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건보 부과체계 정부안, 너무 온건하다

2017. 1. 23. 12:3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보수외소득과 피부양자 부과기준 강화해야


오늘(23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제시했다. 2013년 7월 정부가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꾸린 이후 3년 반만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일방적으로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를 선언한지 2년만이다. 대다수 국민이 절실하게 느끼는 부과체계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는데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다니 한탄이 먼저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부과체계 개혁을 약속한 야당들이 승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자 비로소 보건복지부가 개편안을 발표하는 모양새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보건복지부가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은 건 다행스럽다. 그러나 정부안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으로 가기에는 여전히 더딘 게걸음이다. 정부는 “직장․지역 구분 없는 소득일원화 개편이 가장 이상적이나, 가입자 간 소득파악 차이, 모든 소득 부과의 어려움 등” 단계적 개편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하지만 너무 온건하다. 소득중심의 건강보험 보험료 완전개편을 100이라 하면, 겨우 50정도까지만 개편하겠다는 내용이고, 그조차 3단계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많이 알려진대로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형평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역가입자들은 소득이 없는데도 재산, 자동차, 가족구성원에 각각 건강보험료가 매겨져 원성이 매우 컸다.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었던 송파 세모녀가 건강보험료를 월 5만원을 내야했고, 은퇴한 70대 노부부가 시가 2억짜리 작은 빌라 한 채 있다면 월 13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한다.

반면, 근로소득자일지라도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보수외 종합소득을 가진 고소득층은 연간 7200만원까지는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특혜를 누린다. 또한 피부양제도가 존재해서 금융, 연금, 기타소득이 각 연 4천만원을 넘지 않으면 무임승차한다. 그 결과 보수외 종합소득을 가진 직장가입자 214만명 중 약 4만명만 보험료를 내고, 전체 피부양자 중 279만명이 소득이 있는데도 건강보험료를 회피하고 있다. 이에 지역가입자인 서민들에겐 가혹하고, 고소득층에겐 무임승차의 혜택을 주는 부과방식을 온전히 소득중심으로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매우 컸다.

애초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추진하면서 3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첫째,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로 개편, 둘째, 수입측면에서의 보험 재정 중립, 셋째, 무임승차자 배제. 이 원칙을 기초로 오늘 발표된 정부안을 평가해보자.

첫째, 정부안은 지역가입자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완전 소득중심의 원칙이 천명되지 못한 한계도 지닌다.

정부안은 지역가입자의 부과체계 요소 중 평가소득은 바로 폐지하고, 재산보험료는 1,200만원부터(1단계) 5,000만원까지(3단계) 공제한다. 자동차도 단계적으로 줄여 3단계에선 4,000만원 이상 고가 자동차에만 부과한다. 소득이 없는 세대에는 13,100원에서(1단계) 17,120원까지(3단계)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되 기존보다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하였다.

정부안은 지역가입자에게 완전 소득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소득파악의 한계를 감안하면 적절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이를 통해 지역가입자는 1단계로 1조 2,780억원, 3단계에서는 3조 982억원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2016년 지역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 총액 8.7조원에서 절반 가량이 줄어드는 방안이고, 지역가입자의 77%가 절감 대상이다. 지역가입자 세대별로 보면, 1단계에서 세대당 평균 월 2만원, 3단계에선 월 4.6만원이 경감된다(송파 세모녀의 경우 4.8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하됨).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로 가기위해선 재산, 자동차 기준은 온전히 폐지되는 원칙이 천명되었어야 한다. 그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는 있겠지만, 최종적인 목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둘째, 정부안은 보수외 소득을 지닌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개선했다. 하지만 너무 온건한 방식이어서 훨씬 강화돼야 한다.

정부안은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직장가입자의 보수외 소득의 기준을 현행 종합과세소득 연 7,200만원에서 1단계에서 3,400만원으로 3단계에서는 2,000만원으로 낮춘다.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의 기준도 단계적으로 현행 각 4천만원에서 직장가입자 보수외 소득과 동일하게 1단계 3,400만원, 3단계 2,000만원으로 강화한다.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의 보수외 소득은 그간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이 컸던 대상이다. 하지만 정부안의 기준 금액은 기존보다 개선되긴 하였지만 여전히 높다. 종합과세소득을 2,000만원으로 낮추더라도 일반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크다. 근로소득만을 가진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가입자는 2,000만원의 근로소득에 건강보험료가 월 10만 2천원(절반은 사업주 부담)이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준소득이 종합과세소득이다. 현재 금융소득, 임대소득에서 연간 2천만원 이하는 분리과세소득이다. 만약 두 유형의 소득을 이 금액까지 가진 사람이라면 연간 6,000만원까지 건강보험료를 피할 수 있다. 분리과세되는 금융소득이 연간 2천만원이라면 대체로 금융자산 10억원(금리 2%일때)을 의미한다. 임대소득 역시 2천만원이라면 소유 부동산의 가격이 5억 이상이라 볼 수 있다. 현재 지역가입자는 재산이 1억만 있어도 건강보험료가 월 7만 7천원이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형평하지 못하다.

셋째, 정부안은 재정중립 원칙을 무너뜨린다. 정부안에 의하면 1단계에서는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1조 2,780억원 경감된다. 반면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의 보수외 소득에는 단지 3,691억원이 늘어난다. 그 결과 9089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3단계에서는 적자폭이 더욱 커진다. 지역가입자는 3조 982억원 경감되지만, 보수외 소득에서 추가로 걷히는 보험료는 7874억원이어서 무려 2조 3,108억원의 적자가 발생된다. 재정중립의 원칙을 훼손시키는 건 곤란하다. 정부가 보수외 소득과 피부양자 부과기준을 너무 온건하게 설정한 게 핵심 원인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적극 주창해 왔다. 물론 현실적인 추진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오늘 공개된 정부안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개편 방향을 언급하면서도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 이에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단계적으로 개혁하더라도 1단계 방안이 정부안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수외 소득과 피부양자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1단계에서 바로 2천만원을 적용하고, 3단계는 기준금액을 더 낮추고 분리과세소득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래야 소득이 있으면 보험료를 부과하고, 무임승차를 최대한 배제하며, 재정중립을 지키는 원칙을 구현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미 국회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범위에 종합소득뿐 아니라 퇴직, 양도소득, 상속 증여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민주당, 정의당). 이 소득까지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면, 대략 5조원정도의 재정이 늘어난다. 늘어난 재원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사용한다면, 국민의 추가적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서구 수준의 의료보장을 시행할 수 있다.

오늘 정부안이 발표되면서 부과체계 개편의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정부에게 보수외 소득과 피부양자에 대한 훨씬 강화된 부과체계 개편안을 거듭 요구하며, 이에 동의하는 야당, 시민단체들과 함께 온전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구축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다. <끝>



2017년 1월 23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문서로 내려받기 ---> 


보도자료논평_부과체계_정부안_너무_온건하다2017012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