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0. 17:13ㆍ내만복 교육(아카이빙용)
이건범 운영위원이 자신의 청장년 경험을 담은 책 [파산]을 펴냈다. 한글문화연대 대표이기도한 이건범 운영위원은 여러 어려움마다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이겨냈다 말한다. 인간의 한계, 모순성에 대한 그의 성찰 , 그리고 벼랑에서 이겨낸 그의 의지가 놀랍다.
몇 년 전에 낸 [내 청춘의 감옥]도 그랬듯이, 감옥도 파산도 그에게는 명랑 이야기가 된다. 사람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 회의해본 사람, 결국 모두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지금 믿음과 희망이 절실한 우리에게 큰 선물이다. 아래는 시사인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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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를 위한 ‘파산의 추억’
2006년 1월, 저자는 노동부 서울남부지방사무소에 ‘임금 체불’ 조사를 받기 위해 갔다. 20년 전, 구로공단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주의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그가 기습적으로 화염병을 던졌던 곳이다. 그런데 20년 만에 ‘악덕 기업주’가 되어 이곳을 다시 찾았다.
한데 반전이 있다. 종업원들에게 진정서를 넣으라고 한 것은 저자 자신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직원들이 체당금(노동부가 임금을 일시적으로 대신 지불하게 하는 돈)을 받게 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여차하면 기업주로서 구속될 수 있는 위험까지 있었지만 회사의 파산을 앞두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직원들을 챙겼다. 재고 자산 중 판매가 가능한 것들을 직원에게 나눠 주었다. 건물 매각 등 현금화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팔아서 거래처 채무를 청산했다. 그리고 남은 빚 50억여 원을 떠안았다. 파산 후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파산에 이르기까지 그는 많은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그 고통을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던 때 치안본부(지금의 경찰청) 대공분실에 끌려가 심문을 받으면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지 않도록 머리를 쥐어짜며 수사관과 신경전을 벌일 당시만큼이나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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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범 제공 파산 경험을 책으로 쓴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
민주화 운동을 했던 그는 기업을 세우면서 ‘사람 사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창업정신은 세 가지였다.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기업 경영에서 성공할 수 있다’ ‘민주적 의사소통이 분명 업무 효율과 개인 능력을 높여줄 것이다’ ‘기업 가치와 개인 가치를 추구하며 열심히 일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나름 승승장구했다. 연매출은 100억원이 넘었고 직원도 120명까지 늘었다. 전도유망한 IT 기업가로 언론에 소개되었고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주5일 근무도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시행했고 직원들이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 분위기도 자유롭게 조성했다. 그러나 결국 회사는 파산했다.
마지막까지 직원들과 거래처를 챙기고 사람을 남긴 이 기업가는 재기했을까?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안 했다. 그는 책을 쓰며 사회운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글문화연대 대표이자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실행위원인 이건범씨의 이야기다.
그는 “기업가로서 나는 부활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업을 운영할 때는 회사를 건사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내 호흡으로 살고 있다. 충분히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힘든 순간, 받아들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마음이 갈가리 찢어졌던 그때를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 어려운 것은 그 복잡한 심경을 표현해내는 일이었다. “몇 줄의 문장을 놓고도 많이 고심했다. 직원들을 위하는 사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회사가 어려워지자 불법·부당 해고를 자행하기도 하는, 이런 모순된 모습이 설명이 될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다면적인 모습이 인간의 본모습이라는 생각에 마음 편하게 보여주게 되었다.”
비록 유쾌한 기록은 아니지만 그가 ‘파산의 추억’을 들려주는 이유는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2030 세대에게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그것이 꼭 힘들고 슬픈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자아의 성숙을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힘든 순간에 도망치려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받아들여라.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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