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새누리당이 효도 정당?…카네이션 줬다 뺏는 당!

2015. 5. 11. 23:06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1년, 정부는 뭐하나?



이상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무국장





지난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들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흐뭇해 하는 날이다. 그런데 만약 드렸던 카네이션을 다시 뺏는다면 부모님 기분이 어떠실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효도 정당'을 자임하는 새누리당에 의해서다. 40만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노인들에게 줬던 기초연금을 다음 달 생계비에서 다시 빼앗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얘기다. 

만약 카네이션을 줬다가 뺏는다면… 

가난한 노인들에게 이번 어버이날은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날이었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노인들과 복지단체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풍자한 '줬다 뺏는 카네이션'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호원을 대동한 박근혜 대통령이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들께 카네이션 화환을 드렸는데 어르신들이 기뻐하며 리본을 한 꺼풀 벗겨 보니 거기에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과 '불효의 날'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에 어르신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화환을 버리고 '어버이날'을 그 자리에서 '불효의 날'로 선포하는 퍼포먼스다. 현재 어르신들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얼마나 분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받은 어버이날 카네이션이 사실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란 걸 알고 화를 내는 노인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이 행사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 당사자인 김 모 노인은 "선거 때는 모두 준다고 했다가 우리만 안 주고 있다"며 황당해 했다. 심지어 "형편이 더 나은 노인들은 주면서 가난한 노인들만 안 주는 게 자신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해했다.  

박근혜 후보, 모든 어르신에게 20만 원 준다고 약속했건만… 

노인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기초연금 공약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 원씩' 주겠다는 굳은 약속이었다. 많은 노인이 공약을 철썩같이 믿고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박근혜 후보는 노인들의 큰 기대 속에 대통령이 되었고 지난해 7월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거리 곳곳에 현수막을 달아 기초연금을 드린 '효도 정당'이라며 대대적으로 자랑했다. 





▲ 지난해 8월 기초연금을 지급하면서 새누리당이 게시한 '효도 정당' 현수막 아래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풍자한 '불효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그런데 정작 가난한 노인들이 이 제도에서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형편이 더 나은 소득 하위 70%까지 해당하는 노인들이 매달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받고 있지만, 이 중에서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은 제외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인들에게 지급한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간주하고 다음 달 생계비에서 그만큼을 삭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은 기초연금 도입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다. 다른 노인들처럼 기쁜 어버이날을 맞을 수 없었던 이유다.  

어느새 1년째 접어든 '줬다 뺏는 기초연금'  

매달 가장 가난한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줬다가 다음 달 다시 빼앗은 지 올여름이면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등 20개 단체가 모인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연대'가 지난해 이맘때부터 끈질기게 이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모든 노인의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기초연금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는 오명까지 얻었지만, 정부는 아직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해 가을 추석을 맞아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개선하겠다"고 답변하고, 최근 이완구 총리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 답변에서 "보완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어떠한 소식도 없다.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제3조)에서 '기초연금을 소득 인정액 계산에서 제외한다'고 한 줄만 삽입하면 되는 일인데도 말이다.  

박근혜 정부, 어버이날 기념 자격 없다 

어버이날은 1910년경 미국에서 한 여성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교회에서 흰 카네이션을 교인들에게 나누어 준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는 1956년 '어머니 날'로 지정한 게 시초로 1973년 '어버이날'로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카네이션의 꽃말은 '사랑, 감사, 존경'으로 어버이의 은혜를 감사하며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맨손으로 일궈 온 노인들에게 진정으로 감사와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카네이션을 드리고 싶거든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게 효도 정부와 효도 정당을 자임하는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이 어버이날을 제대로 기념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