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복지국가? 재벌은 여전히 웃는다
2012. 9. 2. 19:01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복지국가? 재벌은 여전히 웃는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부, 82조 깎고 5조 증세
조수진 변호사·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
정부에서 2013년에 적용될 '2012년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복지수요 증가, 대외 불확실성 등에 대비하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며 이번 개정안에 세원투명성 제고, 비과세·감면 축소 방안 등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82조원 깎고 고작 5조원 늘리겠다고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이 향후 5년간 약 5조 원(전년도 기준 합산으로는 1.7조 원)에 불과하다. 고작 연평균 1조 원 증세이며, 내년 한해 증가분은 단 1900억 원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부자감세 등으로 초래한 세수감소분이 82조2000억 원이다(국회예산정책처 추계). 이러한 중앙정부의 세수감소는 지방정부의 교부금 축소로 이어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29조 1000억 원의 지방세입을 감소시켰다.
어느 때보다 복지재원마련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첫 구절은 "복지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로 시작한다. 얼핏 보면 증세안인 듯 보인다. 그런데 5년간 82조원의 세금을 깎아놓고 앞으로 5년은 5조 원만을 늘려서 어찌 해보겠다로 엉성하게 끝난다. 속 빈 강정안이다.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지난 잘못된 감세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인세의 최고구간 신설과 사회복지세 도입 등 사회 곳곳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증세 방안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난 4월 총선 약속마저도 져버린 것이다. 총선에서 가장 적은 규모의 복지 공약을 내걸었던 새누리당이 복지재원조달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2013년 세수증가액이 5조 원이고, 향후 5년간 26.5조 원이다. 그런데 고작 1조 원, 5년간 5조 원에 불과하다. 4달 만에 총선 공약마저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세제개편안이 슈퍼부자 증세? 연 5조 원에 그쳐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어떨까.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도 지난 8월 6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법인세 최저한세율 1%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 소폭 강화 등 기획재정부 방안과 비슷하다. 차이점은 부자와 재벌대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증세를 위해 소득세·법인세 증세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주통합당은 과세표준 법인이윤이 500억 원을 초과하는 최고 구간을 신설해 25%의 법인세율을 적용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현행 22% 세율에서 25%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데, 매년 약 3조 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소득세 부문에선 현재 38% 세율이 적용되는 최고과표 기준금액인 '3억 원 초과'를 '1억5000만 원 초과'로 강화했다. 이를 통해 적용대상을 약 3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확대해 연 1조2000억 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법인세, 소득세 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장내파생금융상품 거래세 부과, 대주주 주식양도차익과세 강화 등에서도 연 1조 원 세수가 확보된다. 각 세수 항목을 합산하면, 민주통합당의 세제개편안은 연 5.2조 원 증세안이다. 이 증세 규모를 어떻게 보아야할까? 우리나라 GDP 1300조 원을 기준으로 0.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올해 조세부담률 19.5%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과연 보편복지를 주창하는 정당의 세제개편안인지 의심스럽다.
민주통합당 방안, 법인세 감세 완전 철회에는 부족
민주통합당은 법인세 증세를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를 완전히 철회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과세표준 법인이윤이 200억 원을 넘는 기업에 해당된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이 25% 세율이 적용되는 500억 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을 만들겠다는 개편안이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중단하고 증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계가 존재한다.
