을 하려는 사람들은 열에 아홉 다시 희망을 거둔다. 여전히 기준을 초과하거나, 가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가족 관계 해체를 인정받기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에 신청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편을 핑계로 오히려 후퇴한 변화들이 있다는 점이다. 자활 사업에 참여하던 이들에게 주어지던 자활 소득 공제와 장려금이 폐지되었다. 수급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안정적인 탈 수급을 위해 소득이 최저 생계비 150% 이하일 때 최대 2년까지 보장해주던 의료 급여와 교육 급여 특례도 폐지되었다.

정부의 설명은 제도를 개편했으니 이제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두 정책은 대상과 목표도 다르고 피해자도 분명하다. 꼼꼼하게 나빠진 이런 후퇴들은 법안에서 일어나는 법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논의 대상도 아니다. 대통령령으로 공포해버리거나 지침으로 보건복지부가 통보해버리면 그만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제도의 당사자인 기초 생활 수급자에게 단 한 번도 의사를 묻거나 사전 안내를 하지 않았다. 

빈곤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을 지원하는 것이다. 결국 기초 생활 보장 제도의 핵심은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가'인데, 이번 개정안은 '어떻게 줄 것인가'에서 멈춰버렸다. 그리고 그 변화는 더 복잡해진 형식과 절차만을 남겼다. 실제 변화해야 할 내용은 변화하지 않고 선전만 화려한 복지에 국민은 지칠 만큼 지쳤다.

정부는 맞춤형 제도로 전환해 수급자를 75만 명 늘리겠다고 했건만 1년 동안 35만 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주요 급여인 의료 급여, 생계 급여 수급자 숫자를 보면 11만 명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10년 전 기초 생활 보장 제도 수급자 숫자보다 적다. 그 결과 지난해 주거 급여 예산 2500억 원이 불용됐다. 국민의 복지에 돌아갔어야 할 2600억 원의 불용은 150만 원의 소득으로 50만 원의 반지하방 월세를 내야 했던 송파 세 모녀와 무복지 상태에 내던져진 국민을 생각할 때 심각한 문제다. 

국민기초 생활 보장 제도는 전 인구의 8.6%에 달하는 절대 빈곤층, 14%에 달하는 상대 빈곤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빈곤 정책이자, '빈곤 문제' 라는 사회 현상에 개입하는 제도여야 한다. 빈곤을 해결하는 동시에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히 넓고 튼튼한 안전망을 갖출 때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빈곤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참고] 기초 생활 보장 제도 신청 과정은 더 복잡해졌다.

▲ 2015년 6월까지 적용된 기초 생활 보장 제도 업무 처리 프로세스(기초 생활 보장 제도 사업 안내서). ⓒ보건복지부


▲ 2015년 7월부터 적용된 기초 생활 보장 제도 업무 처리 프로세스(기초 생활 보장 제도 사업 안내서).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