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장애인·고령자·노숙인·탈가정 청소년을 위한 '지원주택'이 필요하다

2021. 12. 10. 16:2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지역사회 자립생활, 모든 사람에게 보장해야 하는 권리"

서종균 주택관리공단 사장


자립생활을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들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시설이나 병원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지역사회에서 살더라도 고립되고 권리가 무시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거리에서 잠을 자는 이들에게 먼저 집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심한 발달장애가 있으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안전하고 편하다고 생각하고, 굳이 자립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심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자는 입원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편견도 여전히 강하다. 또 늙고 병들면 좋든 싫든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이들을 방치하는 상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사회 자립생활의 어려움을 줄이고자 하는 다양한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자립생활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원주택은 이런 변화 과정에 등장한 실천 수단 중 하나이다. 부담가능하고 영구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택과 주거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원서비스가 결합된 것이 지원주택이다. 기존의 사회서비스만으로는 자립생활이 어려웠던 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키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시설을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던 이들도 지원주택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선택하고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스스로 선택한 독립적인 삶의 가치가 음주를 자제하고 정신질환 증상을 관리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노인을 위한 지원주택이 동네마다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이 불편해져도 요양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살던 동네에서 계속 독립된 거처에서 자존감을 지키면서 생활하는 것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거리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여겨지던 이들도 방치하지 않고 자기 집에서 생활하게 돕는 효과적인 대안도 갖게 될 것이다.

 

 

지원주택 정책 설계 

 

지원주택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간단히 살펴보자. 지원주택을 통해서 자립생활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집단은 다양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노인,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는 만성적 노숙인이 중요한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정 밖 청소년도 지원주택을 통해서 자립생활을 돕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집단이다. 

 

지원주택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주거유지지원서비스'라고 부른다. 주거를 유지하기 어려운 원인을 찾아서 대응하여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어떤 이들에게 기존 사회서비스는 자립생활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한 것이 주거유지지원서비스인 것이다. 지원주택에서 제공되는 지원서비스는 여러 가지 사회서비스를 비롯하여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자원에 대해서 당사자가 실질적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돕는 것이기도 하다. 

 

지원서비스는 반드시 지원주택과 결합되지 않아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게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유형의 주택에서도, 어디로 이사를 가도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당사자의 선택권은 더 확대될 것이다.

 

장애인이거나 노인이기만 하면 누구나 지원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원주택에 입주하려면 지원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확인되어야 한다. 지원서비스가 없어도 자립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은 지원주택의 대상이 아니다. 반면에 지원주택이 아니면 자립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는 정부가 가능한 신속하게 지원주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자립생활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원주택은 자립을 준비하는 중간적인 거처들과 구분된다. 지역사회에서 주택을 거처로 제공하고 서비스가 같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지원주택은 그룹홈이나 체험홈, 자립생활주택과 유사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원주택은 한시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 당사자가 직접 임대사업자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독립적인 점유권을 갖는 점 등은 중간적인 거처들과 명확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서비스 이용과 분리된 점유권은 생활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지원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확보도 중요하다. 지원주택은 공공임대주택 배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마땅하다. 지원주택에 입주할 사람들은 그것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시설이나 거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들이다. 원하지 않는 동거를 하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문제에 먼저 대응해야 한다. 주거소요가 큰 집단을 우선 고려하는 것은 공공임대주택 배분의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제도화의 필요성  

 

지원주택은 주거와 사회서비스 영역이 자원이 결합된 것이다. 이런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제도적 토대가 꼭 있어야 한다. 각 영역에서 적절한 규모의 자원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지원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을 확인하는 것 등 정책 계획과 집행의 여러 차원에서 원활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는 지원주택 조례를 제정했다. 이를 토대로 주택과 지원서비스 재원을 확보하여 해마다 200호씩 지원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이나 공동모금회의 기획사업, 지방정부의 시범사업으로 지원주택을 지향하는 시도들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아직 서울시와 같이 지방정부의 조례를 만들고 안정적인 사업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는 국가 정책으로 지원주택을 고려해야 할 때이다. 이미 생활하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지원주택이 지역사회 자립생활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정책에 대한 압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주거약자지원법 개정안과 주거유지지원서비스법 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지원주택을 정부 정책으로 도입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안에는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한 다른 주거정책의 과제들도 포함하고 있다. 신축 주택에 대한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의무화, 주택 개조 지원의 보편적인 실시 등이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주거정책 수단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지역사회 자립생활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해야 할 권리임이 보다 명확해지기를 기대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장애인·고령자·노숙인·탈가정 청소년을 위한 '지원주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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