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30조원 대 0.5조원, '과세 면제자' 논의의 함정

2016. 8. 21. 16:5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공평과세 확립을 위한 방안 세우는 것에 더 많은 관심 필요해

 

[오마이뉴스 글:홍순탁, 편집:박정훈]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비율 축소가 만능키일까?
pixabay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 많은 종목이 체급별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유도, 레슬링, 복싱, 태권도 등과 같은 격투기뿐만 아니라 역도와 같은 기록경기도 체급별로 진행됩니다. 60kg인 선수와 100kg인 선수가 같이 시합을 하지는 않습니다. 시합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체급이 같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은 다른 분야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이블에 올라오는 대안의 체급이 비슷해야 의미 있는 논의가 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정부, 여당 그리고 재계는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비율을 언급하며 증세를 하려면 과세면제자 축소부터 해야지 법인세는 우선이 아니라는 주장을 폅니다.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문제만 해결되면 심각한 재정 문제가 타계될 것처럼 논의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문제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표1에 나오는 것처럼 2014년의 근로소득 과세대상자 비율은 인원 기준으로 51.9%에 그치고 있습니다. 자세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5년도 비슷한 비율이라고 합니다. 과세대상자 비율이 2013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인원 기준 68.7%, 총급여 기준 91.2%에 도달했는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 및 연말정산 파동의 보완책 시행으로 급격하게 하락했습니다. 인원 기준으로 약 절반 정도가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입니다.

[표 1 : 근로소득 과세대상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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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소득 과세대상 비율
ⓒ 홍순탁


2015년에도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한 대안을 국회에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근로소득공제 축소, 표준세액공제 축소, 근로소득 최저한세 신설, 특별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였으나, 연말정산 파동 후유증 탓인지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중 75%는 총급여 2천만 원 이하, 담세능력 부족해

2015년 국세통계연도(2014년 자료) 상 근로소득자 총급여는 533.7조 원입니다. 과세대상자만 따로 보면, 아래 표2와 같이 418.7조 원의 총급여에서 25.4조 원의 세금을 걷었으니 총급여 대비 유효세율이 6.07%입니다. 이 비율을 그대로 과세면제자 총급여(115.0조 원)에 적용하면 7.0조 원 수준입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상당한 규모입니다.

[표 2 : 2014년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자 및 과세면제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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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소득 과세대상자 유효세율
ⓒ 홍순탁


그런데, 이러한 계산법은 소득구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입니다. 과세면제자 중 총급여 2천만 원 이하 인원이 6백만 명을 넘어 전체 과세면제자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많은 과세면제자에 고소득자가 많은 과세대상자의 총 유효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은 공평하지 못합니다.

이 지점에서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문제의 중요한 측면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근로소득 과세면제자가 많은 이유는 급여가 적기 때문입니다. 세금을 일부러 안 내는 것이 아니라 급여가 너무 작아 내고 싶어도 낼 세금이 없는 것입니다.

총급여 2천만 원 이하는 근로소득 장려세제가 지급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근로소득 장려세제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세금을 걷는 대신 거꾸로 세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한편으로는 근로소득 장려세제를 지급하면서 그 사람들이 과세면제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중 총급여가 2천만 원 이하인 인원(약 6백만 명)이 전체 근로소득자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약 37%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근로소득을 올리지 않고서는 과세대상자 비율을 63% 이상으로 올리기 어렵다는 의미가 됩니다. 최저임금의 획기적인 인상이나 비정규직이나 하청기업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비율 축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과세강화로 얻는 세금, 0.5조원 수준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은 과세 강화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 규모에 있습니다. 위에서 계산한 총급여 대비 유효세율을 적용하는 것의 좀 더 합리적인 대안으로 총급여 구간별로 접근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표2에서 총급여 구간별로 유효세율을 구해보면 1천만 원에서 1.5천만 원 구간은 0.07%입니다. 최고 소득구간인 1억 초과의 경우에 16.5%로 총급여가 많을수록 유효세율이 올라갑니다.

이 총급여 구간별 유효세율을 과세면제자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아래 표3처럼 1.13조 원이 되어, 과세면제자 총급여의 1%쯤이 됩니다. 과세면제자의 최저한세로 총급여의 1%를 과세하는 방안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 방안은 과세대상자와 과세면제자에 동등한 세 부담을 지우는 방안인 셈입니다.

[표 3 : 소득구간별 유효세율 적용 시 세입규모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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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구간별 유효세율 적용시 세입규모 추정
ⓒ 홍순탁


과세면제자는 부양가족이 많든, 의료비와 교육비 등 생계형 지출이 많든,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텐데 과세대상자와 동등한 세 부담을 지우는 방안은 과도합니다. 과세면제자 과세강화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규모로 1.13조 원은 이론적인 최대금액이지만, 공평한 세 부담의 수준은 아닙니다.

과세대상자의 총급여 구간별 유효세율을 100%로 적용하지 않고 50%로 적용한다면 과세면제자 과세강화로 걷을 수 있는 세입규모는 0.57조 원이 됩니다. 여기에서 총급여 2천만 원 이하를 제외한다면 0.53조 원이 됩니다. 대략, 0.5조 원 정도가 과세면제자 과세강화를 통해서 걷을 수 있는 세입규모인 셈입니다.

공평과세 확립을 위한 방안들, 각각 수조 원의 세입조달 가능해

반면, 법인세 원상회복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은 그 규모가 다릅니다. 야당이 발의한 부분 원상회복을 통해서 약 3~4조 원 증세를 할 수 있습니다. 전면적인 원상회복을 한다면 7~8조 원의 증세도 가능합니다. 대기업 공제감면 축소나 고소득자 공제감면 축소는 이미 받고 있는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각각 2~3조원의 증세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자산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한다는 의미에서 비과세되고 있는 소액투자자의 주식양도차익을 전면과세하거나 20%의 세율만 적용되는 대주주 주식양도차익을 종합소득세율로 누진과세 한다면 각각 2조 원 이상의 세입 증대 효과가 있습니다. 비과세 조치를 연장한 주택임대소득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과세하여 걷을 수 있는 세입규모도 상당합니다. 잘 논의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보유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감세조치를 원상회복만 해도 7~8조 원의 증세가 가능합니다.

공평과세를 위한 이러한 방안들과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과세강화를 통해 걷을 수 있는 세입규모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공평과세 확립을 위한 과제는 각각 수조 원의 증세효과가 있으며, 모두 해결된다면 약 30조 원의 증세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안과 0.5조 원 정도의 증세가 가능한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문제를 동급의 문제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른 체급의 선수를 링위에 올려놓고 싸우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입규모 면에서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문제가 법인세 원상회복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근로소득 과세면제자 문제는 물론 중요합니다. 조세의 원칙에서 보면 '국민 개세주의'의 구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공평과세의 원칙에서 볼 때 더 시급하고, 세입규모도 이보다 훨씬 큰 방안들이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증세논의가 의미가 있으려면, 각 방안의 세입규모를 고려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법인세나 보유세의 원상회복, 그리고 소득세에 있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같은 공평과세의 과제들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