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5. 16:03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지난 일요일 안철수, 문재인 후보의 정책공약집이 발표되었다. 오랫동안 시민들이 기다렸던 일이다. 그런데 여전히 전체 윤곽을 파악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복지에 필요한 재정규모와 재정방안을 선보이지 않은 탓이다. 두 후보 측이 막바지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복지재정 공약 검증 포인트 세 가지를 확인해 본다.
첫째, 복지공약에 필요한 재정규모가 명확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처럼 공약 수위는 높으나 필요재정 규모는 작아 과소추계 논란이 발생해선 곤란하다. 단순히 기획재정부와의 논쟁 때문만이 아니다. 이제는 실제 복지를 누릴 시민들이 엄중히 검증할 것이고, 박근혜 후보 측 역시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안 후보의 경우 공약집 복지공약 내용으론 필요재정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 보장률, 장기요양 대상자 확대, 장애인연금 인상 등 일부 중요한 공약이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복지공약이 구체적인 문 후보의 경우, 필자의 추정으로 임기 5년째 필요재정이 최소 50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솔직하게 필요재정을 유권자에게 제시하고 그 적절성을 말해야 한다.
둘째, 재정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두 후보가 언급하듯이, 증세를 이야기하기 전에 재정지출 개혁, 조세감면 축소 등 기존 재정조세체계를 손보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 두 영역에서 어떤 항목을 손질해 얼마를 마련할지를 내놓아야 한다.
더 이상 재정지출의 몇 퍼센트, 조세감면의 몇 퍼센트를 일괄 줄이는 방식의 주장은 신뢰를 가지기 어렵다. 매년 예산의 자연증가분을 모두 복지에 사용하겠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없다. 중앙정부가 벌이는 3000여개 단위사업들마다 자연증가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이 중 거의 절반은 지방이전 재원, 복지지출, 이자 상환 등 법적 의무지출임을 직시해야 한다. 토목 분야와 전시성 사업에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지만 4대강사업이 종료된 상황에서 얼마나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GDP의 절반을 재정으로 사용하는 유럽 선진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재정 크기는 GDP의 30%에 불과하다. 애초 빈약해 절감의 여지가 크지 않다.
조세감면 축소도 만만하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노무현 정부 때만큼 국세감면율을 낮추면 2017년에 약 8조원이나 마련된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올해 국세감면율이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한 12%대여서 이 논리가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대기업 세금 특혜가 종종 언급되지만 현재 총 30조원, 174개 조세감면 항목 중 대기업에 제공되는 혜택은 최대 5조원 정도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지출 개혁이나 조세 감면만으론 보편복지 공약에 필요한 재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출 개혁과 조세 감면 영역은 두드리면 돈이 떨어지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두 영역의 재정조달 방안이 포괄적일수록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반대후보의 검증을 이겨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증세 여부와 경로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한 달 후 사실상 국정을 운영하려는 후보가 여전히 ‘필요하면 국민의 동의를 거쳐’ 식의 어법을 사용하는 건 곤란하다. 문 후보는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전향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를 철회해 현재 19%대의 조세부담률을 노무현 정부 때인 21%대로 올려 약 26조원을 마련하겠다는데 실현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민주통합당이 제출한 부자감세 철회법안의 증세 규모가 연 5조원이고 지금까지 알려진 문 후보 측 증세방안도 이와 유사하다. 조세감면 축소액을 포함해도 조세부담률 2%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목표에 조응하는 실질적 증세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단일화가 성사되는 순간부터 짧지만 뜨거운 공약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약한 복지 공약을 가진 박근혜 후보가 야권 후보를 공격할 곳은 복지공약과 재정방안의 불일치 지점이다. 어느 단일화 후보든 이 틈이 넓다면 강한 복지를 주창하고서도 논쟁에서 밀릴 수 있다. 두 후보의 철저한 복지재정 공약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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