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 논쟁, 경기도만의 문제일까?

2014. 3. 31. 17:3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신안군 사례에서 배워야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김상곤 경기도지사 후보가 무상 버스를 내건 이후 '버스 논쟁'이 진행 중이다. 보수 쪽은 앞다투어 '공짜 시리즈' 공약이라고 비판하고, 야권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을 내고 있다. 모처럼 정책 의제가 등장했는데 논의가 정쟁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버스 공약은 이번 지방 선거로 마무리될 수 없는 큰 주제이다. 보편적 복지와 같은 사회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신안군,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로 지역이 살아나다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가 낯설다고 느낄지 모르겠으나, 이미 우리나라에서 선보인 곳이 있다. 전남 신안군이다. 신안군은 작은 군 단위이지만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가 결합할 때 지역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신안군이 버스 공영제를 도입한 이유는 일단 민영제의 폐해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민영 버스 기업들이 공공성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운영하면서 중복 노선, 굴곡 노선, 불규칙 배차, 불합리한 노선 체계, 잦은 운행 중단 등으로 군민들이 버스를 이용하기 대단히 불편해졌다. 또 인구 감소, 자가용 급증, 버스 이용객 감소 등 대중교통 운영 여건의 악화로 버스 운행도 줄어들고 불규칙해졌다. 지리적으로도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와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 등이 계속 건설되면서 기존 버스 노선 체계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신안군은 민영제의 폐해와 대중교통 운영 여건의 악화로 버스가 대중교통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되자 버스 운영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신안군은 버스 공영제 도입 후, 여러 가지 효과를 얻었는데 우선 이용 승객이 대폭 증가했다. 공영제 실시 전의 버스 관련 통계가 미비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이용객이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물론 65세 이상 노인, 국가유공자, 기초수급대상자, 6세 미만 아동 등에 적용되는 무상 버스 탓도 있지만, 버스 운행시간을 첫 배와 마지막 배의 입출항 시간에 맞추는 등의 정확한 배차와 정시성 확보로 이용 승객이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민영제보다 지역 주민들의 교통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까지는 대중교통 활성화와 교통 이동권의 변화 수준이었는데, 신안군에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역까지도 변화하였다.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자 신안군의 지역 경제도 활성화됐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병원, 약국, 목욕탕이 새로 들어서고 재래시장도 활성화되면서 지역 상권이 확대되었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읍내에 나올 수 있으므로, 취미나 여가 활동 증대, 읍내 보건소 자주 이용, 친척과 이웃 간의 잦은 왕래로 인한 심리적 효과 등으로 질병 예방 효과도 발생했다.

물론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작은 지역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는 분명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의 효과로 잘 와 닿는 사례다. 신안군은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 정책이 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교통 정책을 넘어서 그 지역의 경제 구조까지 변화시키는 사회 정책으로서 충분히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무상 버스' 공약을 내걸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경기도 버스 논쟁, 신안군 모델을 따라가라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 이슈가 촉발된 경기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경기도에서 버스 공영제 이야기가 나온 일차적인 이유는 신안군 사례처럼 민영제의 폐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민간업자들은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정차역을 많이 거치는 굴곡 노선을 선호하고 환승과 같은 통합적인 노선 체계 구축 등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용 시민들의 불편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장시간 저임금 구조에서 교통사고도 많이 일어나면서 노동자들의 건강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험해지고 있다. 사유화된 노선을 지방 정부가 효율적으로 조정하지 못하면서 대중교통의 경쟁력 또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민영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경기도에서 버스 공영제라는 제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삼화고속 버스 운전기사들은 2011년 파업에 돌입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버스 공영제는 경기도 교통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이 50%이고, 버스는 3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수십조 원의 예산을 들여서 외곽 순환도로를 계속 건설하면서 승용차 분담률을 더욱 올리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대중교통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수조 원을 들여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는 지리적으로 넓으며 신도시가 확장되고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서 선로를 고정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궤도보다는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버스 체계가 유리하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일부 시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서울과 경기도 간의 이동을 빠르게 해준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므로, 경기도 통행량에서 65%를 차지하는 경기도 내 통행 수요를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버스 공영제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무상 버스는 민영제의 폐해 극복뿐만 아니라 기존 승용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친환경적인 버스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신안군의 사례를 복기해보면 경기도 내에서 '버스 공영제+무상 버스' 정책은 교통 환경 정책 측면을 뛰어넘는 정책이기도 하다. 경기도에 건설되는 신도시들은 대부분 서울 의존적인 베드타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립적인 경제 기반을 가지지 못하고 고립적으로 소비적인 경제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를 통해서 경기도 인근은 물론 도내 이동이 자유롭다면 그 속에서 다양한 경제 활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경제 구조 변화가 교통 인프라 변화에 의해서만 촉발되지는 않지만,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는 경기도 내의 공간, 거리, 시간 등을 매우 좁혀서 광역적인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즉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민간기업들도 더 확장할 수 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도 광역적으로 확대되어 촘촘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활동이 잉태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GTX는 수도권 집중을 더욱 야기했던 KTX의 빨대 효과처럼 경기도의 서울 의존을 더욱 유도하고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 내를 자유롭게 순환하는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는 GTX보다는 더 자립적인 경제 활동의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버스 공영제와 무상버스는 교통 환경 정책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재구조화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회 정책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 GTX 공약을 내걸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프레시안(최형락)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가 넘어야 할 산, 법과 재정    

