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연금 통합 방법론

2020. 12. 20. 21:5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공무원과 일반 국민, 두 집단이 한 제도로 섞이는지가 중요하다. 두 연금의 적립금 상황이 다르므로 재정은 구분하고, 공무원연금 적자 증가분은 새로 적립할 퇴직연금을 전용하면 해소할 수 있다.

 

 

 

 

 

연금 통합.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진보의 금기 깨기로 내놓은 주제 중 하나다. 사실 내 주변에서도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어떤 조직이나 단체가 이를 주창하는 경우는 드물다. 진보 진영에서 특히 그렇다. 여러 사업을 함께하는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낮추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보정당 대표가 제안하고 정치권에서 일부 호응도 있으니 앞으로 통합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연금 통합은 공무원에게 국민연금 방식을 적용하고 일반 노동자처럼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개편을 의미한다. 이때 통합 효과는 구체적 방안에 따라 크게 다르다. 우선 공무원과 일반 국민이 같은 제도를 적용받으니 형평성 논란은 사라질 것이다. 여기가 종점은 아니다. 두 집단이 하나의 제도 안으로 섞이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하후상박의 노후 연대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국민 안에서 급여 조정 이루어지는 효과

 

연금 통합에서 논점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 번째는 제도 일원화. 공무원도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대체율을 적용받는다. 신규 공무원에게는 바로 국민연금을 적용하겠지만 재직 공무원도 전격 적용할지, 유예기간을 둘지가 검토 사안이다. 만약 신규자에게만 국민연금을 적용하고 재직자는 공무원연금에 그대로 머문다면 공무원연금 최대 가입 기간인 36년 동안 두 연금이 병존하다가 이후 기존 공무원연금은 소멸하여 국민연금으로 일원화될 것이다. 혹은 내년부터 재직자·신규자 모두 국민연금을 적용하면 곧바로 제도 일원화가 달성된다.

 

두 번째는 가입자 통합운영. 현재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급여 구조에 각각 소득재분배 요소가 존재한다. 전체 연금액에서 일부는 자신의 소득에 비례하고(비례급여), 일부는 가입자 평균소득에 비례해(균등급여) 결정된다. 이 균등급여 덕분에 가입자 내부에서 재분배가 발생한다. 그래서 제도를 일원화하더라도 공무원과 일반 국민 가입자를 함께 포괄할지 별도로 관리할지가 논점이다. 내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은 대략 250만원, 공무원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은 500만원을 넘을 것이다. 이에 별도로 관리하면 각 집단 안에서 재분배가 발생하지만, 통합하면 전체 국민 안에서 급여 조정이 이루어져 공무원의 연금액은 줄어들고 일반 국민의 급여는 조금 상향될 것이다.

 

나는 연금 통합을 지지한다. 이왕이면 제도 일원화를 넘어 가입자 통합까지 이르길 바란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3.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인 절반이 가난하고 앞으로도 그리 개선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서구와 비교해 공적연금, 즉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연금 개혁도 논의하고 기초연금도 인상하고 있건만 국민연금은 재정 불균형, 기초연금은 노인 인구의 빠른 증가라는 장벽에 직면해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적자 구조인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기금을 사용할 우려, 공무원 보험료 수입의 감소로 정부의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 증가 등을 근거로 통합이 어렵다고 말한다. 나는 이러한 문제들이 결정적인 난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현재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적립금 상황이 완전히 다르므로 재정은 구분해서 운영하면 되고, 통합에 따른 공무원연금 적자 증가분은 새로 공무원들이 적립해갈 퇴직연금을 전용하면 해소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정부 적자 보전금이 줄어드니 미래 어느 시점에서 정산하면 될 일이다.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각자도생을 넘어서는 연대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연금 통합이 그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왕에 금기를 깨는 일이므로 대범하게 목표를 잡아야 한다. 공무원은 연금 차이로 야기되는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나며 더불어 국민들의 지지로 노동권을 온전히 얻고, 일반 국민은 초고령 장수 시대의 노후소득 보장에서 연대를 경험하도록 말이다. 진보정당이 연금 통합으로 첫 단추를 열어가기 바란다.

 

 

 

 

* 출처 :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361

 

연금 통합 방법론 - 시사IN

연금 통합.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진보의 금기 깨기로 내놓은 주제 중 하나다. 사실 내 주변에서도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어

www.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