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6. 16:54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남재욱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팀장,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주최 청년 토론회서 발제
정의당 청년 실업정책 제안 “전방위적 사회안전망 확충, 노사정 설득할 논리 필요”
“작년 말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있었던 20대 희망퇴직은 청년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었다. 해법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규직 시대가 끝날 수 있다.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에 이어 ‘고용보험이야말로 청년보험’이라는 청년들의 대중운동을 기획하고 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이 청년 실업정책 토론회에 나와 청년 고용불안에 대해 논평한 말이다.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미래정치센터가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실업안전망 개혁 및 청년급여 신설에 대한 토론회 ‘논란의 청년정책, 첫 단추를 다시 꿰다’를 열었다. 오는 총선에 대응해 각 정당이 청년 정책을 바쁘게 내고 있는 가운데 정의당이 청년 실업안전망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청년 정책 접근 방향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청년세대가 당면한 현실은 비정규직·불안정 노동이 증가하는 고용시장, ‘20대 중반 취업, 결혼, 양육, 내 집 장만, 퇴직, 노후’로 이어지지 않는 변화된 삶의 주기, 여기에 부실한 사회안전망까지 더해진 전방위적인 ‘삶의 위기’다.
▲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미래정치센터가 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실업안전망 개혁 및 청년급여 신설에 대한 토론회 ‘논란의 청년정책, 첫 단추를 다시 꿰다’를 열었다. 사진=미래정책센터 제공 |
조 소장은 “단순히 청년시기에 국한하여 지원한다든지 그 방식을 현금급여를 단순지급하는 방식으로는 청년층이 처한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층의 삶의 위기를 사회가 집단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 만성화된 실업에서 초래되는 위기와 불안을 해소하는 것으로 고용보험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래정치센터가 제시한 일자리 사회안전망의 골자는 △고용보험 개혁(실업급여Ⅰ) △실업부조 도입(실업급여Ⅱ) △청년급여 도입 △기업고용책임세 도입 등으로 요약된다. 센터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내몰린 청년들을 대폭 축소하는 개혁안을 실업급여Ⅰ이라 분류했고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실업자들을 위한 실업부조를 실업급여Ⅱ이라 이름 붙였다. 센터는 실업급여Ⅱ 중 만15~34세 청년층에게 특화된 청년 실업자 부조 제도로 ‘청년급여’를 제시했고 이들을 위한 재정마련안으로 고용보험료 계정을 신설해 기업으로부터 세수를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저임금·불안정노동·상시적 해고→실업→빈곤’ 악순환 깨려면 전방위적 사회안전망 필요”
현행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는 광활하다. 고용보험 가입자 중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은 20%에 불과하고 전체 60.8% 고용비중을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체와 1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12년 기준 각각 36%, 63%에 불과하다. 자발적 이직자와 방송작가, 보험영업사원, 프리랜서 등 고용형태에서 종속성이 인정되지 않은 직군, 그리고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 등은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다. 조 소장은 “방송, 드라마작가,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으로 청년들이 진출하고 있음에도 이 영역에서 실업에 대한 청년들의 공포가 해소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고용 종속성이 명료하지 않은 직군을 ‘특수고용직’으로 분류하고 이들과 자발적 이직자, 아르바이트 재학생을 급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대 6개월간 최대 129만 원을 주는 실업급여 수준을 최대 1년간 최대 월 150만 원으로 늘려 효과를 현실화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저소득층 실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지원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미래정치센터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못 지 않게 보험의 대상조차 되지 않음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빈곤에 처하는 청년문제도 지적했다. NEET라 불리는 구직단념자 및 장기실업자, 최초실업자, 취업준비생, 월 15시간 미만 아르바이트 청년 등이 해당된다. 자영업자, 구직 이력이 없는 자,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종료된 자 등도 고용보험의 바깥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월 28.4만 원 수준의 훈련수당을 2~3개월 받는 것이 전부다.
