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노인에게 월 33만 원 주고 '사회공헌 일자리' 자랑?

2014. 12. 22. 17:01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11년째 월 20만 원인 노인일자리 사업이 너무해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너무 힘에 부쳐."


김신자 할머니(가명·75세) 눈에는 눈물이 그렁하다. 김 할머니는 주민자치센터에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이하 수급자) 신청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월세 10만 원짜리 단칸방에 혼자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남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을 마치 죄 짓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성격으로 벌써 수급자가 되어야 했지만, 신청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폐지도 줍고 봉투 부치는 일을 하면서 생활했다. 그런 김 할머니가 결국 더는 생활을 꾸려갈 수 없다며 수급자 신청을 한 것이다. 무엇이 그리도 김 할머니를 힘들게 했을까?

2004년부터 20만 원에 묶여 있는 노인일자리 급여 

"10년 동안 물가도 오르고, 임금도 올랐지만 노인들 일자리 급여만 안 올랐어.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갈 일은 더 많아지고 지출은 느는데 힘드네."  

김 할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2004년에 노인빈곤을 막아보고자 도입된 노인일자리 사업. 해마다 물가도 오르고, 최저임금도 인상되었지만, 노인일자리 급여만큼은 변동이 없다. 처음 월 20만 원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20만 원이다. 

이 때문일까? 지난 9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노인빈곤율이 무려 48.1%이다. 노인 두 명 중 한명이 빈곤에 처해 있다. 2006년에서 2013년 사이에 전체 국민 빈곤율은 14.3%에서 14.6%로 소폭 증가했으나 노인빈곤율은 42.8%에서 48.1%로 더 많이 늘었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노년유니온이 조합원 중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 2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전화 설문조사를 했다. "2015년도 노인일자리 사업에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라는 설문이었다. 그 결과 90%인 180명이 급여를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것과 1년에 9개월만 일하게 돼 있는 것을 12개월로 늘렸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전화 설문에 참여했던 백인국(69·남)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 돈 없다고 하는데 50만 원, 60만 원을 요구할 순 없고 그저 10만 원만 오르면 좀 낫겠다 싶은 거지." 

현재에 만족한다고 답한 어르신도 20명으로 10%에 달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더 가슴 아프다. 이인자 할머니(가명·73세)는 "65세가 넘으면 나이가 많다고 써 주질 않아. 이것저것 해 달라 했다가 미운털이 박혀 이마저도 못하게 하면 어쩌려고. 무조건 만족한다고 하는 게 처세술이야"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해서 월급을 받고, 월급으로 생활을 꾸려간다. 어르신들만은 예외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삶을 꾸려가기 어렵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목적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공급하여 소득 창출 및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소득 창출이 아닌 고작 용돈 창출 아닐까? 



▲ 일자리를 구하는 어르신. ⓒ연합뉴스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을 회피하는 이유 

다시 김 할머니 이야기로 돌아가자. 남편을 병으로 자식을 사고로 잃고 혼자 사는 김 할머니는 노인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부탁했다. 

"20만 원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서, 폐지 줍고, 봉투 부치는 일을 해야 돼.  그래서 말인데 지금 하는 것 보다 좀 더 수월한 일자리로 바꿔주면 안 돼?"  

"할머니 사정 딱한 건 알겠는데요. 들어 드릴 순 없어요. 다른 어르신들이 나도 저 일로 바꿔줘 하거든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왜, 특정한 노인만 편애하냐고 하면서 항의하거든요." 

사회복지사의 단호한 대답에 할머니는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자기 입장만 생각한 것 같아서다.

노인일자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월 20만 원을 받는 사회공헌형 일자리와 시장에서 경쟁해서 얻어지는 성과만큼 가져가는 시장형 일자리다. 흔히 사회공헌형은 소득 보충형이고 시장형은 생계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시장형 일자리는 어르신들의 생계를 보장하지 못한다. 월 60시간 근무해서 받는 돈이 20만 원이 채 안 된다. 그러니 어르신들은 시장형 사업보다 안정적인(?)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선호한다. 사회공헌형 사업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그 중에 보다 편한 일을 찾는다. 건강이 허락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고, 김 할머니처럼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 체력을 아껴야 하는 필요 때문이기도 하다.

노인을 위한 것인가? 기업을 위한 것인가? 

노인 빈곤을 완화하는 장치로서 노인일자리가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보건복지부도 답답할 것이다. 그래서 기업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는데 정작 그 사업이 노인을 위한 것인지, 기업을 위한 것인지 헛갈린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시니어 인턴십 사업이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기간 동안 노인 및 해당 기업에게 필요한 제반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사업이다. 노인에게 현장 중심의 직무 훈련 습득 기회를 제공하여 고용 가능성을 제고시키려는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기업에게는 참여 노인 1인당 최대 3개월 월급여의 50%를 (최대 월 45만 원) 지원하고, 참여 노인에게는 1인당 최대 3개월 월 30만 원을 지급한다. 인턴 종료 후 해당 기업이 6개월 이상 장기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다시 최대 3개월간 월급여의 50%를 지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훼미리마트에 파견하는 사업이다. 보통 기업은 해당 노인에게 최저 임금을 지불하는데 정부에서 노인에게 지급하는 월 30만 원을 급여에 포함해 그 차액만 지급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월 108만 원 중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정부의 기업 지원금 45만 원, 노인 지원금 30만 원을 빼면, 33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므로 사회공헌한다고 자랑한다.

