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사회복지사, 세월호 가족을 만나다

2015. 5. 6. 10:4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세월호 가족과 304명 사회복지사 간담회 열어

 

_ 신철민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운영위원

 

 

 

지난 4월 10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세월호 가족을 걱정하는 사회복지사 300여 명이 모였다. 이 모임이 처음 논의된 것은 3월 중순이다. 당시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이하 세밧사)' 회원 몇 명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 거리 서명 캠페인을 마치고 월드컵경기장 공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세월호 1주기가 되어가는 데 정리되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럴 때 사회복지사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이 질문에 한 사회복지사가 "가족들은 국민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잊히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러면 우리가 세월호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면 어떨까?" 해서 구상된 것이 "세월호 가족과 304명 사회복지사 간담회"다.

사회복지사, 세월호 가족을 만나다 

간담회는 가족들이 준비한 영상을 본 후 세월호 가족 발언, 질의응답, 사회복지사들이 준비한 노래와 합창, 주최한 세밧사 이명묵 대표의 마무리 인사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번 간담회는 세밧사 회원과 안산온마음센터 지역사회팀 사회복지사들이 세월호 가족들과 연계하고 소통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날 세월호 가족 고영희(최진혁 군) 어머님이 증언을 시작하면서 훌쩍이는 애통함이 번지기 시작했고, 김현동(김다영 양) 아버님은 차분하게 우리 사회 구조적 민낯을 지적하면서 저항할 것을 주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았던 박승현 사회복지사는 "주변 사회복지사들을 볼 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심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거의 무관심하거나 정부와 세월호 가족 모두를 비판하거나 한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월호 가족분들의 목소리를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참석한 김재중 사회복지사는 "세월호 가족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어 좋았다. 힘내시라고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어 좋았다. 뭔가 힘을 보태는 작업을 함께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명묵 세밧사 대표는 간담회 정리 발언으로 "부모를 여인 아이를 고아라 하고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를 과부라 한다. 아내를 잃고 혼자 지내는 사내를 홀아비라 한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부모를 표현하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여기 모인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해가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한 사회복지사들도 시종일관 세월호 가족의 말씀을 경청하고 가족들과 아픔을 공감하면서 세월호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 마음들이 이후 사회회복지사들의 발걸음을 '기네스행동 거대한 촛불과 전국 집중 범국민대회', '청와대 인간띠 잇기'가 진행되는 시청광장으로 나가게 했다. 

세월호 문제를 현장에서 지켜오고 있는 정지선(안산온마음센터) 사회복지사는 "세밧사의 가족 간담회부터 여기저기서 보여주신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동참, 안산과 광화문에서 함께해주신 모습들을 보며 사회복지사로서 무척이나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사회복지 현장 속 우리의 모습은… 

사회복지 현장에는 복지 제도 확대, 복지 사각지대 존재, 서비스의 세분화와 전문화, 서비스 중복, 지역사회 의미 부재 등 다수의 문제들이 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 법인에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시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복지시설이 미래 비전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위탁 운영 이해관계로 지역사회 문제에 개입하기 주저한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좌절하는 사회복지사들도 있다. 지역복지관에 갇혀 서비스 제공에 국한되거나 지역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사회복지사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영역으로 나오려는 예비 사회복지사들에게 희망과 열정을 제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복지사가 변하고 있다 

다행히 근래 사회복지사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가까이 내가 속한 기관의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사회 문제의 깊숙한 곳까지 함께 연대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공부모임이 활성화되고 이를 토대로 공동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치발전소에서 주최한 '사회복지사를 위한 정치특강'에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들의 모임'으로 발전한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세밧사,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복지단체들의 마중물 역할도 한 몫하고 있다. 지속적인 학습과 연대로 사회복지관련 의제를 만들고 실천하는 일련의 움직임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모습은…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진정한 복지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단순히 복지시설의 서비스 전달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노인과 청소년 자살, 비정규직 노동자, 빈부격차, 병원비 문제(건강보험)와 노후 문제(국민연금) 등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것이 사회복지사가 할 일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회복지사가 많아지고 더 많은 활동을 꿈꾸는 모임이 늘어나는 것, 여기에서 나는 복지국가의 희망을 본다.  

정의, 인권, 평등, 연대, 민주주의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꿈꾸면서 이 땅에 사민주의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복지 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복지사 선서문을 다시 읽는다 

사회복지사 선서문에서는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인권 옹호자', '사회정의 실현자', '공익 수호자'로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 간담회에 이은 시청광장에서 임복희 사회복지사는 광장의 시민들 앞에서 '사회복지사 선서문'을 낭독했고 시민들 속의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소리 높여 외쳤다.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선서문대로 복지 현장에서 활동하고 사회 변화를 만들어 가길 기대해본다.

  

<사회복지사 선서문>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가족·집단·조직·지역사회·전체사회와 함께 한다.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

나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준수함으로써,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로 헌신한다. 

나는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명예를 걸고 이를 엄숙하게 선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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