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2. 19:30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기고]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팀장
정부가 스스로 백지화시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재추진할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이다.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 보도된 기사로 판단하자면 지난해 정부 기획단이 준비했던 개편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마디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조금 경감시켜주고, 극히 상위 일부 계층(1.3%)에게만 건보료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다. 정부가 밝힌 부과체계 개편방안은 미흡하지만, 그 방향은 분명 올바르다. 이런 관점에서 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의 의미와 정부의 부과체계 개편안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나는 건강보험료 부과방식을 '모든 소득'을 기준으로 단일화하자는 방안을 적극 지지하고 주장해왔다.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범위를 '임금'소득 외의 금융(이자 배당), 사업, 연금, 기타 소득으로 확대하는 한편, 재산, 자동차, 성, 연령 등에 부과해왔던 방식은 폐지하자는 것이다. '소득'기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혁은 2000년 국민건강보험제도 통합을 시행한 이래 최대의 개혁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대만, 일본 등도 이미 소득 기반 건보체제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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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한 사공진 부위원장이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 연합뉴스 |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먼저, 건강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인다. 능력비례 부담의 원칙을 강화시킨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에 이원화 되어 있었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근로소득에 기반해 부과된다. 하지만 소득(금융, 사업, 연금, 기타)에는 부과되지 않아 오로지 근로소득만 있는 대부분 근로소득자의 불만을 샀다. 게다가 현행 근로소득에 기반한 건강보험료 부과방식은 광범위한 무임승차자를 양산하고 있다. 직장가입자의 15%, 피부양자의 13% 정도가 근로외 종합소득을 갖고 있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의 불평등은 매우 심각하다.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무관하게 재산,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기에 그렇다. 소득이 전혀 없이 월세 거주자였던 송파세모녀의 건보료가 5만 원이었다는 것이 이 문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직장가입자가 퇴직하게 되면 소득이 사라지는 데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소득 외에도 재산, 자동차에 높은 건보료가 부과되어 오히려 건보료가 2배로 인상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있다.
지역가입자에게 가장 가혹한 부과요소가 재산인데, 겨우 5000만 원의 재산이 있더라도 건보료가 4만7000원이 부과되며, 1억 재산엔 7만7000원, 3억 재산엔 12만 원의 건보료가 부과된다. 반면 30억 이상의 재산엔 26만 원이 상한으로 책정되어 있어, 그 역진성이 매우 심각하다. 현행 재산요소는 부자가 아닌 서민에게 과중한 건보료 부담을 지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소득을 기준으로 단일화된 방식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능력비례 부담이라는 원칙을 더욱 강화하게 되어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대폭 제고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겠다.
둘째,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의 부과체계 개편은 건강보험의 재원조달방식을 보수(임금소득) 기반에서 소득(준조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기 수백 개로 쪼개진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이 2000년 전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되어 모든 국민이 같은 건강보험의 보장을 받고 있지만, 보험료 부과방식은 과거 방식이 여전히 고수되고 있다. 수백 개의 개별조합에서는 보수 중심의 보험료 방식이 타당하였지만, 전 국민을 포괄하는 통합방식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건보료 부과의 불형평성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불형평성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리 사회는 임금소득의 양극화뿐 아니라, 자산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특히 자산이 있으면 자산소득(이자, 배당 소득, 임대소득, 양도소득, 상속 증여소득 등)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대체로 불로소득이다. 이들 소득에는 제대로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어,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미 사회보험방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도 보험료 부과를 보수가 아닌 소득을 기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대만, 일본 등은 이미 보수 기반이 아니라 소득 기반으로 건강보험의 재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새롭게 건보료를 부과하려는 소득 대상(종합소득, 양도소득, 상속 증여소득)에도 건보료를 부과하는 추세다.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방식은 건강보험제도의 준조세 성격을 강화한다.
프랑스의 경우 1998년 노동자의 건강보험료 부담률을 5.5%에서 0.75%로 대폭 낮추었다. 이는 보험료를 낮춰준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세의 일종인 사회보장분담금(CSG)의 요율(2.4%→.5%)을 대폭 높였기에 그렇다. 사회보장분담금(CSG)은 보수가 아닌 소득에 부과하는 것으로 이를 점차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에 기반을 둔 건강보험료율은 줄인 셈이다. 이로써 프랑스는 건강보험제도 전체 재원의 건강보험료 비중(2012년 48%)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사회보장세인 준조세의 비중(2012년 36.9%)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이 건보료 인상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
셋째, 건보료 부과방식을 소득 중심으로 개편함으로써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및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현행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평균 62%에 불과하다. 국민은 국민건강보험만으론 의료불안을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민간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에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현재 민간의료보험 가입가구당 월평균 34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한국의료패널 2012년). 사보험료 부담으로 등골이 휠 지경이다. 직장가입자의 월 평균 건강보험료가 9만5000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건강보험료보다 민간의료보험료 부담이 매우 크다. 만일 대부분의 병원비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민간의료보험의 지출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확대하기 위한 재원을 추가로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략 현재 건강보험료의 30% 정도만을 추가로 부담하면 사실상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병원비 본인 부담 연간 100만 원 상한제, 간병서비스 급여화, 입원보장률 90% 등을 포함한 건강보험 보장률이 평균 80% 정도로 높아진다.
물론 건강보험 재원확충에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아직 그렇게 높진 않다. 현재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 동의율은 대략 40~50% 정도다. 아직 많은 국민이 머뭇거리고 있다.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직장가입자에게는 임금소득에만 기반을 둬서, 지역가입자에겐 재산, 자동차에도 건보료를 부과하는 현행 부과체계가 유지되는 한, 국민이 건강보험료 인상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긴 쉽지 않다. 만일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로 개편된다면 보장성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동의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근로 외 종합소득 기준 높고, 소득 범위는 좁고
이렇듯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은 우리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양적, 질적 도약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 올해 초 수년간 논의해 왔던 건보료 부과체계를 갑자기 백지화 한 것이 그 이유다.