2013년 12월 기준으로 시니어인턴십 사업에 참여한 노인은 3956명이다. 이중 계속 고용계약을 체결한 노인은 1486명으로 37.6%에 불과하다. 계속 고용유지율도 9개월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9개월이 기준인 것은 인턴십 3개월, 인턴 종료 후 6개월이 정부 지원금 여부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1년 이상 고용됐는지는 보건복지부도 모르고 관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훼미리마트 근무했던 이병국(64)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짧게는 3개월, 길면 9개월 근무하면 계약해지를 해요. 1년 이상 일하는 노인은 거의 없어요. 다시 젊은 아르비아트생 데려다 써요."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직능시니어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예를 들면 젊었을 때 건강보험 공단에서 근무했으면 퇴직 후에 그곳에서 최저임금 정도를 받고 안내 일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곳에는 인건비 지원은 하지 않지만 한 개소당 운영비로 최대 8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어떤 곳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대한의사협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지적공사, 한국전력거래소, 한국감정원, 한국조폐공사, 한국예탁결재원, 코레일 직능시니어클럽등이 있다. 얼핏 봐서도 젊은 시절에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1개소가 지정되었다. 기업은 비용절감이 필요하면 비정규직으로 시니어 인력을 쓴다. 굳이 정부가 이런 곳에까지 한 개소 당 8000만 원을 지원 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그 돈을 가난한 노인들에게 긴급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지 아닐까.   

또 이렇게 기업을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기업과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하 산하기관)이 매칭으로 하는 사업으로 고령자기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고령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적합한 직종에서 사업 참여자의 대부분을 고령자로 구성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시설비로 최대 3억 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최근에 산하기관이 CJ택배(이하 CJ)와 2억5000만 원씩 투자하여 종합물류회사를 만들었다. 2000세대 이상의 아파트단지에 집하장소를 만들어서 어르신들이 택배물건을 배달하는 사업이 주 내용이다. 어르신들이 하루에 4~5시간 일하면 많아야 하루에 30건을 배달한다. 1건당 450원을 임금으로 받는다. 계산하면 시간당 2700원이다. 최저임금의 반 정도에 불과한 시급이다. CJ와 산하기관은 건당 350원을 챙긴다.

CJ택배는 집하장 운영비도 노인 1인당 4만 원씩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택배어르신이 10명이면 40만 원이다. 원래 이일은 CJ 젊은 직원이 하던 일을 자르고, 노인 인력으로 대체한 것이다. CJ 입장에서는 노인 인력 쓰는 데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산하기관이 2억5천씩 들여 물류회사도 만들어주고 거점도 만들어주고, 거점운영비도 다 대주니 이거야 말로 거저먹는 사업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를 어르신들 일자리 창출하는 사회공헌형 사업이라고 포장도 되니 얼마나 좋을까? 

대한노인회 기초연금 공약 파기 옹호하더니… 

기초연금 때문에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있다. 재능활용 일자리다. 월10만 원씩 받고 6개월 동안 일한다. 보통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는다. 하위소득 70%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예외다. 그 까닭은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깼다. 이에 노년유니온을 비롯한 복지단체들이 반발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못 받는 상위소득 30%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사업이다. 이 일자리를 위탁받은 곳은 대한노인회다. 대한노인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반발하지 않고 적극 옹호했다. 더불어 정부는 2015년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에 82억 원을 지원한다.



▲ 기초연금이 시행되는 지난 7월 1일을 맞아 노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소문을 올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조선에서 가장 가난한 늙은이들' 명의로 올라온 이 상소문에는 '박근혜 대통령 전하, 극빈 노인의 기초연금을 줬다 뺏겠답니다. 거두어주옵소서'라고 적혀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수급자가 되면 빼앗기는 기초연금 

이제 김 할머니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자. 위에서 살펴본 기업과 연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김 할머니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할머니가 참여할 곳은 없었다. 대부분 60대 초반이거나 65세를 전후해서 취업문이 열리거나 특정단체 소속이어야 했다. 

게다가 김 할머니는 내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위를 부여 받을 것이다. 그러면 더욱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가 없다. 수급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노인일자리 급여가 너무 낮아서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해야 했던 김 할머니. 내년부터 수급자가 되어서는 형편이 나아져야 할 텐데 과연 그러할 수 있을까? 

최근에 논란이 된 기초연금 문제를 보면 김 할머니 형편은 고만고만할 것 같다. 수급자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받지만 같은 금액이 수급비에서 깎이기 때문에 사실상 못 받는 셈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 비판받는 이유이다. 

기초연금이 수급자 어르신들에게 보장이 된다면 김 할머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수급자 어르신에게 줬다 뺏는 기초연금 중단하십시오. 고스톱 판에도 낙장불입이 있습니다. 하물며 나라를 운영하는 게 고스톱 판 만큼도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11년째 20만 원 노인일자리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더 이상 방치말자!

2015년에도 노인일자리 급여는 20만 원으로 동결되었다. 11년째 20만 원이다. 이제는 제발 올려야 한다. 그리고 수급자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 김 할머니 같은 수급자 어르신들이 '너무 힘에 부쳐'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이 분들이 내미는 손을 계속 외면할 것인가?



* 내만복 칼럼은 게재 후에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운영하는 <만복TV>, <만복라디오>에서 필자와 함께 상세히 논의됩니다. (☞ 바로 가기 :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 촉구 http://mywelfare.or.kr/798,  대선 2년, "할 말이 없다" 백지 현수막 내건 복지국가 촛불 http://mywelfare.or.kr/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