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0년 맞은 기초생활보장, 다양한 개선책에도 불구 반쪽 개혁에 그쳐

2019. 9. 11. 12:1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부양의무자 기준 존속, 주거용 재산의 소득환산, 줬다 뺏는 기초연금도 그대로

 

 

보건복지부가 어제(10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주요 제도 개선안을 내 놓았다. 내년부터 시행할 여러 가지 전향적인 개선책을 담았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반쪽 개혁에 그치고 말았다.

 

먼저 부양의무자 기준이 처음으로 일부 대상이지만 수급권자 가구 특성을 반영해 적용되지 않는다. 수급권자가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일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기존에는 수급권자가 아닌 ‘부양의무자 가구’가 노인이나 장애인일 경우에만 부양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 왔다. 여기에 부양의무자의 재산 기준을 더 낮추고, 부양비 부과 비율도 부양의무자의 성별이나 혼인 여부에 따라 달리 적용했던 것을 일괄 10%로 완화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해 왔다. 이 개선안으로 장애가 심한 장애인 수급권자에 한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아직 수많은 빈곤층이 이 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완전한 폐지에 이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음으로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처음으로 근로소득 공제가 적용된다. 현재 근로소득공제 대상이 아닌 25세~64세 수급자도 생계급여 외에 다른 소득이 있을 경우 30%까지 소득에서 공제한다. 지금까지는 엄격한 보충성 원칙에 따라 수급자가 다른 소득이 있을 경우 그만큼을 고스란히 생계급여에서 삭감하거나, 소득인정액이 초과할 경우 수급을 탈락시켜 왔다. 이번 조치로 수급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취업 등에 나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수급자의 기초연금은 여전히 소득으로 간주한다. 계속해서 기초연금이 오르면서 기초생활 수급 노인과 비수급 노인 사이에 가처분 소득의 역진적 격차가 커지는데도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다. 개선안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이밖에도 수급자를 선정할 때 따지는 재산 기준이 완화된다. 수급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재산’의 범위를 10년 만에 확대하고, 주거용 재산으로 인정하는 한도액도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확대된다. 그간의 물가상승률이나 전월세 가격 등 국민들의 생활수준 변화를 수급권자에게도 반영한 조치다. 그럼에도 실제 수급권자가 현재 살고 있는 전월세 집 과 같은 주거용 재산에 전혀 소득이 생기지 않는데도, 이를 통해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는 ‘재산의 소득환산액’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과 더불어 폐지해야할 독소 조항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난 20년 동안 빈곤층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나름의 역할을 해 왔다. 또 이번 개선안으로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가 더 늘고, 생계급여가 일부 오르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주거용 재산의 소득환산, 줬다 뺏는 기초연금의 문제 등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난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몇 차례 고쳐 왔지만, 아직도 우리 나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에도 관악구의 모자가 굶어 죽은 데 이어 혼자 살던 장애인이 죽고, 생계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을 살해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제도 밖의 빈곤층이나 제도 안에서도 여전히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복잡하게 이런 저런 기준의 수치를 완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20년이나 된 만큼 보다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끝>

 

 

2019년 9월 11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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