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덴마크의 노인복지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2016. 5. 22. 16:1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_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출처: 경향신문 2016년 5월 15일자 ‘[행복기행] 예니 할머니의 일주일


경향신문 ‘행복기행’ 코너가 덴마크의 노인복지를 다뤘다. 부러웠다. 나는 얼마 전 시민강연에서 “한국 노인복지에 좌절한다”고 말했다. 노인 중 절반이 빈곤 상태에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우리의 상황은 참담하다(노인 소유 자산을 감안하면 빈곤율이 과대 계산되었다는 지적이 있으나, 그래도 무척 높은 건 분명하다).


2015년 한국의 노인부양비(노인인구/생산가능인구)는 19.6명이다. 고작 5명이 1명을 부양하는 구조인데도 절반 노인이 빈곤 상태에 있다. OECD 평균 노인부양비는 27.6명. 덴마크는 32.2명으로 우리보다 부양비가 높다. 그래도 노인들이 평안히 자신의 노후를 누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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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사를 보면서 번쩍 관심을 끈 건 ‘동네’이다. 노인이 은퇴하는 건 ‘노동시장’일 뿐이다. 여전히 아니 더욱 더 ‘생활세계’가 필요하다. 여기서 자신의 역할도 찾고 사회적 관계도 맺는다. 덴마크에선 시니어코하우징을 비롯해 마을만들기 프로젝트가 일찍 시작돼 열매를 거두고 있다.


어차피 미래 사회가 초고령사회(노인 비중 20% 이상)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면 노인에 대한 개념이 재구성돼야 한다. 노인은 인구학적 의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의제이다. 전자 시각에서 고령화는 공포일 수 있으나 후자 시각에선 우리가 소화할 수 있다. 65세가 넘어도 ‘연성’ 일자리를 비롯해 사회적 역할을 가질 수 있고, 노동시장이 아닌 생활세계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 한국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중요한 이유이다.


물론 노후복지도 중요하다. 생활공동체가 존재한다면 남는 복지 영역은 의료, 연금이다. 의료에선 공적 시스템이 관건이다. 2013년 미국의 의료비 지출 규모가 GDP 16.4%이다. 그러고도 ‘식코’의 나라로 조롱을 받는다. 영국은 그 절반인 GDP 8.5%를 지출하면서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지는사회제도(NHS)를 운영한다. 그만큼 의료에선 지출 관리가 중요하다. 초고령사회에서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공공의료 시스템이 핵심이다. 한국이 주목할 숙제이다.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이 ‘보장성’ 의제로 표현되지만, 사실상 이는 공공의료 구축 운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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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연금은 흥미롭다. 한국에서 연금체계의 핵심 기둥은 국민연금이다. 덴마크에선 국민연금이 없다. 기초연금과 사적 의무연금만 존재한다. 내 관심을 끄는 건 기초연금!


2014년 기초연금 급여율은 평균소득 대비 17.8%이다. 한국 기초연금 20만원은 국민연금 급여율 기준으론 10%이지만 OECD 상시노동자 평균소득(연 4000만원) 대비 6%이다. 덴마크 기초연금은 한국 기초연금의 3배 수준이니 한국 기준으로 따지면 월 60만원이다. 덴마크 기초연금에도 상위계층 감액 조항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게다가 덴마크에선 추가로 보충 기초연금이 있다. 기초연금과 사적 의무연금만으로 소득이 부족한 하위계층 노인에게 제공하는 연금이다. 2014년 보충연금의 급여율은 평균소득 대비 3/4분위 노인에겐 9.3%, 1/2 분위 노인에겐 12.6%이다. 하위계층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과 보충연금을 합한 급여율이 약 30% 안팎에 이른다. 한국 기초연금 급여율 6%의 5배 수준이다(금액으론 100만 원 가량이다).


국민연금은 없다. 공적연금으론 기초연금과 보충기초연금이 전부다. 대신 사적 의무연금이 있다. 사적 연금의 핵심은 산업별 단체협약에 따라 실시되는 사실상 의무적 연금인 퇴직연금이다(이와 별도로 ATP로 불리는 소득비례연금이 있으나 미미한 편이다). 보험료율은 기업에 따라 12~18%이고 평균 급여율이 46.3%에 달하는 강력한 연금이다(사용자 2/3, 노동자 1/3 부담). 그 결과 기초연금과 사적 퇴직연금이 합쳐진 의무적 연금의 총급여율은 67.8%로 OECD 평균 52.7%를 웃돈다(OECD 연금급여율 수치를 볼 때, 공적연금 급여율과 의무적 연금 총급여율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정리하면, 하위계층 노인은 기초연금과 보충기초연금으로, 중간계층 노인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노후소득을 마련한다. 덴마크 노인빈곤율? 4.6%이다. OECD 2015년 연금보고서에 수록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9.6%이고(2009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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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기초연금, 의료복지는 어떻게 가능할까? 세금이다. 2014년 덴마크는 다른 세금을 모두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50.9%로 세계 1위이다(2위는 프랑스 45.2%). 우리나라는 24.6%, 딱 절반이다.


특히 덴마크는 지구상에서 소득세가 가장 센 나라이다. 2015년 소득세 최고세율이 55.8%. 한국 41.8%보다 높다(중앙정부 38% + 지방소득세 3.8%). 소득세에서 또 중요한 건 적용 대상이다. 평균소득 기준 1.2배 소득자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한국은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1억 5천만 원은 평균소득 대비 4.2배이다. 최소세율도 낮지만 이 세율이 적용되는 사람도 적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덴마크가 2014년 걷은 소득세 규모가 무려 GDP 27.7%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꿔 ‘세금폭탄’ 논란이 벌어진 덕택에 한국의 소득세 비중이 2013년 GDP 3.7%가 2014년 4.0%, 2015년 4.3%(추정)로 늘어났으나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두 나라이다. 대신 덴마크에선 사회보장기여금이 없다. 기초연금, 의료 등 복지지출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한국의 사회보장기여금은 2014년 GDP 6.6%이다. 이것까지 포함해도 한국의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은 GDP 11% 수준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