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칼럼] 이제는 녹색 복지다!

2018. 7. 20. 22:5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2018년 세계사회복지사대회가 전하는 이야기







올해 7월, 세계사회복지사대회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최되었다. 2016년에 세계사회복지사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된 이후 2년만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3개의 거대한 협회가 모였다. 국제사회복지사협회(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Social Workers, IFSW), 국제사회복지교육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Schools of Social Work, IASSW), 국제사회복지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Social Welfare, ICSW). 이미 각각의 협회가 2년에 한 번씩 국제대회를 개최함에도 이번에는 3개 협회가 함께 주최했다. 국제적인 중요한 논의를 함께 논의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한 결과이다.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정의'의 문제 

이번 세계사회복지사대회를 준비할 때,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회적 부정의를 강조했다. 사회복지의 모든 영역이 불평등, 빈곤과 관련되기에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는 사회복지 영역에서 피할 수 없는 핵심주제이다.  

첫날 주제 강연자인 메리 로빈슨(Mary Robinsion)도 인간이 만든 재난과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우리가 핵심 아젠다로 만들지를 강의했다(메리 로빈스은 기후의 정의Climate Justice 설립 재단 회장이며 1990~1997년 아일랜드 대통령, 1997~2002년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역임). 1996~2004년 동안 국제사회복지교육협회 회장으로 역임했던 레나 도미넬리(Lena Dominelli) 영국 더럼대학교 교수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세 개의 협의회가 하나의 대회를 구성하려고 했을 때, 국제적 논의의 핵심인 사회적 부정의 (Social injustice) 문제를 어떻게 공론화 할지에 대한 열렬한 논의가 있었다. 그때 오히려 너무도 불편한 주제여서 사회적 정의 (social justice)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 남미에서 많은 사회복지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사회적 정의라는 그 단어를 삭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매번 2년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세계사회복지사대회는 2010년 홍콩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로, 2012년 스웨덴 스톡홀름, 2014년 호주 멜버른, 2016년 한국 서울을 거쳐 2018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 세계사회복지대회 주제는 "환경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의 인간 해결책 (Environmental and Community Sustainability; Human Solution in an Evolving Society)"이다. 전 세계 99개국의 국가에서 2163명이 참여하였다. 한국은 55명이 참가해 참여자 수에서 열 번째였다. 

어떻게 국제적인 이슈로 연결할 것인가?  

한국사회복지통계연감을 보면 2017년까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 94만명에 이른다. 근래 매년 약 7만명씩 늘고 있으므로 올해는 1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훨씬 적을 것이다. 이 중 국제 사회복지사 활동에 등록된 인원은 어느 정도일까? 

사회복지현장에서 직면한 문제들은 국제적인 이슈와도 연결되어 있다. 한국은 많은 사회복지사를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협회에서 영향력은 너무도 미미하다. 많은 사회복지사와 학자들이 국제협회 참여한다면 국제적 이슈와 국내의 이슈가 어떻게 연결될지를 심도있게 고민하고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기관과 사회복지이용자들의 국제사회복지사협회(IFSW), 국제사회복지교육협회(IASSW) 혹은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중 하나에 등록후 개인당 20달러의 연회비를 내면 된다. 그러면 협회 가입비율에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투표권을 지니고 핵심이슈에 대한 발언권도 높아질 수 있다.  

환경적 위기로부터 환경적 정의를 향해서  

올해 대회에서는 4일간 15개 분야에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인간을 위한 복지가 환경 의제와 떨어질 수 없기에 다양한 주제가 기획되었다. 

1) 환경과 지속 가능한 개발의 연계 (Linking Environmental and Sustainable Development)   
2) UN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복지사의 역할 (Role of Social Workers in fulfilling the UN’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3) 소득, 웰빙, 고용과 빈곤 (Income, wellbeing, employment and poverty)   
4) 관계 기반의 실천: 인간관계의 중요성 증진 (Relationship-based practice: Promoting the Importance of Human Relationships)    
5) 증거에 기반한 관여 (Evidence informed interventions)   
6) 지역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강점강화 교육 (Strengthening education to meet the needs of communities)   
7) 정체성, 차별과 사회적 배제 (Identity, discrimination and social exclusion)  
8) 지역사회 개발과 사회적 기업 (Community development and social enterprise)   
9) 건강, 정신건강과 장애 (Health, mental health and disability)  
10) 갈등, 폭력, 이주 및 인신매매 (conflict, violence, migration and human trafficking)  
11) 서비스 이용자들과의 교류 (Engagement with people who use services)  
12) 가족과 아동의 권리 (Rights of Families and Children)  
13) 수명의 관점들과 이슈들 (Life Span Perspectives and Issues)   
14) 휴먼 서비스 기술의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사용 보장 (Ensuring the sustainable and ethical use of technology in human services)   
15) 주요 여성문제의 동향 (Women’s Issues Focused Stream)  

각각의 주제에서 꼭 등장한 게 환경이다. 메리 로빈스은 "기후변화는 사회복지사의 지식과 지역사회복지와 밀접한 관련을 갖기에 사회복지사는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잘 구비된 전문가다"라고 강조하였다.  

특히 이번 대회는 처음으로 레나 도미넬리가 개척한 Green Social Work이 이번 대회에 핵심적인 주제로 언급되었다. 환경과 함께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재난 이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산불, 홍수, 산사태로 인한 문제와 대응 방안을 두고 참여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또한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사회복지사는 어떻게 복지현장에서 실천하고, 또한 학교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한편 환경 의제가 이번 대회 핵심 주제여서 행사 참여자는 다소 불편을 감수해야했다. 특별히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는 책자도 없었다. 모든 이들이 스마트 폰이나 자신의 휴대용 컴퓨터로 행사의 진행 상황을 봤다. 물론 초록이 수록된 책도 온라인으로 접근했다. 

그럼에도 대회가 완전히 친환경적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어서 아쉬움은 남았다. 아일랜드 현지 책임자는 컨퍼런스 주변에 잔디가 좋으니 그곳에서 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점심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락을 제공하겠다고 결정 했다. 그러나 조금 더 환경을 생각했어야 했다. 당장의 편리함을 주었지만, 결국 일회용 용기를 이용한 도시락은 또 다른 환경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었으니. 

사회적 정의에서 환경적 정의로 나아가려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이슈와 함께 환경적 정의의 문제를 고려하려면 한국 사회복지사도 국제적 영역으로 시야를 넓혀 나가야 한다. 우선 국제적 사회복지사 양성에 힘쓰자. 특히 앞으로 그린(green)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요구될 것 같다. 또한,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연구재단도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마리 퀴리(Marie curie) 재단이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각 지역의 호스피스에 연구자를 보내고 이들과 함께 현장의 실무진들이 연구를 병행한다.  

사실 재난이 발생하고 난 뒤에도 다양한 문제가 이어지기에 통합적인 접근이 요청된다. 특히 자연적 재난 혹은 사회적 참사에서든, 사회복지사는 피해자들을 위한 옹호자가 돼야 한다. 이에 어떤 캠페인을 만들어야 할지를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구상하고, 피해자들이 어떻게 일상생활로 회복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4일간 세계사회복지사대회를 보며 부러움과 각오를 함께 느꼈다. 사회복지사들이 사회적 정의에서 환경적 정의로 까지 시야를 넓히고, 다른 나라의 동료들과 폭넓은 대화를 하고 또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조만간 한국의 사회복지사들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회의 일원이 되길 바란다. 


(오승훈 영국 더럼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회원입니다.)


▲ 2018년 세계사회복지사대회 안내판. ⓒ오승훈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204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