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5. 11:00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정말 언제까지 방치할지 궁금할 정도였다. 국회 공적연금 강화 기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홍역을 치른 후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라는 사회적 의제를 이끌어냈다. 빠른 고령화와 노인 빈곤에 직면한 우리나라에서 모처럼 박수받을 일이었다. 국회 본회의에서 특위 구성이 결의된 게 지난 5월29일, 활동 시한은 10월31일까지 약 5개월이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연금 전반을 논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그런데도 지난 두 달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그제 3일에야 여야가 특위위원을 확정했으니 열릴 수가 없었다. 이제 석 달 남았다. 한 번 25일간 연장한다 해도 길어야 4개월이다.
애초 우려되었던 일이다. 새누리당에 공적연금 강화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여야가 합의한 이후에도 청와대는 딴지를 걸었고, 새누리당 역시 이후 논의하자는 것일 뿐이라며 합의를 폄하했다. 이어진 메르스 사태와 유승민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갈등도 특위 가동을 미루는 그럴듯한 구실이 되었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응이 의아했다. 새누리당의 소극성은 익히 예상되었던 터다. 국회 기구를 무력화하려는 여당의 속뜻이 뻔히 드러나는데도 이에 맞서지 않고 지켜볼 뿐이었다. 특위 구성이 의결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야당 몫 특위위원을 발표한 것이 대응의 전부이고, 또 한 달간 놀라운 인내를 가지고 여당의 특위위원 선정을 기다려주었다. 공적연금 강화라는 대단한 의제를 이끌어냈다고 자화자찬하던 정당이 진짜 맞나 싶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0여년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연금정치는 최악의 수준이다. 노선은 없고 여야 진영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국민연금을 줄여야 한다는 이회창 후보를 향해 ‘용돈연금 만들 거냐’며 반격했다. 이날을 계기로 용돈연금이라는 단어가 생겼고 상대 후보는 궁지에 몰렸지만, 그는 취임하고 반년 만에 국민연금을 낮추는 법개정안을 내놓았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현재 가격 40만원에 해당하는 강한 기초연금을 주창했고,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임기 중 20만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기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빨랐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재원이 많이 소요된다며 인상안을 없던 일로 해버렸고 기초노령연금을 계속 10만원으로 묶었다. 다시 대통령 선거가 오자 박근혜 후보는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을 약속했다. 역시 인수위원회에서 바로 수정되었다. 상위 30%와 최하위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사실상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연금과 연계해 금액이 깎이고 물가와 연동해 인상폭이 낮아지는 상처투성이 기초연금으로 귀결되었다. 지금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적연금 강화를 요구한다. 국민연금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 노무현 정부에서 단행된 국민연금 인하를 되돌리자고 한다. 도대체 국민들이 따라갈 수 없는, 야당이거나 선거 때가 되면 공적연금 강화를 주창하고, 여당이 되면 거꾸로 가는 요지경 연금정치이다.
남은 3~4개월, 여야는 어떤 연금정치를 펼칠까? 곧 정기국회, 국정감사이고 내년 총선도 다가온다. 지난 두 달보다야 낫겠지만 여당의 ‘방치’와 야당의 ‘방관’이 재현될까 걱정이다. 시민, 언론의 관심과 압박이 필요하다. 개점휴업에 빠지지 않도록 각 정당에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요구해야 한다.
새누리당에게. 어느 당보다 노인 표에 의지하는 정당이다. 노인 절반이 빈곤한 대한민국이 불편하지 않은가? 노인복지에서 진정성을 얻으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체율 50%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에만 머물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라도 40만 기초생활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드리고, 낮은 물가와 연동해 기초연금 인상폭을 억제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게. 국민연금 대체율을 50%로 올리자고 주창하면서 보험료는 1%포인트만 인상하면 된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깎은 일부를 원상회복하자는 취지인데, 그러면 미래 세대 부담은 괜찮은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국민연금 밖에 있는 현재 빈곤 노인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정의당에게. 노인 빈곤 해소에 가장 위력적이고 세대간 재정이 형평한 공적연금이 기초연금임을 인정한다면, 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이번 연금정치의 최종 승부처는 결국 내후년 대선이다. 특위에 한 명만 참가하는 작은 정당이지만, 긴 호흡의 노선을 가진 연금정치를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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