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지역아동센터, 저비용 장벽을 넘어서자

2019. 8. 9. 16:4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다중 아동돌봄 체계, 이용자 중심으로 정비해야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 센터장

 

 

이제 복지는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복지가 말하자면 '대세'다. 선별복지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하지 않고 하다못해 효율적이지도 못하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낡은 프레임이고, 이는 일정한 사실을 반영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정해진 아동복지시설의 하나이다. 특히 지역아동센터는 전체 이용 아동 중 80%를 취약계층 아동들을 우선 입소하도록 하는 보건복지부의 사업운영지침을 따른다. 반면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함께 돌봄사업'은 소득 기준과 무관하게 초등학생 연령의 아동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두 시설이 모두 아동을 돌보는 유사한 시설임에도 이용 아동의 구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지닌다.

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현재의 돌봄 정책이 계층 차별적이란 비판을 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다. 

저임금·저비용·저평가에 시달리는 지역아동센터 

사실 빈곤아동들만을 따로 돌보겠다고 하는 발상은 이미 비현실적일지도 모른다. OECD가 2015년~2016년간 국가별 0~17세에 해당하는 아동들의 빈곤율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의 아동빈곤율은 7.1%로 덴마크, 핀란드, 슬로베니아에 이어 4번째로 낮다. 아동들 수가 워낙 급감하다 보니 아동빈곤의 심각성마저도 그 비율로는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지금은 아동 한 명, 한 명을 어떻게 하며 잘 돌보고 성장시킬지 그것을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로 보인다. 지금의 돌봄 사업처럼 누구는 차별을 하고 누구는 차별을 당하는 방식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다.

특히 현재 이러한 돌봄 정책을 온 힘으로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것은 열악한 처지에 있는 돌봄노동이다. 산업화 초기에는 저가 농산물 정책이 저임금 정책을 유지하는데 기여를 했다면 지금은 마치 저가의 돌봄 정책이 그 역할을 대행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지역아동센터 역시 대표적인 저비용 돌봄 정책의 일환이다. 일반 사회복지사들에게 적용되는 단일임금 체계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서울시가 정하고 있는 생활임금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적으로 저비용 돌봄정책의 한 축은 돌봄 노동자들의 저임금이다. 2019년 들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약 11% 인상됐지만, 지역아동센터 전체의 운영예산은 약 3% 인상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최저임금 보장은 그동안 운영보조금의 10%선에서 마련되던 아동들을 위한 직접 사업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식으로 갈무리가 되었다. 아이들 비용을 빼앗아 종사자들의 최저임금을 맞추는 현실이 터지자 지역아동센터 현장은 정부가 제공하는 아동 지원금 수준이 그동안 과연 어떠했는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는 아동 수에 따라 대략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법정종사자 수를 맞추도록 하고, 그에 따른 운영보조금도 3개 구간으로 지급한다. 만약 어떤 지역아동센터가 20명에서 29명의 사이의 아동들을 돌보고 있다면 그 지역아동센터는 2명의 법정종사자가 시설 운영을 책임지며, 월 484만 원의 운영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에 전년까지는 운영보조금 전액의 10%에 해당하는 48만4000원이 아동들을 위한 직접 사업비로 배정되었지만, 올해는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절반인 24만2000원으로 줄어들었다. 아동들이 30명 이상이 되는 시설은 종사자 3인과 670만 원의 운영보조금을 받도록 되어 있음으로, 아동을 위한 직접 사업비는 절반으로 줄어든 33만5000원이 배정된다.  

두 경우 모두 가장 적은 수의 아동들이 센터를 이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1개월 20일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아동 20인 이상~29인 미만 시설은 20명 아동이 1인당 1일 610원을 직접 사업비를 지원받는 셈이 된다. 또 동일한 조건을 30명 시설에 적용해보면 아동들을 위한 직접 사업비는 더 적어져 아동 1명에게 지원되는 돌봄 사업비는 하루 약 560원에 불과하다.

결국 지역아동센터의 가장 주요한 두 축인 아동과 종사자 모두가 최저한의 언저리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저비용의 토대 위에서 지역아동센터가 운영되기에, 여기서 일하는 종사자들도, 보호자들도 위태위태한 저임금의 첨탑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결코 보편복지의 너른 길로 접어들 수는 없다.  

