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추경기준 0.5% 증가에 그친 내년 예산안

2015. 9. 8. 14:2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복지분야도 연금증가분 제외하면 제자리


재정개혁의 핵심은 지출 통제보다 세입 확대여야


국회는 사회복지세 도입 등 증세에 본격 나서라





지난 8일 박근혜정부가 2016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확인하고, 우리나라 재정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정부 자신임을 보여주는 예산안이다.



1. 증가율을 부풀리는 이중 잣대: 지출은 애초 예산 기준, 세입은 추경 기준


정부는 내년 정부총지출이 386.7조원으로 올해 375.4조원에 비해 11.3조원, 3.0%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이 주장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3.0% 증가는 미약한 수준인데, 실제는 0.5% 증가에 불과하다. 올해 7월 국회에서 엄연히 추경예산이 의결되어 2015년 최종 정부총지출은 375.4조원이 아니라 384.7조원이다. 따라서 내년 예산안 증가율을 엄밀히 계산하면, 최종 추경예산 수치를 기준으로 해야 하고 이 경우 내년 정부총지출 증가액은 2.0조원, 증가율은 0.5%이다. 이것이 내년 예산안의 실체이고 정부는 이를 정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이번 예산안 자료에는 추경예산 수치를 찾을 수 없다. 정부는 올해 추경예산을 배제해 의도적으로 내년 예산안 증가의 실체를 숨기고 있다(참고로 2014년 예산안에는 2013년 추경예산 수치가 제시돼 있었으나 2016년 예산안 자료에는 2015년 추경예산 수치가 사라짐).


그런데 정부의 증감 계산 방식은 세입예산안에선 추경 기준으로 바뀐다. 2015년 세입예산은 애초 221.7조원이었는데 올해 7월 추경예산에서 215.7조원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지출 예산안 계산방식에 따르면 내년 세입예산안 223.1조원은 올해 애초 세입 221.7조원 대비 고작 1.4조원 증가한다. 하지만 정부는 세입예산안 증감을 계산할 때는 추경 세입예산 215.7조원을 기준으로 삼아 내년 세입이 7.4조원 늘고 증가율이 3.4%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왜 지출은 애초 예산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세입은 추경예산을 기준으로 계산하는가? 내년 지출 증가가 초라하니 이를 부풀리려는 것이고, 세입 확대에선 추경예산 기준을 적용해 세입 증가를 크게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2. 지출 통제에만 급급한 정부 재정정책


0.5% 증가, 이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질 가격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내년에 정부총지출이 감소한다는 의미이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 재정이 기본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2015년 우리나라 재정규모는 GDP 32.1%로 OECD 국가 평균 40.9%, 유로지역(15개국) 평균 48.5%에 턱없이 부족하다(OECD 2015년 6월 발표 수치). 고령화, 복지수요 확대 등으로 재정 증가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정부는 고작 0.5% 증가, 물가 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는 예산안을 제출한 것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한다. 이명박정부 후반기에 10조원대 이르던 재정적자가 박근혜정부들어 2013년 23.4조원, 2014년 25.5조원, 2015년 46.5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정책의 기조는 지출 통제다. 내년 정부총지출 증가율이 0.5%에 그친 이유이다. 심지어 이후에도 “총지출 증가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방안 등 재정준칙 도입”도 검토하겠단다. 과연 이 대책이 적절한가? 지금 우리나라 재정규모가 GDP 40~50%에 이르는 선진국이 아니다. 영양식을 제공해야할 어린이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꼴이다.



3. 복지분야, 연금 자연증가분 감안하면 절대액 제자리


정부의 지출 통제는 복지 분야 지출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복지 분야 규모는 GDP 10.4%로 OECD 평균 21.6%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요인을 통제해도 OECD 평균의 2/3 수준에 머문다(최근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의하면 2012년 기준 64.7%).


내년 중앙정부 복지분야 지출은 122.9조원이다. 여기서도 정부는 올해 추경예산을 배제하고 작년 국회에서 통과한 복지분야 지출 115.7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내년 복지분야가 7.2조원, 6.2%도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올해 추경 복지분야예산 120.4조원을 기준으로 재계산하면 증가액은 2.5조원, 증가율은 2.1%에 그친다.


2010년 이후 복지 민심이 등장하면서 중앙정부 복지분야 지출은 2011~2015년 평균 7.6% 증가해 왔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도 내년 증가율이 2.1%로 급감한다. 내년 복지분야 실질 증가액 2.5조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년 공적연금 지출 자연증가분이 3조원이므로 다른 복지 분야 지출은 사실상 절대액 감소이다.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등 일부 복지 증가를 감안하면 오히려 예산이 주는 복지 사업들도 존재할 것이다.



4. 재정개혁의 핵심은 세입 확대여야


물론 재정적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올해 적자가 46.5조원으로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잘못된 진단에서 출발하기에 해법이 될 수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재정적자가 커지는 근본 원인은 지출보단 세입에 있다.


2013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GDP 17.9%로 OECD 평균 24.7%(2012년)에 비해 6.8% 포인트 부족하다. 올해 GDP 1500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세금 수입만 약 100조원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명박정부에서 감세가 진행되었고 박근혜정부에서도 실질적인 ‘증세 없는’ 국정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왜 박근혜정부는 그토록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세입 확대 요구에 귀를 막는가?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은 연평균 1조원의 세수 증가에 그치는 밋밋한 방안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이리 한가로운 세법개정안을 낼 형편이 아니다. 노무현정부로부터 조세부담률 GDP 19.6%(2007)를 이어받은 이명박정부는 이를 18.7%(2012년)로 떨어뜨렸고, 박근혜정부는 임기 첫해 바로 17.9%로 더 낮췄으며, 이번에 제출한 2015~2019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2019년에 17.8%으로 더 하향시킬 계획이다. 박근혜정부는 끝내 ‘증세 없는’ 국정 운영을 고집하며 나라 재정을 파탄낼 것인가?


박근혜정부에게 요구한다. 근래 보육, 기초연금에서 복지가 늘었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 재정 압박, 줬다뺏는 기초연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특히 기초생활보장, 장애인복지 등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는 정체되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충분치 않아 서민들은 병원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고, 취약한 공공주거 복지로 인해 국민 절반이 전세, 월세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복지 수요는 빠른 고령화, 사회 양극화 등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책임있는 국정운영자라면 당연히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세입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5. 국회는 증세, 복지 확대에 나서라

박근혜정부의 2015년 예산안에서 무능과 무책임을 다시 확인한다. 시민과 국회가 이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 갈 것이다. 국회는 시민들의 열망을 모아 증세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 법인세, 소득세 강화를 논의하고, 재정지출 불신을 우회할 수 있는 사회복지세 도입도 적극 검토하라. 그리고 복지 확대의 길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기초연금 줬다뺏기’ 중단,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서민용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 복지민심이 바라는 민생 예산을 짜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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