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실손보험료 폭등 초래할 보험산업 로드맵

2015. 10. 20. 15:2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실손보험료 폭등 초래할 보험산업 로드맵

 

 

 

 

어제 19일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규제를 대거 폐지하는 내용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표준약관제도를 폐지하고, 보험사가 보험료도 자율적으로 결정해 보험상품의 질적 경쟁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조치로 당장 실손의료보험 등에서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가 위험률 조정한도를 내년부터 폐지하겠다고 한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단계적으로 내년에는 30%, 내후년 35%로 완화하고 그 이후엔 폐지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엔 30%, 내후년엔 35%까지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는 갱신할 때마다 폭등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부채질하는 로드맵이다.

 

종종 보험료 인상의 근거로 위험손해율 악화를 주장하지만, 이것이 보험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손해보며 파는 장사꾼은 없다. 현행 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에는 각종 정액형 특약들이 끼워져 있다. 실손특약보험료는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지만, 다른 특약은 위험손해율이 80%내외여서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위험손해율은 보험료 중 보험회사 몫인 사업비를 제외한 보험료에서 실제 지출된 보험료를 말한다. 위험손해율은 원래 100%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면, 위험손해율이 100%가 되지 않는 다른 특약 보험료는 내려야 마땅한 이치다. 그런데 정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없애버림으로써 보험료 폭등을 유도하고 있다. 가입자의 부담만 늘리는 정책이다.

 

표준약관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문제다. 그간 정부는 표준약관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로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왔다. 표준약관제도란 동일한 보험상품이라면 보험사가 다르더라도 동일한 약관을 적용하는 제도다. 보험상품은 보장내용과 방법이 매우 복잡하여 가입자가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여기에 보험사마다 약관 내용이 다르게 되면,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가 더 어려워져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것이다. 현행 표준약관을 시행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조차 보험가입자가 상품의 내용을 잘못 이해한 채 구매해 보험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보험상품이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표준약관제도는 모든 상품이 아니라 일부 상품에만 적용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보험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표준약관제도를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자동차와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표준약관을 폐지하는 대신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보험회사의 입맛대로 약관이 좌우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번 정부정책은 보험소비자의 권리는 더욱 줄이고, 보험사의 이익과 횡포는 키우는 정책일 뿐이다. 비록 소비자 보호도 제고하겠다고 하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적 규제는 모두 철폐해 놓고, 사후에 보완하겠다는 정도다. 궁색한 변명이다. 지금도 보험금 지급 거부, 보험사기 협박 등 보험사의 횡포에 피해를 호소하는 가입자들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제기되는 보험민원의 대부분이 보험사의 횡포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에는 취약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에 대한 고려나 보호는 찾아보기 어렵다. 노후 불안, 의료 불안으로 인해 민간의료보험에 내몰리고 있다. 가구당 민간의료보험료 지출은 2008년 월 18만원에서 2012년엔 28만원까지 증가했다. 단 4년만에 10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젠 민간의료보험료 부담이 등골이 휠 지경이다. 그런데 정부는 보험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명분하에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지체시키면서 국민들의 민간의료보험료 지출은 늘리는 정책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정부가 우선 해야할 정책은 보험산업 활성화가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튼튼히 하는 일이다. 이번 보험산업 활성화 로드맵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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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논평)_보험산업로드맵폐지하라2015102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