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줄곧 법인세 부담 감소? 제대로 따져보니...

2016. 7. 4. 14:4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증가, 이명박 정부 이후 감소




[오마이뉴스 글:홍순탁, 편집:김대홍]



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국회에서 이 문제를 직접 다룰 기획재정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기획재정위원장은 법인세율 인하가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감세만 문제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법인세는 단계적 누진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한 세율 인하추이는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1991년 34%였던 최고세율은 김영삼 정부에서 단계적으로 인하되어 1996년에 28%가 됩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김대중 정부시기인 2002년에 다시 27%로, 노무현 정부시기인 2005년에 25%로 낮아집니다. 마지막으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이를 22%로 인하했습니다.


[그림1 최고 명목세율 변동 추이]

원본보기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 추이
ⓒ 홍순탁


* 자료 : 조세의 이해와 쟁점, 국회예산정책처




명목세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 세부담

이 그래프만 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명목세율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얼마나 세 부담을 하는지입니다. 세법에는 소득공제, 비과세소득, 세액공제, 세액감면 등 세금을 깎아주는 많은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효세율 또는 유효세율이라는 것을 계산해서 실질적인 세 부담을 비교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실효세율 또는 유효세율은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을 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이러한 계산에서 분자에 대한 이견은 크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 부담한 세액이 기준이 됩니다. 보통 분모에 무엇을 사용할지가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자진신고한 기업들의 법인세 결정세액(부담세액)을 그 기업들의 과세표준으로 나누어 실효세율을 계산합니다. 분자인 결정세액(부담세액)에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을 포함하기도 하나, 금액이 크지 않고 지금 논의에서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이 문제는 생략하고 지나가겠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이러한 계산방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존재합니다.

첫번째는 과세표준에 제외되는 금액이 있다는 점입니다. 법인세의 계산구조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표1 : 법인세 계산구조]

원본보기
 법인세 계산구조
ⓒ 홍순탁



위와 같이 과세표준에는 세법상 소득에서 정책적인 고려로 차감하여 주는 비과세소득, 소득공제, 이월결손금이 이미 빠져 있습니다. 정부는 특정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을 깎아주는데, 소득단계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세액단계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실질적인 세부담을 구하는 목적이라면 소득단계든 세액단계든 모든 과정에서 깎아주는 세금을 고려하여 소득과 세금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두번째는 탈루소득과 이에 대한 세금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인세 징수는 자진신고에 의해서도 이루어지지만 세무조사를 통해서도 이루어집니다. 아래 표와 같이 최근에는 세무조사 부과세액이 자진신고된 세액의 약 20%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표2 : 자진신고 세액과 세무조사 부과세액 비교]

원본보기
 법인세 자진신고와 세무조사 비교
ⓒ 홍순탁


* 자료 : 각년도 국세통계연보, 국세청




각종 공제감면과 탈루소득 모두를 고려하려면 국민계정상 기업소득을 기준 삼아야

첫번째 문제는 분모에 과세표준 대신에 세법상 소득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로 이런 방식으로 실효세율을 계산합니다.

두번째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OECD가 국가별 조세부담률을 계산할 때에는 총 징수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자진신고하여 납부한 법인세와 세무조사로 부과한 법인세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총 징수액을 분자로 하면서 분모에 자진신고한 세법상 소득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탈루소득의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좀 더 범위가 넓은 기업소득을 사용해야 합니다. 대안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나마 유일한 대안은 국민계정상의 기업소득일 것 같습니다. 국민계정상의 기업소득과 법인세의 산출기준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념적으로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추이를 비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프 2 : 기업소득의 범위 비교]