물론 버스 공영제와 무상버스 모두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매우 많다. 우선 노선의 사유화 문제와 공영제 전환 및 운영비용 등이 버스 공영제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버스 노선이 사유화된 이유는 현재 버스 면허가 특허권으로 인정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일반 면허 체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노선이 사유 재산이면 지방 정부가 노선을 인수해서 버스 공영제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공영제를 하려면 시장 가치를 지불하고 인수해야 하므로 버스 공영제 전환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버스를 공영으로 운영할 경우, 운영비용이 상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재산권 문제와 버스 공영제 전환 비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정 면허 전환과 사업 면허 취소 등의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한정 면허 전환은 노선 여객 자동차운수사업을 일률적으로 기간이 있는 한정 면허 체계로 전환하는 것(현행 일반 면허 포함)이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업체들의 노선권이 정부로 자동 귀속되면서 노선권 인수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사유 재산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물론 버스 사업주들의 반발로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사업 면허 취소는 정부가 직접 사업 면허를 취소하고 노선권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행 법 조항이 실효적이지 못해서 추진하기 쉽지 않으므로 이 또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위의 두 가지 방법 모두 중앙에서 법이 개정되어야 하므로 현 체계 내에서는 전면적으로 버스 공영제로 전환하기에는 어려운 부문이 많다. 

그다음 무상 버스는 역시 재원 문제이다. 제한적인 무상 버스라고 비판을 받았던 김상곤 전 교육감의 무상 버스 정책도 2018년에는 3083억 원까지 소요되는 걸로 나와 있다. 경기도에서 특정 정책을 위해서 소용되는 예산으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무상 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하든지, 아니면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무상 버스 실시를 위한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 '버스 공영제' 공약을 내걸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원혜영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 논의, 전국 수준으로 확장해야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 패키지 정책은 교통 환경 정책의 변화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정책으로서 위상을 지닌다. 그렇기에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를 지자체 의제로서만 다뤄서는 안 되며 좀 더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 재정과 법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지자체 의제를 중앙 정부 의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번 6.4 지방 선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도 논의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유효 수요 창출을 통한 경제 성장이라는 사회 정책을 내포하고 있다.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 정책 또한 궁극적으로는 보편적 복지와 같이 사회정책과 맥락이 닿아 있다.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를 내건 후보들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벌여나고, 이후 이 논의는 지자체 수준을 넘어 중앙 정부 차원, 전국 수준으로 논의가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버스 공영제와 무상 버스로 가는 길도 더 넓어질 것이다.

*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번 칼럼을 들으세요. (☞ 바로 가기 : http://mywelfare.or.kr/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