비록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여 다시금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 개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안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이라기보다는 현행 부과체계를 수선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정부 안이 가진 한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건보료를 부과하려는 근로 외 종합소득기준을 연 2000만 원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 기준선은 너무 높다. 연 2000만 원의 근로소득자가 연간 60만 원(근로소득의 약 3%)의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특히 종합소득은 이자, 배당, 임대, 연금소득인데, 연 2000만 원이라면 금융자산이 6~7억 원 이상 소유자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극히 일부다. 직장가입자 1400만 명 중 26만 명(1.9%), 피부양자 2000만 명 중 19만 명(0.9%)만이 해당한다. 직장가입자의 15%와 피부양자의 13%가 종합소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일부의 상위계층만이 해당한다. 언급하는 종합소득기준은 실제로는 '종합과세'소득으로 보인다. 즉 분리과세되는 소득은 제외된다.
따라서 실제로는 근로 외 소득이 2000만 원 이상이더라도 건보료 부과 대상이 되지 않은 사례들이 존재하게 된다. 예로, 금융소득 1500만 원, 임대소득 1500만 원으로 총 3000만 원의 근로 외 소득이 존재하지만, 2천만 원 이하의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은 분리과세소득이기에 종합과세소득으로 합산되지 않는다. 종합소득기준은 종합과세소득이 아닌 합산한 소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근로 외 소득 기준인 2000만 원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을 원칙으로 한다면, 기획단이 제시된 것 중 연 336만 원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둘째,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범위를 종합소득으로만 한정한 것도 문제이다. 소득에는 종합소득 외에도 양도소득, 퇴직소득, 상속증여소득이 존재한다. 애초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설계하였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들 소득에도 모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기획단 논의에서 이들 소득이 배제되었다. 소득보다는 재산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양도소득은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인한 보유 이익'이며, 상속 증여소득은 '부의 무상이전으로 발생한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소득을 배제한 이유를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에서도 자산소득과 상속증여 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혹은 사회보장세)를 부과하는 사례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주장이 외려 궁색해 보인다.
소득 중심 부과체제에선 재산기준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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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지난 2015년 2월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개편 관련 당정 현안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셋째, 지역가입자의 부과기준 개선도 미흡하다. 정부는 지역가입자의 부과요소 중 성·나이와 자동차 기준은 폐지하되 재산 기준은 남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재산 기준에 대해서는 1100만 원을 공제해 주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1100만 원이 제시된 이유는 지역가입자 660만 세대의 중위 재산 기준이 1100만 원이기에 그렇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큰 이유 중 하나가 재산요소로 보험료에서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7% 정도로 절반에 이르는 상황에서 1100만 원의 공제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혁을 온전히 추진한다면 재산 기준은 완전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재산 기준은 폐지 방향을 분명히 하되 더 상향해야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 기획단도 재산 기준을 3억 원을 기준으로 공제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넷째,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배려가 필요하다. 매우 미흡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부과체계 개편만으로도 지역가입자의 상당수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히 일부인 가장 가난한 지역가입자에게는 혜택이 없다. 여기에는 지역가입자의 하위 15%로 이들은 1만6000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이들은 소득, 재산, 자동차가 모두 전혀 없는 1, 2인 노인 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건강보험료의 최저보험료 설정으로 이들 저소득층이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정부가 이들의 건강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제도상 이들 빈곤층은 의료급여 제도가 포괄해야 하나, 당장 어려운 조건이라 하더라도 건강보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 안은 재정 중립의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부과체계 개편으로 3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는데,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무임승차 방지, 보험재정 중립 원칙이다. 여기서 재정중립원칙이란 부과체계 개편으로 인해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건강보험료율의 인상으로 이어져 대부분의 근로소득만을 가진 가입자의 불만을 가져온다.
결국, 부과체계 개편은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줄여주는 것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감소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근로 외 소득을 가진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의 부담은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의 증가요인이 된다. 둘은 서로 상쇄해야지, 어느 한쪽이 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제대로 안 하려고 해
일반적으로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을 온전히 시행하게 되면, 건강보험료 수입이 더 늘어나게 된다. 애초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하게 되면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이 줄어들 것(5.8%→5.5%)으로 추정한 이유다. 보험료 수입 감소 측면보다 증가 측면이 더욱 크기에 재정 중립의 원칙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안은 오히려 재정 중립이 반대 방향으로 훼손될 수 있다. 근로 외 종합소득기준을 2000만 원으로 설정하게 되면, 추가로 확보되는 보험료는 1조 원이 채 안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자동차, 성·연령폐지, 재산 1100만 원 공제하게 되면 대략 2조 원 정도다. 수입증가 요인보다 감소요인이 더 큰 셈이다.
이는 결국 기존 가입자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 있어, 심각한 갈등을 새로이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이라 하긴 어렵지만,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궁금하다. 만일 재정중립원칙이 크게 훼손되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미흡한 정부 안조차 비판에 직면할 것이며 그조차 좌초될 위험성이 있다.
지금까지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의미와 그 연장선에서 정부가 제시한 안을 살펴보았다.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우리 건강보험제도가 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현 정부는 이 개편을 온전히 추진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그 속성상 부자에게 불리하고 서민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는 점만 언급한다.
따라서 정부 안이 소득 중심의 원칙에서 후퇴하고, 미흡한 방안일지언정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 할 수는 없다. 비판의 초점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안 하려 하는 것이어야 한다. 적어도 지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그렇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더욱 강하게 소득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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