원본보기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홍순탁



법인세 총 징수액을 한국은행 국민계정상의 기업소득으로 나누어 산정하는 법인세 부담률에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탈루되는 기업소득이 어느 정도 되는지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대정부가 정책적인 목적에서 신설 또는 폐지하는 각종 소득공제, 비과세소득, 세액공제, 세액감면이 어느정도 되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명목세율은 높은데 법인세 부담률이 낮다면 각종 공제감면이 많은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소득공제나 세액공제가 많지 않다면, 탈루소득이 많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일정수준의 재정수입이 필요한 과세당국은 광범위한 탈루소득이 있다면 높은 명목세율을 유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세행정의 체계가 잡히면서 탈루소득이 줄어든다면 세율을 낮춰도 동등한 세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과세당국은 명목세율을 낮출 수도 있고 특정한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등을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법인세 부담률(법인세 징수액/기업소득)의 추이를 볼 때, 과세행정의 시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2016년에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2017년 3월까지 납부하게 됩니다. 즉, 1년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법인세에는 중간예납이라는 제도가 있으므로 6개월 시차를 보정하는 방법이 더 합리적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기간 보정을 할 때 6개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기에 실질 법인세 부담은 증가해

이렇게 6개월을 보정하여 계산한 연도별 법인세 부담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역대 정부별로 색깔별로 구분해 보면 특징이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에 비해 김대중 정부의 법인세 부담률이 높고,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보다 더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는 큰 폭으로 법인세 부담률이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때도 그 하락추이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프 3 : 6개월 시차를 조정한 법인세 부담률 추이]



 
 역대정부의 법인세 부담률 추이
ⓒ 홍순탁


* 자료 : 법인세 징수액은 국회예산정책처 자료, 기업소득은 한국은행 자료 활용
(※ 법인세 부담률은 [(X년 법인세 징수액) + (X+1년 법인세 징수액)]/2 ÷ X년 기업소득)으로 계산했으며, 빨간색 숫자는 역대정부의 재임기간 5년 단순평균임)



5년 평균은 김영삼 정부 시기 13.6%에서 김대중 정부 시기 15.8%로 올라갑니다. 김대중 정부 때 명목 최고세율의 인하가 있었지만, 법인세 부담률은 올라간 것으로 나옵니다. 소득탈루 감소와 공제감면 축소로 인해 실질 법인세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명목세율을 일부 조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 5년 평균은 16.9%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기보다도 1.1%p 상승했습니다. 2005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7%에서 25% 인하했는데 2006년과 2007년에 법인세 부담률이 18%를 넘습니다. 즉, 노무현 정부 시기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업소득 파악률이 개선되고 공제감면이 축소되어 실질 법인세 부담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었기에 명목세율의 일부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정확충이 필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이명박 정부의 감세

반면 이명박 정부의 세율 인하는 실질적인 세부담 인하로 이어졌습니다. 5년 단순평균 법인세 부담률이 14.6%로 노무현 정부 시기보다 2.3%p 하락했는데 이를 비율로 계산해 보면 13.5%(2.3%/16.9%)에 해당합니다. 2012년에 2~200억원 구간을 신설하여 추가로 법인세를 인하한 이후에는 법인세 부담률이 13% 대까지 하락하여 박근혜 정부까지 그 추세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의 법인세 부담률이 OCED 평균보다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소폭의 조정을 할 수는 있겠으나,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그 폭이 너무 컸습니다.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도 훨씬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더욱 이명박 정부의 감세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정확충이 필요한 시기였다는 점입니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불가피한 시기에 이루어진 감세조치의 결과는 혹독합니다. 실제로, 재정적자가 이명박 정부 5년간 100조원, 박근혜 정부 3년간 90조원 발생했습니다. 2007년말 300조원 미만이던 국가채무는 그동안 2배가 증가하여 최근 600조원을 돌파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00년 이후에 법인세율 하락 추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로는 방향을 전환한 국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인상한 OECD 국가는 캐나다, 이스라엘, 그리스 등 9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제금융위기 이후에도 법인세 감세 조치를 한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법인세를 증세하여 재원확보에 나서야

조선, 해운업 등 산업 구조조정 시기에 법인세 증세가 말이 되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법인세는 소득이 있어야 부과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 회사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는 소급공제 제도를 활용하여 이전에 냈던 세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이나 기업과 법인세율 인상은 무관합니다.

일부 업종의 불황에도 상대적으로 실적이 나은 업종이나 기업은 있기 마련입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2월 결산법인 636개사의 2015년 당기순이익은 2014년 대비 14.9% 증가했습니다. 산업 구조조정과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노동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형편이 나은 기업이 조금 더 부담을 해서 어려운 위기에 처한 기업이 구조조정을 무난히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순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