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국민연금 개편, 늦출수록 후세대 부담 더 커진다

2018. 8. 26. 16:35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40년 후 국민연금 기금 고갈
현행 보험료 9% 유지 불가능
얼마만큼 더 내고 받을지는
국민 토론으로 합의 이뤄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지난주 국민연금기금 소진 연도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진 재정 계산 결과와 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다. 언론은 보험료율 인상을 중심으로 보도했는데,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제안한 개편안의 실제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느낌이다.   
  
국민연금 재정 문제가 어려운 데다, 악화한 재정 상황에 대응하다 보니 개편안이 복잡해졌다. 공개된 재정 안정화 방안이 불명확한 탓도 있다. 이번 4차 위원회에 참가한 사람으로서 개편안의 강약점과 과제를 정리한다. 
  
우선 가장 큰 성과를 꼽으라면 국민연금의 재정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이다. 지난 세 차례 작업에서 재정 목표가 정해지지 못해 재정 안정화 성격도 애매했었다. 이번에는 국민연금의 재정 균형을 의미하는 재정 목표로 ‘70년 적립 배율 1배’를 합의했다. 앞으로 70년간, 즉 신규 가입자가 20세에 가입해서 90세에 사망할 때까지는 연금 지급을 위한 적립금을 1년 치 확보한다는 의미다. 이 목표를 이루면 ‘나중에 받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지울 수 있다고 본다.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현재 소득의 9% 수준인 국민연금 보험료를 16%로 올려야 한다. 2020년에 즉시 이만큼 올릴 때 이렇다. 인상 시기가 2030년이면 18%로, 2040년이면 21%로 올려야 한다. 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연계한 복수의 재정 안정화 패키지를 제안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가)안 대체율 45%/보험료율 12.3%’, ‘(나)안 40%/13.5%’로 소개했다. 보도만 보면, 재정 목표에 필요한 보험료율이 최소 16%여야 하는데 두 안 모두 이보다 낮다. 
  
하나씩 살펴보자. 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액 수준을 가리키는 대체율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2008년 50%에서 매년 조금씩 낮아져 2028년 40%에 이를 예정이다. 마침 올해가 딱 중간인 45%이다. 일부 언론은 대체율 45%를 현재 수준 유지안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재정 계산은 대체율이 낮아질 예정이므로 40%가 기준이다. 재정 목표에 요구되는 필요보험료율 16%도 이에 따른 수치다. 그렇다면 45%는 재정 계산 결과보다 더 재정을 수반하기에 ‘인상안’으로 불러야 한다. (가)안에서 보험료율이 내년에 9%에서 11%로 인상되고, 2034년에 다시 12.3%로 올라간다. 처음 인상분 2%포인트가 대체율 5% 인상을 충당하는 몫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가)안이 제시하는 재정 안정화 방안은 2034년 보험료율 인상분 1.3%포인트가 전부 아닌가? 이것으로 재정 목표가 달성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가)안의 대답은 ‘2034년 이후 재정 계산 때마다 조정’이다. 결국 70년 후 재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종 보험료율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현세대의 보험료 몫이 적기에 후세대 부담이 무척 클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재정 목표에 부합하는 재정 안정화 방안인가라는 근본적 질문도 받을 수 있다. 이후 위원회가 보완해야 할 과제이다. 
  
(나)안은 대체율 40% 체제를 유지하면서, 재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을 17.2%로 제시했다. 1단계로 2029년까지 4.5%포인트를 인상해 13.5%에 도달한다. 이후 나머지 재정을 충당하는 2단계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에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대체율 인하를 조합한다. 조금이라도 보험료율 인상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이 중 수급 개시 연령은 67세를 제안했지만(2043년), 추가 보험료율/급여율의 조합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최종 필요보험료율을 분명히 해 재정 목표에 도달하는 골격은 갖추었지만 2단계의 구체적 경로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 역시 이후 위원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노후 소득 보장도 중요한 주제다. (가)안은 국민연금 대체율 인상으로 부응한다. 여기서는 인상의 계층별 효과가 논점이다. 현행 국민연금에서는 가입 기간이 길수록, 대체로 중상위 계층일수록 순혜택이 크다. (나)안은 대체율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한국형 다층연금체계’를 제안한다. 국민연금에 더해 기초연금을 강화하고 퇴직연금도 연금 형태로 발전시키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번에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애초 재정 계산이 국민연금 중심의 작업인 데다 위원마다 의견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이제 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위원회의 역할은 국민연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리고 국민이 토론할 수 있는 준거를 제공하는 일이다. 앞으로는 국민이 논의 주체이다. 위원회는 남은 기간 개편안을 더 다듬고, 국민은 진지한 토론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출처: 중앙일보] [시론] 국민연금 개편, 늦출수록 더 센 폭탄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