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실손의료보험, 손해는 국민이 본다

2017. 7. 26. 15:3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




국정기획자문위가 건강보험 보장과 연계하여 민간 실손보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급격한 보험료 인상으로 가입자의 실손의료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있고, 건강보험 보장 확대로 보험사가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험사 반발도 드세다. 보험사는 실손보험으로 인해 손해율이 100%를 초과한다는 점을 들어 반사이익을 본 것이 없고, 높은 손해율의 책임은 의료기관과 환자의 과잉진료와 도덕적 해이에 있다는 주장을 편다.


보험사의 주장이 일견 타당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의 실손의료보험이 갖고 있는 근본 문제점은 회피한 채 책임 떠넘기기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가 높은 손해율로 손해 보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 하기 어렵다. 의료기관과 환자한테 그 책임을 떠넘기기에 앞서 따져보아야 할 게 있다. 바로, 실손의료보험이라는 상품 자체가 잘못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이해해야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실손의료보험이 애초부터 도덕적 해이를 심각하게 유발하는 상품으로 설계·출시되었다는 데 있다. 법정본인부담금뿐 아니라 모든 비급여 비용을 ‘전액’ 보장하도록 설계되어 의료이용량 증가를 제어할 장치가 전혀 없었다. 출시 초기부터 손해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데도 보험사는 실손의료보험 판매에 매달렸는데 손해율이 높은데도 이익이 남기에 그랬다. 그 비밀은 실손의료보험을 통합형으로 판매한 데 있다. 실손의료보험을 단독형으로 판매했다면 손해였겠지만, 다른 수많은 특약을 끼워 팔았기에 여기서 실손특약의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았던 거다. 실손특약 보험료는 월 1만~3만원 정도인데도 대부분 가입자는 통합형으로 7만~1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보험사가 높은 손해율을 감당하면서도 판매에 매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잘못된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개편 없이 높은 손해율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바른 해법이 아니다.


실손의료보험의 역할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도 필요하다. 실손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충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고 있다. 전 국민의 70% 정도가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의료 불안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보험사는 젊고 건강한 국민만 선별해 가입시킨다. 당장 의료비 지출이 큰 환자, 장애인, 노인 등은 가입이 거부되어 배제되어 있다. 또한 노후까지 보험을 유지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실손의료보험료는 급격히 인상되는데 소득이 사라지는 노인들은 감당하기가 어렵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40살의 실손의료보험료는 80살이 되면 월 6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진료량을 크게 팽창시키는 효과가 있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부추긴다. 이러한 이유로 실손의료보험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 아닌가 판단한다.


이제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건강보험의 보장 확대로 실손의료보험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이 없더라도 건강보험만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의 역할이라면 선택적으로 가입해도 되는 고급의료 수요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역할이 강화되면 국민의 실손의료보험료 부담은 대폭 줄어들게 되고, 보험사가 제기하는 높은 손해율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단, 이때 건강보험 보장 확대가 보험사의 초과이익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실손보험료 인하와 연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와 함께 실손의료보험 상품도 개편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단독형으로만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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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04097.html#csidx200f21875745a36982b2b6e55c12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