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보수가 무상급식에 계속 시비거는 이유

2015. 3. 22. 20:47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12]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

 

 

 

 

한동안 잠잠했던 '무상급식' 논란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이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이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무상급식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2011년 시장직까지 걸며 무상급식을 공격했다. 그 후 주민투표 무산 이후 오 시장은 사퇴했고 무상급식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경남도가 경남도교육청에 무상급식 지원 예산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면서부터 무상급식 2라운드가 시작됐다. 경남도교육청은 "법 규정에도 없는 월권행위"라고 맞섰고, 경남도는 "감사 없는 예산 지원은 없다"며 압박했다. 경남도는 결국 이를 빌미로 무상급식 중단을 결정했다. 논란이 일자 홍준표 경남지자는 자신의 SNS에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란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이번 '무상급식 2라운드'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오 위원장을 지난 18일 만났다. 다음은 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무상급식 감당하기 힘든 상태에서 역공이 시작"

- 경남도가 4월 1일부터 무상급식을 중단하면서 보편적 복지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보는가.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이 시작되고 이후에 다수의 시민들이 무상급식을 원하니까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무상급식이) 결정되었죠. 보수진영에서는 그전부터 보편복지가 탐탁지 않았지만 대세에 밀려서 무상급식을 해 온 거고요.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는 늘어나는데 세입은 그대로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 무상급식을 비롯해서 복지를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태가 된 거죠. 그러니까 '무상급식을 공격할 좋은 기회다, 지금 예산이 부족한데 굳이 무상급식까지 할 필요 있겠나'라고 하면서 역공을 시작하는 거죠."

-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로 실패했는데 왜 다시 꺼낸걸까.
"오 시장이 2011년에 무상급식을 막겠다고 나섰고 주민투표까지 했잖아요. 그런데 그쪽 사람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면 그들 생각은 '오 시장이 진 게 아니다'예요. 왜냐면 주민투표를 했으나 시민사회의 거부로 투표율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투표함을 못 열었거든요. 그래서 그들은 '제대로 투표해서 투표함만 열었다면 누가 이길지 몰랐다, 그런데 투표거부 운동하는 바람에 서울 시민들의 민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요. 그러나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었잖아요. 그래서 물러났지만 민의가 확인됐다고 생각을 안하는 거죠. 

홍준표 경남지사도 보수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잖아요, 여기에 예산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니까 지금 이걸 문제제기하면 시민들이 '예산이 부족한데 굳이 무상급식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해 지지해 주지 않겠냐는 정세 분석을 하고 있는 거죠."

- 경남도는 무상급식에 쓰이던 예산을 서민층에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보나.
"지금 무상급식에 경남도가 지원해야 할 돈이 6백억 원 정도 되는데 그걸 안 주는 대신 서민들에게 1년에 50만 원 정도의 복지카드를 주겠다는 거예요. 물론 서민들에게만 복지카드를 주면 시민단체에서는 낙인 효과가 난다고 비판하잖아요. 그런 비판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취약계층에게만 주는 복지가 별도로 생기는 거니까 서민층에게는 좋은 거죠. 그러나 홍  지사의 방식엔 문제가 있어요. 도민들에게 무상급식와 서민층 지원을 양자택일 구도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요. 이런 방식 말고 무상급식은 그대로 하고 서민층에게 추가지원이 필요하면 그걸 하면 되는 거죠.

지금 경남을 비롯한 지자체 예산 부족의 원인은 무상급식이 아니라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을 보조하고 있지 않은 중앙정부에 있죠. 지자체는 작년부터 기초연금을 두 배로 올려서 지급하고 있잖아요, 박 대통령 공약이죠. 그러면 그것을 주기 위해 매칭 비용이라고 해서 지자체 돈도 두 배로 추가 지원해야 하는데 안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지자체 예산도 팍팍한 거예요. 제가 <경향신문> 칼럼으로도 썼지만, 홍 지사는 무상급식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싸워야 해요. 예산을 확보해서 무상급식은 그대로 하고 서민층 추가 지원도 하는 게 정답이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8일 오전 경남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나 무상급식 예산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뒤, 복도를 걸어나오면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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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측이 선별복지를 하려는 이유를 뭐라고 보나.

"보수 측에선 부자들에게까지 왜 복지 혜택을 주냐고 하잖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럴 듯 하죠. 일리는 있는데 보수 쪽이 선별복지를 하려는 이유는 서민들에게만 복지를 하게 되면 상류계층은 복지를 안 받으니,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명분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복지를 다 받으면 버는 만큼 세금을 다 내야죠. 세금 많이 내고 복지 받으면 손해잖아요. 보수진영은 복지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복지를 더 받으면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선별복지를 지향하는 거죠. 결국 세금논쟁에서 자신이 유리한 지형에 서기 위해 선별복지를 주장하는 거라고 봅니다."

