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박근혜 대통령님, "장애인도 '타요' 버스" 아세요?

2014. 12. 8. 12:5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함께 소리쳐요, 장애인 권리!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돈을 주고 표를 샀습니다. 버스를 태워주십시오!" 

지난 1일부터 세계장애인의 날인 12월 3일까지 2박 3일 동안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휠체어를 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회원들이 외친 목소리다.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아무리 소리쳐도 고속버스는 장애인들을 태우지 못했고, 태우지 못한 일부 고속버스는 장애인들에게 묶여서 떠나지 못했다. 그것을 언론은 '고속버스 점거 농성'이라 표현했다. 

현장에서 표를 사고도 떠나지 못한 시민들은 "왜 시민들을 괴롭히는 거야, 갈려면 국회나 정부 찾아가야지!" 큰소리치면서 우리들에게 짜증을 냈다. 고속버스 사업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왜 힘없는 우리를 괴롭히느냐?"고 말한다.  

버스를 붙잡아 놓고 있는 동안 회사의 지시를 받은 버스 점검 기술자는 "당신들이 버스를 못타는 것은 나와 관계없는 일이니, 버스를 점검할 수 있도록 버스에서 나와라. 나는 버스를 점검만 하면 된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어두운 밤 중증 장애인들에게 고래 소리치며 윽박질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찰들은 앵무새처럼 집시법 위반이라고 떠들었다. 우리는 계속 들을 사람도 없고,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외롭게 "우리도 돈을 주고 표를 샀습니다. 태워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올해에만 수차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타기를 시도했다. 그때 마다 버스사업주, 버스 이용 승객들, 경찰들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 12월 1일도 '고속버스 타기'하는 날이었다. 이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들이 버스 탈 수 있도록 지원했던 비장애인인 활동가 박승하 씨는 여러 가지 불법 집회 경력을 근거로 구속되었다. 

정부의 무책임과 수많은 시민들의 비난과 욕설 그리고 무관심, 동료의 구속을 무릅쓰고 우리는 조그만 성과를 얻었었다. 국토교통부가 내년 고속버스에 시범적으로 탑승시설을 개조하기 위한 예산 16억 원(1개 버스당 4000만 원, 40대 도입)을 배정하였다. 그러나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최종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어 국회에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다시 국토교통부 상임위원회에서 16억 원이 살아났다. 이제 예산이 반영되나 기대했으나, 그 추운 겨울 고속버스 타기 투쟁이 계속되던 12월 2일 밤 국회에서 통과한 375조4000억 원의 예산에는 결국 포함되지 못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법은 법인데 법이라 못 부르는 마음, '홍길동의 한(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있다. 이 법은 2005년에 제정되었다. 제3조(이동권)는 "교통약자는 (중략)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교통 약자들은 모든 교통수단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버스가 한 대도 없다. 

법에는 권리로 명시하지만 그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법을 과연 법이라 할 수 있는가. 홍길동의 한(恨)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불렀던 그 시대 서자에 대한 차별과 고통이었다. 세계장애인의 날 칼날 같은 추위와 어둠 속에 노숙하여 고속버스를 타려는 장애인들의 한(恨)은 법을 법이라 못 부르는 인간에 대한 차별과 고통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16억 원은 예산이 아니다, 인권이다  

2015년 대한민국 살림살이가 375조 4000억 원에 이른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16억 원이라는 예산이 없어서 그토록 시범 사업조차 반대를 했던가. 기획재정부는 '지방에 갈 때 KTX를 탈 수 있으니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속버스를 개조해 장애인을 태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인식을 그대로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결국 돈 때문에 법에 명시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권리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법은 교통약자들을 위해 사람중심의 교통체계들을 구축하고, 차별 없이 모든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권리로 명시했다. 한국 정부는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장애인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가보고서를 UN장애인위원회에서 심의받았고, 2014년 9월 30일 UN장애인위원회에는 다음과 같이 한국 정부에 권고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본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들이 모든 종류의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행 대중교통 정책에 대하여 검토할 것을 권고한다." 

대한민국 기획재정부에게 묻고 싶다. '장애인권리협약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명시된 모든 종류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는 당신에게 휴지 조각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이 문제에 대하여 듣고 있습니까? 문고리든 어디서든 누군가 한마디라도 해주던가요?' 

국회의원 나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본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킬 때, 장애인들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16억 원의 고속버스 접근시설 시범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추위를 견디며 고속버스를 잡고 노숙하면서 외쳤던 사실을 아시나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함께 소리쳐 주세요  

시민들에게 묻고 싶다. '비록 우리를 만나면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함께 소리쳐 외치지 않으실래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함께 소리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월 21일(일) 오후 3시에 서울시청 본관 8층에서 '함께 소리쳐!' 문화콘서트를 진행합니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광화문 광장 지하도에서 853일을 농성하면서 외치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9명의 장애인이 장애등급과 가난 때문에 불타 죽거나 자살했습니다. 함께 하던 비장애인 활동가 박승하 씨는 구속되었습니다. 외롭지 않게, 포기하지 않게,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 소리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