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7. 15:19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곳곳에서 ‘다른’ 대한민국이 이야기되고 있다. 이번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자는 취지이다. 복지 분야에서 핵심 주제는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이다. 코로나19 재난에서 소득지원이 절실한 불안정 취업자들이 정작 소득보장 제도의 밖에 있다는 문제가 부각된 결과이다.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는 코로나19 재난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노동시장에서 불안정 고용이 늘어나면서 사회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고, 방배동 모자 사건처럼 기초생활보장의 틈새도 여전하다. 알고 있었지만 방관해오던 문제가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지난 1년 내내 대안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우선 기본소득이 힘을 얻고 있다. 모두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을 더욱 상상하게 하였고 국회에는 내년부터 월 30만원 이상 지급하자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어느새 현실 정책 영역으로 들어온 만큼 이제는 어떤 기본소득인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이상적인 보편적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기에 형식적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나 금액이 충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기존 복지체제가 불완전하기에 조건 없는 급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잠시 기본소득에 괄호를 치고 판단 유보를 권한다. 사각지대에 맞서면서 적절한 소득보장까지 도모하는 대안이 정말 없는지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다. 대신 기존 복지체제가 지원하지 않는 사회 참여와 돌봄 활동, 노동시장 밖에 있는 청년과 노인 등을 위한 역할·연령별 소득보장은 당장 필요하다. 그 이름이 사회수당이든, 기본소득이든 함께 힘 모아 발전시켜야 할 유형이다.
기존 소득보장의 사각지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소득 기반 전 국민 고용보험을 주목한다. 여기서 핵심은 고용보험 제도보다는 그 앞에 붙은 ‘소득 기반’이다. 현행 고용보험은 노동시장의 고용 지위를 기반으로 가입 여부를 정한다. 표준적 고용에서 벗어난 특수고용취업자, 프리랜서, 일반 자영업자 등이 고용보험 밖에 머무는 이유이다. 해법은 명확하다. 더 이상 고용 지위나 계약 형태를 따지지 말자. 어디선가 소득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 소득을 기반으로 자동 적용하면 된다. 이는 고용보험에 그치지 않기에 전체 사회보험에서 가입 사각지대를 해소해 갈 것이다.
관건은 실시간 소득파악이다. 현재 임금근로자의 소득은 반년 단위로 간이지급명세서를 통해 확인되고 특수고용취업자와 일반 자영업자는 반기 혹은 연간 단위로 소득이 파악된다. 이를 매월로 단축해야 한다. 한국은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고 정보기술이 발전한 나라여서 개인의 소득·소비 자료가 곳곳에 존재한다. 단지 흩어져 있고 사회보험과 행정부처가 각각 편의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앞으로 이를 한 곳으로 종합하고 신고 시기를 단축하며, 일부 현금 거래를 전자방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조속히 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 실시간 소득파악 로드맵을 마련하기 바란다.
실시간 소득파악은 소득보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첫째, 긴급 재난시기에 정책대상을 명확하게 선정할 수 있다. 소득 감소에 따라 대상과 지원 수준을 정할 수 있으니 작년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전 국민 고용보험처럼 소득이 생기면 자동으로 가입되니 사회보험에서 가입 사각지대가 사라질 수 있다. 사회보험이 불안정 취업자를 배제한다는 불명예에서 벗어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소액 소득도 파악되기에 저소득층 소득보장이 내실화된다. 부양의무자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재산 환산 비중도 줄이며 신청절차도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
사각지대 없는 소득보장은 가까운 장래에 실현 가능하다. 전자거래의 발전으로 실시간 소득파악의 토대를 가진 덕택이다. 모두에게 동일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도 제안되지만, 여전히 다수가 노동하고 계층별 소득격차가 존재하는 시대에는 ‘필요’ 기반의 소득보장이 더 효과적이다. 실업자와 은퇴자에게는 사회보험 급여, 사회적 가치를 지닌 활동과 노동시장 밖 세대에는 역할·연령별 사회수당, 그리고 저소득계층에는 기초생활보장을 확장한 최저소득보장을 제공하는 삼각 소득보장체제를 완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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