과세표준이란 벌어들인 이익에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비용과 소득공제받을 금액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세율을 곱하는 영업이익 부분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 이전인 2007년만 해도 1억 원 미만 과세표준 구간에는 13%의 세율을 곱하고 1억 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에는 25%의 세율을 곱한 뒤 두 금액을 더하여 법인세가 부과되었다. 즉 과세표준 법인이윤이 1억 원이 넘는 기업에는 모두 당시 최고세율 25%가 적용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감세로 인해 현행 법인세법에서는 과세표준 2억 원 이하에는 10%, 2억 원~200억 원 이하에는 20%, 200억 원 초과에는 22%를 적용하고, 이 3구간 금액을 모두 더하여 법인세액이 산정된다. 즉 과세표준이 1억 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모두 세금을 엄청나게 깎아준 것이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정책의 핵심이다. 영업이익이 높아 낼 세금이 많았던 재벌대기업일수록 더 많은 감세 혜택을 보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통합당에서 500억 원 초과 과세표준 기업에 대해서 25% 세율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결국 이명박 정부동안 이루어진 감세 중 1억~ 499억 원의 과세표준 기업에 대한 감세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이다. 단지 500억 원 초과 기업에만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돌아간다.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은 그대로
또한 정부와 민주통합당 모두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정비에 소홀하다. 이대로라면 세율을 원상회복시켜도 뒤에서 법인세는 계속 새어나간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정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도 비과세 정비에 대해 막연히 하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당초 정부는 법인세 증세는 곤란하다며 세율부터 올리기 보다는 비과세 감면 조항부터 정비하여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을 펴왔다. 또한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 조항들을 대폭 정비하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현재 세법에 규정된 전체 비과세·감면제도 항목이 무려 201개에 달하고, 이 중 올해 일몰을 맞아 103개가 종료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가 세제개편안에서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비과세 항목은 19개에 불과하다.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항목 대부분을 다시 연장한다.
특히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보는 법인세 세액공제제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한해 총 세액공제 특혜가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R&D 세액공제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또한 고용투자세액공제의 혜택을 늘려 주기 위해 고용을 줄이더라도 과거처럼 혜택을 0%로 적용하지 않고 고용을 줄인 퍼센트만큼만 깎기로 했다(고용투자세액공제 제도는 과거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투자 촉진 실효성이 없고 대기업이 대부분의 감세혜택을 가져간다는 이유로 폐지되면서 대신 도입된 제도이다).
또한 실효세율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대기업 최저한세율은 정부와 민주통합당 모두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기업의 경우 현행 14%에서 1% 포인트 상향조정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법인세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최저한세 제도를 두어 법인이 공제를 많이 받더라도 적용세율이 일정 이하로는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 세율이 14%에 불과해 너무 낮고, 게다가 일부 공제혜택은 예외 적용으로 최저한세 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에 의하면 2010년 10대 재벌기업과 대기업이 실제로 내는 세금을 세율로 계산한 실효법인세율은 각각 15.1%와 16.5%로 중소기업의 22.0%에 비해 낮다. 특히, 2010년 삼성그룹의 제조업 실효법인세율은 11.7%이고, 삼성전자는 11.9%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무려 16조 2500억 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행 제도를 따르더라도 22%의 세율을 적용받아야 할 대기업들이 낮은 실효세율로 막대한 세금을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재벌대기업의 세금 언제까지 깎아주어야 하나
정부와 민주통합당의 세제개정안은 아직은 '방안'일 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민주통합당의 개편안을 '슈퍼 부자증세'라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체가 없는 평가이다. 국회가 복지민심을 대변하는 국민의 대표기구라면 두 세제개편안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기업 활동을 장려하고 경쟁을 도와주려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세금 깎아주기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까? 1960년대 수출주도 경제정책 아래 정부는 소수의 기업인에게 지원을 집중하였고, 1970년대 정부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 산업육성 정책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재벌은 중화학공업 등 기간산업을 장악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규모 기업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확립할 수 있었다.
정부의 주요한 지원 방법 중 하나가 조세제도를 이용한 지원이었다. 특히 각종 조세감면제도와 지속적인 법인세율 인하로 재벌은 법인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복지국가를 열망한다. 정부는 돈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내야하는데 국민 중 누가 낼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2010년에 우리경제의 국민총소득은 5.5.%만 늘었을 뿐인데 그 기간 기업의 소득은 26.8%나 증가했다. 기업이 5배를 더 벌고 있는 구조이다. 더 버는 쪽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상식에 맞고 공평과세 원칙에 맞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리하게 낮춘 법인세율을 적어도 2007년 수준으로 전면 회복해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는 자신의 이익 창출가능성을 보고 추진하는 일이다. 반도체, 태양광, 핸드폰 산업에 대해 세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삼성이나 현대가 이 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과세표준 구간을 현실 경제에 맞게 조정하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구간 신설도 필요하고,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세액공제 등을 대폭 축소하여 실효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이 적용받아야 할 최저한세율을 적어도 20%까지 끌어올리거나 대기업에 대해서는 아예 조세감면을 배제하는 방법 등 과감한 조치가 요청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곧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올 봄에 우리에게서 표를 가져간 19대 국회의원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기업 특혜의 상징인 법인세를 올바로 개혁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 82조원 깎고 고작 5조원 늘리겠다고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이 향후 5년간 약 5조 원(전년도 기준 합산으로는 1.7조 원)에 불과하다. 고작 연평균 1조 원 증세이며, 내년 한해 증가분은 단 1900억 원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부자감세 등으로 초래한 세수감소분이 82조2000억 원이다(국회예산정책처 추계). 이러한 중앙정부의 세수감소는 지방정부의 교부금 축소로 이어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29조 1000억 원의 지방세입을 감소시켰다.