-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요즘 아이들은 가난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당당히 받으려고 한다"고 하던데.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러나 모두가 같진 않잖아요. 일부 아이라도 그것 때문에 불편해 하거나 자존심이 상하고 위축되면 교육적으로 안 좋잖아요. 그래서 이 의원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할 수는 없죠."

- 의무교육도 똑같은 이치지만 교육을 선별적으로 하자고 안 하는데, 이유가 뭘까.
"보수진영도 교육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받고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까지 지적하면 자기들이 고립되는 걸 알죠. 그러니까 홍 지사가 '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냐?'고 얘기하잖아요. 교육은 나라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데 밥은 각자 해결하라는 거죠. 진보진영은 급식도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으로 보는데 보수진영에서 급식은 교육과 다른 영역이란 식으로 보는 거예요."

- 일각에서는 네이밍을 잘 못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무상급식이란 건 세금으로 하는 건데 '의무급식' 등으로 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동의합니다. 국민들도 무상급식이 사실 의무급식이란 걸 알아요. 그래서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보지만 이게 본질적인 건 아니에요."

"복지과잉과 나태는 별개의 사안이에요"

-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증세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하는데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고 보나.
"물론 담뱃값 인상이 있지만 표면적으로 지금 증세가 없잖아요. 증세가 없다는 건 현 정부기조인데 복지를 감당 못하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했던 지출개혁, 지하경제 양성화 등도 무척 중요해요. 그러나 이것만으론 필요한 재정의 조달은 부족해요. 그래서 증세를 하자는 거예요. 사실 박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가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한다고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2년이 지나고 국민들도 증세 없이 복지 확대가 어렵다는 걸 알았어요. 때문에 증세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어떤가?
"우리가 OECD에 가입했으니까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는 절반 수순이고 OECD 회원국 중 복지가 가장 발달한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3분의 1입니다."

 

 
 경남도의회가 지난 19일 오후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여부와 관련된 결정을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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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측에서는 "북유럽은 국민소득이 높아서 우리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국민소득이 3만 달러 가까이 되는데 2만 달러만 넘으면 복지국가를 하기 위한 절대적 수준을 넘었다고 봐요. 문제는 이 안에서 이 돈을 어떻게 재분배할 것이냐죠. 예를 들어 우리는 무상의료가 안 되잖아요. 그럼 우리가 의료비를 덜 쓰냐, 그것도 아니에요. 민간 보험에 내고 본인이 감당하잖아요. 무슨 말이냐 하면 나라에서 제공하는 복지가 적을 뿐이지 이미 사교육, 사의료, 사연금, 사주거에 돈을 많이 쓰는 거잖아요.

이 돈을 세금으로 거둬서 복지에 쓰자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력의 총량은 충분해요. 그러나 그 총량을 다른나라는 복지에 쓰는 반면 우리는 시장을 통해 자기가 직접 구매하고 있다는 거죠. 때문에 국민소득이 낮아 복지를 할 수 없다는 건 틀린 주장이에요. 정확히 얘기하면 경제력은 복지국가를 할 만큼 되었는데 복지를 원하는 세력의 힘이 약해서 못하는 거예요."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리스를 예로 들면서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주장하던데.
"들으면 그럴 듯해 보여요. 복지과잉이 문제라면 스웨덴 등 북부 유럽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해야 돼요. 왜냐면 그곳 복지수준이 가장 높아요. 그리스 등 남부유럽은 복지수준이 높진 않아요. 복지가 문제라면 북부유럽이 문제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부정부패나 나태가 없죠. 책임감 있게 세금을 내고 공적으로 관리하니 나라가 투명해지죠. 복지과잉과 부정부패와 국민 나태는 별개의 사안이에요. 옛날엔 '복지가 많아지면 일을 안할 것'이란 통념이 있었잖아요. 그런 생각에 기대서 이런 말을 하는 건데 근거가 없죠."

-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으로 촉발된 복편적 복지 논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저는 우려를 해요. 왜냐면 2010년 무상급식이 뜰 때는 사람들이 큰 걱정은 안 했어요. 박   대통령도 증세 없이 복지를 하겠다고 하고 야당도 4대강이나 부자감세 안 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무상급식은 진행되지만 재정은 안 생기는 거죠. 따라서 보통의 시민들이 홍 지사의 무상급식 공격에 현혹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예산이 나올 지 확실한 비전을 마련해야 해요. 증세 논의가 필요한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