다중의 아동돌봄 체계를 이용자 중심으로 정비해야 

지역아동센터의 문제는 제도의 불합리에서 비롯된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아동센터의 문제를 들고 내부의 토론을 거치고 국회와 정부를 수시로 쫓아다녔지만, 제도 개선의 실마리는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여야의 정당정치 구조는 지역아동센터 제도개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다못해 예산 문제만 하더라도 여야의 대립 구도로 의사 일정의 대부분을 정쟁으로 날려 버리고, 예산안이 제대로 검토가 된 것인지 알 수도 없는 가운데 졸속으로 정부안을 승인시키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지간히 시간도 흘러 지역아동센터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제도적 해결책이 나오는 길은 멀고 험할 뿐이다. 이런 제도 개선의 어려움에는 현장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한몫을 하고,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일정한 불신이 때로는 큰 장벽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돌봄 정책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이중(마을 돌봄 / 학교 돌봄) 혹은 삼중(지역아동센터 / 다함께 돌봄 / 학교 돌봄)으로 엮인 다중의 돌봄 체계를 하루빨리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바탕 위에서 근래 모두의 아이들을 모두가 함께 잘 돌볼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지역사회 체계를 꾸려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들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아쉬운 점은, 민간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지 아직 전망이 충분히 정리돼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지역이동센터 이용아동들을 위한 예산이 반 토막 난 일을 계기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겨울 칼바람 속에 광화문에서 천막농성을 벌였고, 마침내 복지부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꾸려내기도 했다. 그러나 논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협의가 쉽지 않다는 사실, 특히 재정권이 없는 복지부와의 논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뿐이다. 

겨울 천막농성장에서 요구했던 추경안은 이제 한여름 땡볕 속에서 예산 편성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산불과 미세먼지를 원인으로 추경 편성이 결정되면서 지역아동센터 추경예산도 함께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번 추경안에 대해 지역아동센터들은 정부가 년 초에 낸 사고예산을 갈무리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추경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처럼 속이 시커멓게 타고, 미세먼지처럼 뿌연 것들이 마구 가슴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추경이 결정 나긴 했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걸까 하는 절망감을 떨칠 수 없다. 정말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아동 돌봄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을 정부가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시민적 연대의 정신에서 기원하여 아동들을 위한 작은 자리를 만들어왔던 지역아동센터는 거대한 제도와 정치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며 희망의 끈을 간절히 찾고 있다.  

아이들, 동료들과 함께 가는 길 

며칠 전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이들과 함께였기에 한 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타고 가서 다른 동네에 근사하게 꾸며진 물놀이장에서 신나게 놀았다. 함께 가는 길이지만 처음 가보는 길도 많아서 아이들은 자주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수시로 물어왔다. 때로는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대충으로 알고 나선 길이라 상세한 것은 가다가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너무 힘들면 괜히 왔다고 투덜거림도 터진다. 좀 쉬었다 가자고도 하고, 아니면 이참에 아예 돌아가자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래도 어느 정도 확신만 있다면 못 들은 척 꾹 참고 길잡이를 자처한다. 마침내 저만치서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금세 환호성을 지르며 한달음에 목적지에 이르고 만다. 이것이 내가 아는 함께 길을 가는 법이다. 

언제가 지역아동센터는 아동 돌봄이라는 더 큰 테두리 안에서 공적 돌봄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동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정당한 돌봄 비용이 산출될 것이며, 방과후 활동은 아동들이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아동들은 그에 필요한 공간과 보다 나은 선생님들을 만날 멋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부모님이 집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방과 후 활동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아동들은 참여를 하게 될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리고 아동들의 부모님이나 돌봄을 담당하는 종사자들 모두가 적절한 노동 시간 만큼 일하고 가정과 자기 자신을 충분히 돌봐서 아동들과 진정으로 행복한 교류를 하게 될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그런 길로 함께 가고 있다. 어쩌면 막 길을 나선 참인지도 모른다. 벌써 10년이 넘도록 달려왔건만 아직 목적지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묵묵히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맞잡은 두 손이 있다면 우리는 걸어간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52417#09T0

 

지역아동센터, 저비용 장벽을 넘어서자

이제 복지는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복지가 말하자면 '대세'다. 선별복지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하지 않고 하다못해 효율적이지도 못하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낡은 프레임이고, 이는 일정한 사실을 반영

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