어느 때보다 복지재원마련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첫 구절은 "복지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로 시작한다. 얼핏 보면 증세안인 듯 보인다. 그런데 5년간 82조원의 세금을 깎아놓고 앞으로 5년은 5조 원만을 늘려서 어찌 해보겠다로 엉성하게 끝난다. 속 빈 강정안이다.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지난 잘못된 감세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인세의 최고구간 신설과 사회복지세 도입 등 사회 곳곳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증세 방안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난 4월 총선 약속마저도 져버린 것이다. 총선에서 가장 적은 규모의 복지 공약을 내걸었던 새누리당이 복지재원조달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2013년 세수증가액이 5조 원이고, 향후 5년간 26.5조 원이다. 그런데 고작 1조 원, 5년간 5조 원에 불과하다. 4달 만에 총선 공약마저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세제개편안이 슈퍼부자 증세? 연 5조 원에 그쳐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어떨까.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도 지난 8월 6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법인세 최저한세율 1%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 소폭 강화 등 기획재정부 방안과 비슷하다. 차이점은 부자와 재벌대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증세를 위해 소득세·법인세 증세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주통합당은 과세표준 법인이윤이 500억 원을 초과하는 최고 구간을 신설해 25%의 법인세율을 적용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현행 22% 세율에서 25%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데, 매년 약 3조 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소득세 부문에선 현재 38% 세율이 적용되는 최고과표 기준금액인 '3억 원 초과'를 '1억5000만 원 초과'로 강화했다. 이를 통해 적용대상을 약 3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확대해 연 1조2000억 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법인세, 소득세 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장내파생금융상품 거래세 부과, 대주주 주식양도차익과세 강화 등에서도 연 1조 원 세수가 확보된다. 각 세수 항목을 합산하면, 민주통합당의 세제개편안은 연 5.2조 원 증세안이다. 이 증세 규모를 어떻게 보아야할까? 우리나라 GDP 1300조 원을 기준으로 0.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올해 조세부담률 19.5%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과연 보편복지를 주창하는 정당의 세제개편안인지 의심스럽다.
▲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가운데)이 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세제개편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홍종학, 오른쪽은 이목희 의원.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방안, 법인세 감세 완전 철회에는 부족
민주통합당은 법인세 증세를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를 완전히 철회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과세표준 법인이윤이 200억 원을 넘는 기업에 해당된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이 25% 세율이 적용되는 500억 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을 만들겠다는 개편안이 대기업에 대한 감세를 중단하고 증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계가 존재한다.
과세표준이란 벌어들인 이익에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비용과 소득공제받을 금액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세율을 곱하는 영업이익 부분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 이전인 2007년만 해도 1억 원 미만 과세표준 구간에는 13%의 세율을 곱하고 1억 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에는 25%의 세율을 곱한 뒤 두 금액을 더하여 법인세가 부과되었다. 즉 과세표준 법인이윤이 1억 원이 넘는 기업에는 모두 당시 최고세율 25%가 적용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감세로 인해 현행 법인세법에서는 과세표준 2억 원 이하에는 10%, 2억 원~200억 원 이하에는 20%, 200억 원 초과에는 22%를 적용하고, 이 3구간 금액을 모두 더하여 법인세액이 산정된다. 즉 과세표준이 1억 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모두 세금을 엄청나게 깎아준 것이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정책의 핵심이다. 영업이익이 높아 낼 세금이 많았던 재벌대기업일수록 더 많은 감세 혜택을 보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통합당에서 500억 원 초과 과세표준 기업에 대해서 25% 세율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결국 이명박 정부동안 이루어진 감세 중 1억~ 499억 원의 과세표준 기업에 대한 감세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이다. 단지 500억 원 초과 기업에만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돌아간다.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은 그대로
또한 정부와 민주통합당 모두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정비에 소홀하다. 이대로라면 세율을 원상회복시켜도 뒤에서 법인세는 계속 새어나간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정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도 비과세 정비에 대해 막연히 하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당초 정부는 법인세 증세는 곤란하다며 세율부터 올리기 보다는 비과세 감면 조항부터 정비하여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을 펴왔다. 또한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 조항들을 대폭 정비하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현재 세법에 규정된 전체 비과세·감면제도 항목이 무려 201개에 달하고, 이 중 올해 일몰을 맞아 103개가 종료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가 세제개편안에서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비과세 항목은 19개에 불과하다.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항목 대부분을 다시 연장한다.
