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7. 14:19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기부금 투명성 평가는 '기부문화 혁신' 목적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정순문 공익법률연구소 변호사
칼럼을 쓰기에 앞서, 이 글은 기부자들에 대한 투명성이나 책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공익법인을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모금액의 양적인 성장을 넘어 기부금 운용 및 공익법인 조직 운영에 관한 투명성, 책무성 준수는 이제 사회적 공의가 되었으며, 공익법인들이 목적사업만큼 회계나 법규 준수를 신경 써야 한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공익법인의 결산서류 공시 의무를 보완하고자 태동한 민간 기부금 투명성 평가 기관
그렇다면 왜 난데없이 기부금 투명성 평가 방식을 문제 삼으려는 것일까? 문제를 언급하기 전에, 기부금 투명성 평가의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부금을 재원으로 삼아 공익사업을 하는 공익법인들의 경우, 기부금의 사용에 있어 기부자들에 대해 높은 수준의 회계투명성, 책무성을 요구받는다. 실제로 과거 기부금의 유용이나 불성실 공시로 문제 된 공익법인들이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세법 등 관계 법령에서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공익법인들로 하여금 주무관청에 기부금의 사용내역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고, 국세청 홈페이지에 결산서류 등을 공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공시 서식의 내용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이 현실적으로 수많은 공시 자료에 대해 꼼꼼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민간에서 스스로 공익법인의 회계투명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태동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익법인의 회계투명성 평가전문기관을 자임하는 가장 대표적인 조직은 '한국가이드스타'(이하 '가이드스타')이다. 가이드스타는 '기부자가 현명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NPO 정보를 공정하게 생산하고 투명하게 제공하여 대한민국 기부문화를 혁신'하고자 설립된 법인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NPO를 지지하고 현명한 기부자를 응원하는 정보 플랫폼 개척자'를 비전으로 삼는다. 내부적으로 개발한 GSK인덱스라는 공익법인 평가 지표를 이용하여 공익법인의 재무 안정성, 효율성, 투명성, 책무성 등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별점을 매기는 일과 그에 관련된 연구, 자료분석 등의 사업을 한다.
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 평가 결과를 별점으로 제시한다. 별점이라는 수단이 조직운영에 대한 평가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느낌은 들지만, 가이드스타가 가진 설립 목적과 사업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실제로 설립 초기에는 가이드스타의 영향력이 전체 비영리 영역에 선순환을 불러오리라 기대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보여주고 있는 가이드스타의 행보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부금 투명성 평가 기관의 일방적인 평가 대상 선정과 평가 방식은 개선이 필요
먼저, 가이드스타가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평가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 평가와 그에 대한 피드백을 수용하는 절차는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그간 가이드스타가 현장의 공익법인과 위와 같은 절차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소통해 온 것 같지는 않다. 평가 기관으로서 마땅히 준수해야 할 중립성과 독립성은 이해한다. 그러나 평가 결과를 통해 실제로 공익법인 운영의 책무성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평가 대상 법인들로부터 평가 기준에 관한 충분한 컨센서스를 획득해야 하고,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그와 같은 절차가 생략된 일방적인 별점 평가나 비판은 허공에 쏜 화살과 같이 당초 의도하였던 과녁에는 영원히 닿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가이드스타가 GSK 인덱스를 통해 제시하고 있는 평가 기준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현실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아, 이를 기초로 계산하는 별점이 유의미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GSK 인덱스는 공익목적사업비용 대비 사업수행비용 비율, 기부금 대비 모금비용 비율, 공익목적사업비용 대비 모금비용 수치와 함께, 공시서류나 보고서의 공개여부, 개인정보나 중요서류 관련 내부정책 등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별점을 평가한다. 다양한 유형의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을 최대한 포괄해낼 필요가 있는 반면, 가이드스타의 직원은 4명뿐이기 때문에 평가 기준을 단순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되지만, 대략적인 눈짐작으로도 파악이 가능한 몇 가지 수치를 가지고 별점까지 매기는 것은 다소 거창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가이드스타는 공공기관도 아니고, 법적으로 특별한 공적 지위가 부여된 조직도 아니기 때문에 개별 공익법인들이 내부정책에 관한 자료를 쉽게 제공해줄 리 없다. A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B회사가 A회사의 내부 정책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면 거절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가 지표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환경도 별점의 신뢰도에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며, 실제로 가이드스타가 자체적으로 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공익법인 600여 개 중 자료제출에 응한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기부금 투명성 평가는 기부문화를 혁신한다는 목적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때문에 이쯤에서 숨을 고르고 평가의 목적을 다시 짚어보았으면 좋겠다. 가이드스타가 공익법인의 투명성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환기를 시키고, 투명성 개선을 위해 평가 지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투명성'에 함몰되어 비영리 영역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인 자료 요구와 자의적인 평가 의견, 확인되지 않은 비판만 남발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평가 대상과의 상호 소통을 통해 기부금 투명성 평가가 공익법인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투명성은 가이드스타가 스스로 설립 미션과 비전에 적시하고 있는 대로, '대한민국 기부문화를 혁신'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NPO를 지지하고 현명한 기부자를 응원'한다는 목표를 위한 수단적 과제에 불과하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이러한 미션을 달성하기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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