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건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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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술값 내는 사람과 세금 내는 사람
이건범 |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7년 전쯤에 난 몹시 어려웠다. 경영하던 회사가 나의 무모한 사업 확장 때문에 4년 동안 휘청거리다 결국 문을 닫고 쫄딱 망한 뒤였다. 창피하다고 일부러 숨어 지내지는 않았다. 사업에 망했다고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지 않을 버릇하면 그 세계에서 매장당하니 일부러라도 나갔지만, 그보다는 친구가 필요해서 그랬다. 힘들거나 즐거웠던 기억을 함께 끄집어내어 나누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일만큼이나 삶의 활력소 노릇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친구가 필요하다. 자잘한 정보가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위안을 받을 때도 있으며, 내가 여전히 그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제야 말하지만, 당시 어느 ..
2013.09.01 -
[경향, 문화와 세상] 세상에서 가장 오묘한 상품
[문화와 세상]세상에서 가장 오묘한 상품 이건범 | 작가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이 상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맘대로 당장 쓸 수도 없다. 아니, 억지로 쓰려면 쓸 수야 있겠지만 기분 좋은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꼬박꼬박 돈을 지불하며 이 상품을 사고, 하나만으로는 안되겠는지 여러 개를 구입하기도 한다. 보험 이야기다. 나는 인간이 만들어낸 상품 가운데 보험이 가장 오묘하고 신기하다고 탄복한다. 눈앞에 실체도 없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야겠다고 돈을 쓰니. 이런 까닭에 보험을 꺼리는 사람이 꽤나 많다. 그러나 바라지 않는다 하여 위험이 당신만을 피해 가지는 않는다. 난 원래 근시가 심한 편이었다. 그래도 사업을 시작했던 30대 초반까지는 농구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창..
201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