특히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보는 법인세 세액공제제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한해 총 세액공제 특혜가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R&D 세액공제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또한 고용투자세액공제의 혜택을 늘려 주기 위해 고용을 줄이더라도 과거처럼 혜택을 0%로 적용하지 않고 고용을 줄인 퍼센트만큼만 깎기로 했다(고용투자세액공제 제도는 과거 임시투자세액공제가 투자 촉진 실효성이 없고 대기업이 대부분의 감세혜택을 가져간다는 이유로 폐지되면서 대신 도입된 제도이다).
또한 실효세율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대기업 최저한세율은 정부와 민주통합당 모두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기업의 경우 현행 14%에서 1% 포인트 상향조정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 법인세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최저한세 제도를 두어 법인이 공제를 많이 받더라도 적용세율이 일정 이하로는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 세율이 14%에 불과해 너무 낮고, 게다가 일부 공제혜택은 예외 적용으로 최저한세 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에 의하면 2010년 10대 재벌기업과 대기업이 실제로 내는 세금을 세율로 계산한 실효법인세율은 각각 15.1%와 16.5%로 중소기업의 22.0%에 비해 낮다. 특히, 2010년 삼성그룹의 제조업 실효법인세율은 11.7%이고, 삼성전자는 11.9%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무려 16조 2500억 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행 제도를 따르더라도 22%의 세율을 적용받아야 할 대기업들이 낮은 실효세율로 막대한 세금을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재벌대기업의 세금 언제까지 깎아주어야 하나
정부와 민주통합당의 세제개정안은 아직은 '방안'일 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민주통합당의 개편안을 '슈퍼 부자증세'라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체가 없는 평가이다. 국회가 복지민심을 대변하는 국민의 대표기구라면 두 세제개편안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기업 활동을 장려하고 경쟁을 도와주려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세금 깎아주기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까? 1960년대 수출주도 경제정책 아래 정부는 소수의 기업인에게 지원을 집중하였고, 1970년대 정부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 산업육성 정책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재벌은 중화학공업 등 기간산업을 장악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규모 기업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확립할 수 있었다.
정부의 주요한 지원 방법 중 하나가 조세제도를 이용한 지원이었다. 특히 각종 조세감면제도와 지속적인 법인세율 인하로 재벌은 법인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복지국가를 열망한다. 정부는 돈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내야하는데 국민 중 누가 낼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2010년에 우리경제의 국민총소득은 5.5.%만 늘었을 뿐인데 그 기간 기업의 소득은 26.8%나 증가했다. 기업이 5배를 더 벌고 있는 구조이다. 더 버는 쪽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상식에 맞고 공평과세 원칙에 맞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리하게 낮춘 법인세율을 적어도 2007년 수준으로 전면 회복해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는 자신의 이익 창출가능성을 보고 추진하는 일이다. 반도체, 태양광, 핸드폰 산업에 대해 세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삼성이나 현대가 이 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과세표준 구간을 현실 경제에 맞게 조정하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구간 신설도 필요하고,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세액공제 등을 대폭 축소하여 실효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이 적용받아야 할 최저한세율을 적어도 20%까지 끌어올리거나 대기업에 대해서는 아예 조세감면을 배제하는 방법 등 과감한 조치가 요청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곧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올 봄에 우리에게서 표를 가져간 19대 국회의원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기업 특혜의 상징인 법인세를 올바로 개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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