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액 삭감 중지하라

2015. 10. 21. 16:23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 논 평 >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액 삭감 중지하라

내년 예산안에 법정금액보다 1.3조원 축소 책정




박근혜정부가 또다시 내년도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액을 대폭 삭감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의 20%(일반회계 지원 14% + 건강증진기금 6%)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을 보면 건강보험료 수입의 16.8%만을 지원하고 있다. 부족한 국고지원금은 고스란히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된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내년도 예상 건강보험료 수입액이 42조 1,733억이다. 따라서 정부지원 총액은 이 수입액의 20%인 8조 4,347억원(일반회계 5조 9,042억+ 건강증진기금 2조 5,304억원)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7조 974억원(일반회계 5조 2,060억원, 건강증진기금 1조 8,914억원)으로 지원해야할 금액의 84.1%만을 책정했다. 1조 3,373억원이 부족한 금액이다. 법상 취지인 건강보험료수입의 20%가 아니라 16.8%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매년 되풀이돼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국회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지원 부족액을 누적 계산하면 무려 총 10조 5,341억원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여전히 60% 초반대에 머무르고, 의료비 불안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가 정부가 재정책임을 다하지 못하는데 있다.


정부가 매년 반복적으로 국고지원을 축소하기 위해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의 허점을 악용해 왔다. 현행 건강보험법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정부는 매년 건강보험의 예상수입액을 실제보다 과소 예상함으로써 국고지원액을 축소해왔다. 심지어 국고지원액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료 수입을 노골적으로 축소 추계하는 경우가 많았다. 건강보험료 수입은 매년 증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년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을 올해 건강보험료 수입액보다 적게 추계해왔던 것이다.


그간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차기년도 건강보험료율과 재정추계가 매년 말에 정해진 탓에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은 그보다 먼저 이루어져 왔다. 정부가 국고지원액 과소 책정은 이러한 점을 악용한 편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건강보험공단의 차기년도 보험료율과 재정추계는 정부의 예산계획 이전에 이루어지도록 변경되었다. 이제 정부가 임의적으로 예상 보험료 수입액을 축소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올해에도 정부는 어김없이 국고지원액을 축소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내년도 예상 보험료 수입액이 42조 1,733억이다. 그간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일반회계에서 14%인 5조 9,043억원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조정계수라는 방법으로 멋대로 7,040억원을 삭감했다. 건강보험의 국고지원액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조정계수는 현행 건강보험법상 전혀 근거가 없다. 정부가 국고지원액을 줄이기 위해 멋대로 칼질을 한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재원의 6%를 지원하도록 하는 건강증진기금의 문제도 심각하다. 건강증진기금은 담배세에 부과되는 세금인데, 건강보험 재원 지원은 건강증진기금의 65%를 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그 결과 국민건강증진법상 건강보험 재원의 6%를 건강증진기금이 지원토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수준인 3%정도에 그치고 있다. 건강보험료 수입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담배세에서 들어오는 건강증진기금은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담배세 대폭 인상으로 건강증진기금도 증가했다. 그 결과 건강보험 지원액은 올해 약 1조 5천억원에서 내년 1조 9천억으로 증가했다. 그렇더라도 건강증진기금이 건강보험 재정의 6%(내년도 기준 2조 5천억원)를 지원하도록 하는 규정에도 턱없이 못미친다.


그런데 정부는 담배세 인상으로 내년 건강증진기금의 지원규모가 늘어나자, 대략 그만큼을 일반회계에서 삭감해버렸다. 그 결과 일반회계에서의 국고지원은 올해 5조 5,788억인데 반해 내년에는 5조 2060억원으로 축소된 것이다. 황당할 따름이다.


정부 멋대로 국고지원액을 삭감하는 일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심지여 정부 예산안 제출 이전에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이 정해졌는데도 이마저도 임의로 무시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관련 법 규정을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 바로 국고지원 사후정산제 도입이다. 이는 예상보험료 수입기준이 아니라, 사후에 확인된 실제 건강보험료 수입 기준으로 국고지원액을 정하는 제도이다. 국고지원 사후정산제는 그간 국회에서 매년 논의되어 왔지만, 새누리당과 정부의 반대로 번번히 좌절되었다. 올해에도 국회에서는 다시 국고지원액을 사후정산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에 담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 조항도 보완돼야 한다. 이 조항은 내년 말까지 한시규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고지원을 더욱 줄이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내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국고지원에 대한 한시규정 자체를 폐기하여 지속적으로 국고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이 정비돼야 한다. 다행히 어제(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일몰 규정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 합의를 존중하고 국회는 반드시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를 확정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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