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021년 기준중위소득 결정

2020. 8. 3. 14:0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가난한 사람 외면한 내년 생계급여 결정

 

기준중위소득 변경 제외하면 역대 최저 1% 인상

 

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담아야

 

 

지난 7월 31일 보건복지부는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보다 2.68%(4인 기준)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기준 중위소득이란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으로, 국내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12개 부처 73개 복지사업이 기준 중위소득을 활용하여 대상자를 선정한다. 긴급복지는 물론 국민의 기초생활 보장을 위해 지급하는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도 이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대상과 급여액을 결정되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복지의 수준과 정도를 설명하는 복지정책의 기준선인 셈이다.

이날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물론 향후 3년 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영방안과 개선과제가 담긴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어느 때보다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20년을 맞은 만큼 전향적 제도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고, 무엇보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 복지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가 이번 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연기됐고,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2.68% 인상에 머물렀다. 이 중 1.68%는 산출의 기준이 되는 통계자료의 변경에 따른 것이니 실질적인 인상률은 단 1%에 그친 셈이다. 역대 정부 최저 수준의 인상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면, 2021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487만 6290원, 1인 가구 기준으로는 182만 7831원이다. 이에 따라 국민기초생활의 최저점에 있는 생계급여의 선정 기준은 중위소득의 30% 금액인 4인 가구 146만 2887원, 1인 가구 54만 5349원이 된다. 쉽게 말해 우리 정부는 1인 가구의 경우 월 54만 5349원의 소득이 있다면 국민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마저도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통과해야 수급이 가능하다. 정말로 정부는 한 달 54만 원이면 기초생활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저소득층의 현실을 반영하여 최저생계비를 확보하기보다는 예산에 맞춰 복지정책을 조정·설계했다는 데 있다.

먼저, 역대 가장 낮은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을 보인 이유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제와 마이너스 성장 기조를 우려한 기재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경기 침체로 인해 가장 먼저 사회적 위협에 처한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경기 침체를 이유로 오히려 축소된 것이다. 둘째,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수년간의 보정기간을 두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계획 역시 빈곤층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보건복지부는 그간 국민 가구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가계동향조사’ 대신 올해부터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활용해 기준 중위소득을 산정하되, 통계자료의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격차를 2026년까지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내년도 기본 중위소득 기본인상률은 단 1%로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는 보다 정확한 통계자료를 사용해 겨우 바로잡은 중위소득 인상률을 다시 6년에 걸쳐 나누어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정책의 추진 속도를 늦춘 것과 다르지 않다. 셋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양성하고 방치했던 부양의무자기준의 단계적 폐지 계획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심각성과 별도로 예산 우선주의가 작동한 결과다.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개별급여로 개편한 이후 빈곤층의 급여수준은 제자리에 머물러 왔다. 코로나19 이후 빈곤층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을 낮춤으로써 저소득층 지원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히 대두되었던 과제들은 경기 침체를 이유로 오히려 유예됐다. 포용적 복지국가는 과연 누구를 포용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에 기준 중위소득의 실질적 인상과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 폐지 계획이 분명히 담기기를 바란다. 더 이상 ‘대폭’ 인상이라는 자극적 용어로 기준 중위소득의 현실화를 지연시키거나, ‘단계적’이라는 표현으로 시급한 문제의 해결을 유예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기준 중위소득은 실질적인 국민의 기초생활의 보장을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수급자의 발목을 붙잡는 부양의무자기준 또한 단계 없이 분명하게 완전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 이름에 걸맞게 정책을 펴야 한다.

 

 

2020년 8월 3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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