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집 없는 사람의 눈으로 보자

2021. 4. 1. 14:0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요며칠 주변 사람들의 화제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인상이었다. 나름 정책실장의 활동을 오래전부터 접해온 사람들이라 의아하고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처신도 문제지만 ‘자신의 전세금 인상액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올렸다’는 해명이 불편했단다. 집 가진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인상 행진에 참여하면서 그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태에 대한 한탄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나처럼 기대를 하지만 의문도 남는 모양이다. 4월 재·보궐 선거 이후에도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질까, 부동산 세력들이 남은 임기 1년만 견디자며 버티지 않을까, 시중에 자금이 이리 넘치는데 부동산 불패는 계속 가는 거 아닌가, 결국 이걸 기대하는 나만 다시 바보가 되는 건 아닐까?

 

어떻게 이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민들의 엄혹한 평가를 벗어날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진정 그렇다면 혁신은 더 전면적이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의 긍극적 목표는 서민의 주거안정이다. 강력한 투기 근절 대책과 함께 주택정책에서도 대전환을 실행해야 한다.

 

첫째, ‘집 없는 사람’의 눈으로 정책을 펴자. 왜 정권 초기에 청와대에 들어간 사람들 중에는 이리 집부자가 많았고 고위직 관료들은 강남에 집을 가지는가, 오늘의 부가 불로소득 없이 온전히 자신의 땀으로 형성된 건가? 그래서 묻는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집 없이 사는데 이들이 주택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게 타당한 일인가? 집이 없더라도 의사결정권은 같아야 민주주의이다. 앞으로 주택정책을 입안하는 의사결정기구에 반드시 절반은 세입자로 구성하자. 청년, 노인, 아동양육 가구, 장애인, 임차상인 등이 세입자 대표로 참여하며 위원회가 활성화될수록 세입자 집단별로 조직화도 진행될 것이다. 그래야 서민 주거안정이 국가정책의 중심으로 올 수 있다.

 

둘째, 공공택지에서는 공공주택(장기 공공임대와 환매조건부 공공자가)만 공급하자. 당장 3기 신도시가 대전환의 첫 단추여야 한다. 현재 신도시 사업이 진행되는 공공택지에서 공공임대주택 건설 비율은 약 3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아예 민간건설사에 택지를 매각하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더라도 청약자에게 판매하는 주택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OECD 평균 8% 수준에 도달했다고 홍보한다. 참으로 안이하다. 우리나라 수치는 분양임대주택 등이 포함되어 부풀려졌고, 공공임대주택은 나라마다 구조가 너무 달라 국제 평균치가 그다지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38%에 이르는 네덜란드도 있고, 과거 동구권 회원국들은 1%대 이하이다. 결국 공공임대주택의 필요 규모는 나라마다 상황을 반영해 정해져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임대차 시장이 불안정한 곳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 대폭 확충되어야 제대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공공주택 건설 재정은 정부가 책임지자. 지금은 일반회계 지원이 생색내기 수준에 머무니 사업시행자가 스스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 LH가 공익성을 앞세워 공공택지를 조성하고도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고 주택을 판매하는 이유도 여기서 돈을 벌어 공공임대주택 비용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LH에 땅장사, 집장사를 강요해 온 셈이다.

 

정책의 공공성은 대부분 재정으로 판가름난다.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 청산 선언이 서민 주거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정부가 공공주택 재정의 책임 주체여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공공주택용 목적재원을 마련하고 단기적으로는 40조원에 육박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을 출발 재원으로 삼으면 된다.


정말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집 없는 국민 절반의 인내가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투기 근절과 함께 서민 주거안정 대전환을 천명하고 바로 실천하라.

 


출처: [정동칼럼] 집 없는 사람의 눈으로 보자

 

[정동칼럼]집 없는 사람의 눈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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