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낯선 말, '교육복지'를 아십니까?

2019. 6. 26. 12:57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따듯하고 꾸준한 눈 마주침, 한 사람의 성장을 돕는다

 

김미정 서울시 도봉교육복지센터장

 

 

교육복지, 다소 낯선 단어일 듯하다. 교육도 아니고 복지도 아니니 말이다. 교육복지 이야기는 2003년 시작된 교육복지 투자 우선지역 지원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업은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교육의 기회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일이다. 즉, 이 학생들이 가정환경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평등한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역 교육복지센터를 아십니까?

현재 이러한 사업에서 구심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내가 일하고 있는 지역 교육복지센터이다. 센터는 여러 교육 및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 지역 기관들과 협력해서 학생들에게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2012년에 교육과학부가 5개소를 시범 운영하였고 2013년 16개소로 확대한 후 현재 서울 24개 자치구에 운영 중이다. 2019년에 종로구에 설립되면 모든 자치구에 존재하게 된다. 이 센터들은 서울형 교육복지사업으로 현재는 서울시에서만 구축·운영하는 센터다. 

지역 교육복지센터 앞에는 자치구 명칭이 붙는다. 그래서 내가 활동하는 기관은 도봉교육복지센터이다. 우리 센터는 한 명의 아동·청소년도 놓치지 않고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일선 학교와 지역사회를 결합하는 교육복지 협력망을 구축한다.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은 학교 및 지역사회가 대상 학생을 의뢰하면, 우리 센터는 학생 면담을 통해서 개별 맞춤형 지원 계획을 세우고 관련 기관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몇 개의 사례로 교육복지 사업을 이해해 보자.  

 

▲ 교육복지 사업의 사례들. ⓒ김미정


A양은 무기력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로 의뢰되었다. 초기 면담을 통해 A양의 어머니가 지적장애를 지니고 아버지는 폭언 등 권위적인 방식으로 학생을 양육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A양은 심신이 무척 위축된 상태였다. 우리가 A양에게 우선 제공한 것은 정서 멘토링이었다. 이를 통해 정서적 지지를 느끼게 하고 점차 기초 학습을 지원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A양이 참여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또래 사회성 프로그램, 북한산 생태탐방원의 생명존중 프로그램,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연합 피부미용프로그램, 두빛나래 상담교육연구소 마주보기 프로그램 등이다. A양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나갔다. 그 결과 지금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모색하는 내적 힘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한다.

경찰서에서 의뢰된 학교폭력 가해자 B군은 한부모 가정의 학생이다. 아버지는 사업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오기에 사실상 방임된 학생이었다. B군을 위해서 도봉경찰서와 쌍문동 청소년문화의집, 상담사, 학교 담임선생님이 공동으로 사례관리에 나섰다. B군은 학교 내 벌점 완화 제도인 선생님과 제자의 등산에 담임선생님과 함께 참여했다. 학습 멘토링을 통해 관내에 있는 대안학교에 적응하도록 해서 무사히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감정을 조절하고 방임으로 인한 무너진 기본 생활 규칙과 사회성을 얻기 위해 청소년리더십 사회성 프로그램, 또한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등산학교와 자치구와 교육청의 문화체험 활동에도 참여했다. 나아가 지역 봉사 활동에 참여해 이웃에 대한 공감력도 지니도록 도와주었다.

권역별 통합사례협의회를 통해 의뢰된 C군은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으로 삶의 의욕이 없는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사실상 양육 받지 못하는 환경이다. 이에 심리치료를 통해 C군의 감정과 마음을 깨우는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점차 마음이 안정을 찾아가자 C군이 흥미를 지닌 보컬 수업도 병행했다. C군은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해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학생이었는데, 헌신적인 멘토와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고, 지금은 학교 내 활동에도 참여하고 주위 사람을 돌아보는 마음과 여유를 갖게 되었다. 

D양은 동주민센터의 의뢰로 소개된 학생이다. 어머니가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부부 불화까지 겹쳐 라양 역시 소아 우울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남자 형제도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로 폭력성이 커서 학교 부적응이 심각했다. 이 가정은 가족 집단 프로그램으로 서로를 이해하도록 했고, 어머니에게는 개별 상담 치료와 건강한 양육 코칭을 제공했다. 점차 어머니의 안정은 아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었고, 아이들도 정서 멘토링을 통해 불안감을 줄여나갈 수 있었다.

따듯하고 꾸준한 눈 마주침이 한 사람의 성장을 돕는다 

교육복지 대상의 학생이 겪는 문제는 무척 다양하다. 그만큼 이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일선 학교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 센터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면 불법을 빼고는 모든 자원을 연계하고 협력망을 구축하도록 노력한다. 

앞으로도 교육복지 사업은 중요하다. 이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지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계층이 확대되고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늘어나면서 대상 사업의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제1차 기초생활 보장 종합계획(2018~2020)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기준이 단계적으로 폐지됨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55% 증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업 대상 학생 범위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도봉구는 이미 증가하는 것이 가시화되었다.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에서 거점 역할을 하는 지역 교육복지센터는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맞춤형 통합 지원이 필요하기에 사례관리가 중요하다. 대상자의 개별적 욕구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지원을 연계·협력하는 전문성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휴먼네트워크이기에 사람이 중요하다. 따뜻하고 꾸준한 눈 마주침이 한 사람의 성장과 성숙을 도와준다는 보람을 가지고 오늘도 지역 교육복지센터의 문을 나선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6414#09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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