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9. 10:59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정부·여당은 보유세 후퇴하지 마라!
공시가격 현실화도 계획대로 진행해야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
정부와 여당의 보유세 후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당은 당내에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해 점검할 계획인데, 그 방향으로 현행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인 9억 원을 상향 조정하고, 1주택자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공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작년에 이미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에 대하여 감면을 적용했던 재산세에 대해서도 감면 범위를 공시가격 9억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공시지가 현실화율의 속도 조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야당도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문제삼으며 보유세 후퇴를 압박하고 있다. 상당수 언론 역시 OECD 평균과 비교하여 재산세 부담이 1.7배라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보유세 정책의 방향전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나씩 따져보자. 언론에서 보도한 재산세 부담은 정확히는 OECD 분류상 재산과세의 GDP 대비 비중을 비교한 것이다. OECD 분류의 재산과세에는 보유세 이외에도 취득세,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등이 포함된다. 이 전부를 포함하여 GDP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3.3%이고 OECD 평균이 1.9%인 것은 맞다. 하지만, 부동산 보유세만 따로 떼어놓고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GDP 대비 0.9% 수준이고 OECD 평균은 1.1% 정도여서, 오히려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비해 낮다.
재산과세 부담이 높아 보이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취득세이다. GDP와 비교한 취득세 비중이 우리나라는 2.0%이고 OECD 평균은 0.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취득세의 명목세율이 높아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데 방해가 되는 수준이라면 취득세율의 인하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론적으로, 취득세의 GDP 대비 비율이 높은 원인, 즉 취득세가 많이 걷히는 원인에는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취득세가 부과되는 기준인 부동산 가격이 높거나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거나 명목세율이 높아서이다.
이 중에서 부동산 가격이 높아서 취득세가 많이 걷힌다고 하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거래가 활발하여 취득세 세수가 많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획재정부가 각국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것에 따르면 주택매매거래 회전율(주택거래량/주택재고)은 우리나라가 5.5%로 미국 4.5%, 영국 3.6%, 일본 0.6%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반면, 주택 기준 명목 취득세율은 우리나라가 1.1%~3.5%이고, 독일 3.5%, 프랑스 5.09%, 일본 6% 등으로 우리나라가 높지는 않다. 결국, GDP 대비 취득세 비중이 높은 이유는 명목세율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높고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재산세 부담이 OECD 1.7배라는 보도는 현실을 호도하는 거짓 주장인 셈이다.
그리고,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비교할 때는 GDP가 아닌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부동산 보유세는 소득개념에 해당하는 GDP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0.16% 수준이다. 반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OECD 13개국 평균은 0.33% 정도이다.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공시가격의 급격한 상승도 따져보자. 2021년에 공시가격 대폭 상승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2021년 공시가격 인상률이 전국적으로 19.08%에 달하고 서울이 19.91%, 경기가 23.96%를 기록한 것은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올해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1.2% 포인트에 그친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대폭 올라서 생긴 현상을 가지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공시가격을 탓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부동산 가격에 일정 비율로 부과되는 부동산 보유세는 내부에 가격 안정화 장치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보유세가 늘어나 가격에 마이너스 영향을 주고,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어 가격에 플러스 영향을 준다. 이러한 가격 안정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보유세가 부과되는 기준인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서 공시지가(적정가격)의 의미는 “토지, 주택 및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하여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다(2조). 지금까지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것은 사실상 법 위반 상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2020년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립하고 장기적으로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90%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법을 준수해 나가는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이다. 부동산 보유세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시행 1년 만에 속도 조절이라는 이름으로 무산시키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역행하는 잘못된 선택이다.
한편, 소득이 없는 경우에 종합부동산세를 과세 이연하는 제도는 검토할 만하다. 현재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부동산을 매각해서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기 때문이다, 과세이연은 세 부담 자체를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 부담을 하는 시점만 변경하는 것이므로 보완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1주택자라고 해서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재산세 감면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OECD 평균에 절반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 정상화를 가로막는 처사일 뿐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소득 불평등보다 더 심각한 자산 불평등이다. 주택을 팔거나 망설이다가 주택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벼락 거지’라고 불릴 정도로 자산 양극화의 골이 깊다. 자산 불평등을 완화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인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조세 체계는 자산 소유와 자산 소득에 너무나 관대했다.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필수적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부동산 가격 안정화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어렵게 방향을 잡아 온 부동산 보유세를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보유세 후퇴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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