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초연금안에 숨겨진 독약! 새누리당 앞에서 복지, 노인단체 기자회견

2014. 2. 24. 00:21내만복 자료(아카이빙용)/내만복 사진

지난 주 20일(목) 오전 11시,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 복지, 노인단체 회원들이 최근 정부가 내 놓은 기초연금 개정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부가 제출한 안은 기존 가입자 평균소득(A값)과 연동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식 대신 물가와 연동해 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22년 후인 2036년에는 급여율이 현행 10% 수준에서 5%로 반토막이 나 복지, 노인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날 기자회견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과 노년유니온 김선태 위원장의 정부안 규탄 발언을 시작으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권능 연구위원과 최창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자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이어졌다.

 

 

 

 

 

 

 

<기자회견문>

 

현재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민주당,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기초연금여야정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은 2월까지 기초연금법안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7월부터 20만원을 지급할 수 없다고 사실상 국민을 협박하며 졸속 통과를 강요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기초연금 허위공약을 공표해 국민을 우롱했던 새누리당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지금 여야정협의체에서 논의되는 가장 뜨거운 쟁점은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이냐 아니면 국민연금과 별도로 동일액 20만원을 지급하느냐에 쏠려 있다. 우리는 여러차례 국민연금 불신을 가중시키는 차등연계방안을 비판해 왔다. 우리는 기초연금은 애초 국민들에게 말한대로 모든 노인에게 동일하게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창한다. 보편주의 기초연금이 정부안보다 재정이 더 소요되지만 부자 노인에게도 동일하게 제공하고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을 세금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게 복지와 재정의 선순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오늘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 알려졌던 쟁점과 별개의 독소조항이 정부 기초연금안에 숨겨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다. 바로 기초연금액의 물가연동 조항이다. 민주당조차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이러다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국회를 통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금액이 정해지면 매년 국민연금 가입자평균소득(A값)과 연동해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에 반해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현행과 달리 사실상 물가와 연동해 움직이도록 설계도가 근본적으로 수정되었다. 통상 물가상승률은 가입자 소득증가율의 절반에 그친다. 따라서 정부안처럼 물가와 연동해 기초연금액이 정해지면 해가 갈수록 현행 소득연동 방식보다 금액이 작아지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기초연금 입법예고안으로 내놓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카드가 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현행 소득연동 원리가 물가연동으로 바뀌는 내용이 입법예고안에 전격 담긴 것이다.

 

이에 우리를 비롯해 야당 국회의원들까지 물가연동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고, 정부는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문구를 수정해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정부 최종안의 내용은 꼼수를 동원해 사실상 물가연동 방식을 고수하는 내용에 불과하다. 올해는 기초연금이 최고액 20만원으로 출발하는데, 이후부터 현행방식과 완전히 달라진다. 현행 제도에선 소득증가율만큼 기초노령연금이 오르는데 반해, 정부안에서 매년 물가만큼 오른다. 정부가 수정 보완했다는 내용은 5년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물가, 노인 생활수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초연금 최고액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심각한 두 가지 독약이 숨겨 있다. 하나는 노인복지에 대한 국회 입법권이 훼손되고 있다. 노인복지의 핵심인 기초연금액이 행정부 시행령 사안으로 전락해 버리기 있다. 국회 심의 없이 정부가 기초연금액을 정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는 기초연금이 사실상 물가와 연동된다는 점이다. 기초연금이 매년 물가와 연동되어 왔기에 5년째 해라고 갑자기 크게 오르거나 내리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매년 물가만큼 오르다 5년마다 미세 조정을 거쳐 다시 물가가 반영되는 ‘사실상’ 물가연동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노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만약 정부가 내놓은 기초연금이 물가만큼만 오른다면 장차 노인들은 현행 방식에 비해 얼마나 손해일까?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는 2028년까지 급여율이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과 연동해 10%까지 오르도록 명시되어 있다. 국민연금공단 재정 자료에 의하면, 미래 2040년까지 물가인상률은 평균 2.7%로 소득증가율 5.8%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러면 물가연동 급여율은 올해 가입자 평균소득의 10%로 시작하지만 10년 후인 2024년에는 7%로 줄어들고 22년 후인 2036년에는 5%로 반토막나 버린다(2061년에는 급여율이 3%로 낮아짐).

 

나아가 현행법 취지대로 국회가 올해 ‘단계적으로’ 급여율 인상방안을 정했다고 치자. 그러면 기초노령연금은 5% 급여율에서 꾸준히 오르는 반면 물가연동 기초연금은 10%에서 계속 하향해 2022년에 서로 교차하게 된다. 금액으로 보면, 2022년에 물가연동 기초연금액은 27만원으로 현행 단계별 인상 기초연금액 28만원보다 작아진다. 즉 앞으로 8년 후부터는 기초연금을 받는 모든 노인들이 현행 제도보다 덜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복지는 비록 속도는 더디어도 조금씩 확대되는 역사를 밟아왔다. 무상급식을 전환점으로 복지국가 꿈도 꾸게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기초연금 분야에서 그 물길을 거꾸로 가려 한다. 처음에는 기초연금이 오르지만 결국은 지금보다 작은 기초연금으로 귀결시키는 ‘기초연금 개악’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기초연금 설계도를 물가연동 방식으로 바꿔치기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보편연금을 주창하는 민주당 역시 안이하기 짝이 없다. 기초연금에 대한 자신의 입법권마저 훼손당하고 있는데도 별다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 여야정협의체가 진정 노인복지를 위한 기구인가? 그렇다면 정부안의 물가연동을 현행 기초노령연급법에 있는대로 소득연동 방식으로 되돌려야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에 거듭 경고한다. 고령화를 맞이해 대한민국에게 너무도 소중한 기초연금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마라. 우리는 이미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 번에 걸쳐 기초연금에 저지른 잘못을 알고 있다. 첫째 지난 대선에서 애초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공약이면서도 동일액을 지급할 것처럼 유권자들에게 허위로 공약을 알린 죄, 둘째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액을 깍고자 함으로써 국민연금 불신을 가중시킨 죄, 셋째 기초연금 결정방식을 소득연동에서 사실상 물가연동으로 바꿔 기초연금액을 반토막내려는 죄. 근래 정부와 새누리당은 ‘정상화’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렇다면 정부 기초연금안부터 '정상화'하라. 자신의 세 가지 죄를 인정하고 기초연금을 보편주의 원리로 재설계하라.

 

2014년 2월 20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