발제에 나선 남재욱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팀장은 “중위소득 60% 이하인 이들에게 최대 1년간 월 50만 원 등의 지원을 하는 실업부조 제도를 제안한다”며 “정부가 일정 금액을 고용보험 기금에 투입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부조에 따른 도덕적 해이는 부정할 수 없는 문제로, 권리와 의무의 조화에 기초한 통합적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점에서 미래정치센터는 청년층에 특화된 프로그램 ‘징검다리 패키지’를 내세운다. 청년층의 경우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해 중위소득 100%로 수급자의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최초 수급 후 당장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고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비활성화 기간’ 3개월을 둔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 기조인 “당장 일자리를 얻어서 돈을 벌라는 것”과는 상반된다.
청년급여 정책 설계에 힘쓴 정미나 미래정치센터 전문위원은 “일대일 사례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훈련자의 실질적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단게적으로 도입하는 ‘느슨한 방식의 취업훈련제도’를 적용할 것”이라며 “민간 학원에 위탁하지 않고 지역 대학을 이용할 계획”이라 말했다.
서울시·성남시 청년수당과는 다른 ‘청년급여’, 단계적 재정조달안 가능해
이날 토론회에서는 “선거만 되면 여기저기서 청년 정책을 남발한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돌려 말하면 정의당의 청년정책이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구체성과 현실가능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관건은 제도설계 및 재정확보방안이다.
미래정치센터는 노사정이 모두 부담을 공유하는 고용보험료 인상, 정부 재정 투입 확대, 기업고용책임세 신설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 전문위원은 “노사가 각 0.35%씩 추가부담해 전체 고용보험료율을 2.0% 인상 하면 총 3조2천억 원을 추가 징수할 수 있다”면서 “현재 GDP 대비 노동시장지출 0.6%를 1%로 상향하면 6조9천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3년 기준 덴마크의 노동시장정책 지출비중은 3.5%, 독일 1.7%를 기록하는 반면 한국은 0.57% 수준이다.
▲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위원이 토론회에 참가해 미래정치센터의 정책의 의의와 한계를 지적했다. 사진=미래정치센터 제공 |
정 전문위원은 기업고용책임세에 관해서는 “대기업이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고 인적자원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300인 이상 기업 중 비정규직 고용규모에 따라 임금의 1%를 징수하면 연간 약 3200억원을 징수할 수 있고 이는 실업부조로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가한 패널들은 미래정치센터의 안에 대해 “다른 연구자료를 베끼거나 대책이 없는 여타 정책과는 다르게 짜임새 있는 정책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청년급여 신설, 기업고용책임세 도입 등에서 제도설계 및 재정확보방안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 이유에서다.
노·사·정 모두 어떻게 설득해낼 것인가… 논리, 설계 필요
그럼에도 구체성과 현실가능성에 대한 지적인 제기됐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위원은 징검다리 패키지에 대해 “이 안도 대학연계만 설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이지 못하다. 현행 일반대학의 과잉화된 평생학습기관 등에 재원을 낭비하기보다는 폴리텍대학과 같은 국립교육기관을 확장하는 등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취업지원서비스 성과를 피드백할 수 있는 모니터링체계가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업고용책임세에 대해서도 이 연구위원은 “무분별한 목적세를 신설하기보다 정의당이 제안해왔던 ‘사회복지 목적세’로 일원화하고 여기에 고용보험료 계정을 신설하여 재원을 투입하는 게 더 실효성 높을 것”이라 지적했다.
증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설득의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설득의 논리를 제대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실상 사회보험료는 지난 3년간 0.2% 올랐다. 이점을 같이 말해도 좋을 것”이라 말했다. 정경은 정의당 정책연구위원도 “고용보험 올리는 데 노사가 다 반대했던 기록이 몇 건 있다”며 “실업급여는 정규직이 쓸 일이 많이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론화 과정에 대해서도 정 연구위원은 “정의당은 급진적 목소리를 내는 걸 고민해야 한다”면서 “주거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전적으로 한 지역에 청년 10명을 텐트치게 해서든 의제를 이슈화시키고 투쟁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은 “제안은 좋지만 청년 위기에 대한 실태가 없다”며 “임금실태, 노동조건 실태 등 청년이 위기면 뭐가 위기인지, 다양하게 구체적인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았다. 청년 문제에 있어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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