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박 대통령, '어부바' 버리고 사회복지세 택해야

2013. 8. 10. 09:15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박 대통령, '어부바' 버리고 사회복지세 택해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이번 세법 개정안으론 공약 이행 어림없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8일 복지 시민단체들이 사회복지세법 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작년부터 복지국가 촛불을 함께 들며 우애를 쌓아왔던 '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노년유니온,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4개 단체가 주인공이다. 복지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회복지세 청원을 계기로 시민이 직접 나서는 풀뿌리 '소득별 복지 증세' 운동에 나선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조세 정의에 대한 불신이 크고 재정 지출도 엉성하다. 이에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 지출 개혁,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 경제 양성화 등 기존 재정·조세 체계를 개혁하는 작업은 여전히 중요하다. 철저하고 근본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재정 개혁 논의를 여기에만 묶는 건 곤란하다. 이미 보편 복지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높다. 대한민국 복지국가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면 복지 증세 논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세법 개정안: 복지 재정 마련 의지 있나?

박근혜 정부는 '직접 증세' 없는 재정 방안을 고집한다. 이를 통해 세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피해갈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결국 자신의 복지 공약을 임의로 수정하는 '불신의 정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시대적 물결인 보편 복지 확대에 역행하면서 세금을 더 내야 할 상위계층과 대기업을 엄호해 주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한 뒤, 지난달 31일 새만금산업단지를 찾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투자 기업인을 직접 업어 보이고 있다. 8일 세재 개편안을 발표한 현 장관은 세금을 더 내야 할 상위 계층과 대기업을 엄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부총리 공식 페이스북
(www.facebook.com/mosfmi)

8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도 역시 그러하다. 조세 부담률의 목표를 2012년 20.2%에서 2017년 21%로 삼았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을 포함하는 직접 증세도 빠져 있다. 빈약한 현행 조세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다. 재정이 부족하다며 국민과 약속한 복지 공약까지 임의로 파기하면서도 정작 재정 마련을 위한 절박함은 없는 듯하다.

물론 세법 개정안에 긍정적인 조치도 있다.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 그러하다. 연봉 4000만~6000만 원에 해당하는 중간 계층의 세 부담 증가에 대해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중간 계층을 기준으로 하후상박 원리에 따라 소득세가 정비되는 건 전향적인 조치이다. 이제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들고자 한다면, 중간 계층도 소득에 맞추어 세금을 내고 상위 계층들은 누진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책임지는 소득별 누진 과세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은 많은 구체적 항목에서 한계를 지녔다. 여전히 친기업적 조세 정책이 고수되고 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하자, 현오석 부총리가 투자 기업인을 직접 업는 '어부바' 퍼포먼스를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과세 감면 정비의 핵심 항목으로 비판받아왔던 대기업에 집중 제공되는 연구 개발비 세액 공제(2013년 2.7조 원), 사실상 법인세 감면 수단으로 활용되는 고용 창출 투자 세액 공제(2013년 1.7조 원)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중소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해 '편법 증여에 대한 과세 원칙'을 훼손하고 법인세율 단일화라는 명목으로 세율 인하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 온 지하 경제 양성화 방안도 대부분 정보 파악을 강화하는 조치에 그쳤다. 그토록 요란스럽게 지하 경제를 강조해 왔건만 갈수록 실효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세제 개편안은 실질적인 증세 조치 없이 기존 과세 체계를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소극적인 조세 정책으로는 국민이 염원하는 복지국가를 향한 재정을 마련할 수 없다. 이에 4개 단체들은 지출 개혁, 비과세 감면, 지하 경제 양성화 등의 개혁과 함께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직접세 증세를 요구하며 그 방안으로 '사회복지세 도입'을 제안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세목: 소득세와 기업의 사회보험료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보다 국민부담률이 낮다. 2010년 기준 한국 국민부담률이 GDP 25.1%로 OECD 평균 33.8%에 비해 무려 8.7%포인트 낮다. 2013년 GDP 예상액 1330조 원을 적용하면 무려 약 116조 원이 부족분인데, 이는 2013년 중앙정부 복지 지출 100조 원보다 더 많은 돈이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표>에서 확인되듯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세목은 소득세와 기업의 사회 보장 기여금이다. 소득세에서 GDP 4.8%포인트, 기업의 사회 보장 기여금에서 2.8%포인트 작다. 우리나라 국민들과 기업들이 OECD 평균만큼 소득세와 사회 보장 기여금을 낸다면, 2013년에 GDP 7.6%, 무려 100조 원의 복지 재정이 확보될 수 있다!

이러한 조세 실태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우선 국민 모두 소득세를 적게 내고 있다. 소득세가 가파른 누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위 계층일수록 세금을 훨씬 덜 내고 있다. 이에 소득세를 강화해 국민들이 자신의 소득별로 누진적 세금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소득세 부족분 GDP 4.8%는 2013년 기준 64조 원으로 현재 국민들이 내고 있는 소득세(51조 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또한 기업의 세금 책임이 가볍다. 기업은 법인세와 사회 보장 기여금을 낸다. 우리나라 법인세는 세율과 세입에서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기업 몫의 사회 보장 기여금이 매우 작다.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기업 사회 보장 기여금 부족분이 GDP 2.8%로 2013년 기준 37조 원에 이른다. 현재 기업들은 지금 내고 있는 법인세 규모(48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사회 보장 기여금을 덜 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조세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서 시급한 과제는 일반 국민들이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소득세를 더 내고, 기업들이 사회 보장 기여금을 지금보다 2배 이상 책임지게끔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양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바로 사회복지세의 도입이다.



복지국가에 걸맞은 사회복지세의 4가지 원리

사회복지세는 기존 소득세, 법인세, 상속 증여세, 종합 부동산세 등 누진도를 가진 직접세에 추가로 부가되는 세금으로(surtax), 여기서 조성되는 세입은 모두 복지에 사용되는 목적세이다. 이 사회복지세는 기존 직접 세액에 20% 세율을 적용해 연 20조 원의 복지 재정을 조성한다(20조 원 중 소득세, 법인세할 사회복지세가 19조 원).

사회복지세의 핵심 특징은 '소득별 복지 증세'로 요약된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서 요청되는 기본 증세 원칙을 구현하는 세목이다.

첫째, '복지 증세'. 사회복지세는 모든 세입을 복지 지출에 사용한다. 우리나라 재정 지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감안할 때, 지금은 세입과 복지 지출을 결합하는 '복지 증세'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세로 조성된 연 20조 원의 세입은 신설되는 복지 확충 특별 회계에 배정되어 전액 복지에 사용될 것이다. 모든 노인과 장애인에게 20만~30만 원 기초연금 지급,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 지급, 고교 무상 교육 실시,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 국공립 보육 및 요양시설 대폭 확충 등이 구현된다.

둘째, '누진 증세'. 사회복지세는 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더 많은 재정 책임을 적용한다. 사회복지세가 부가되는 직접세들은 모두 누진도를 가지고 있어 여기에 20%의 단일세율이 적용되더라도 전체 세입 구조는 누진도를 유지하므로 상위 계층, 대기업일수록 세금 책임을 강하게 지게 된다. 연봉 6000만 원 초과 소득자 356만 명, 즉 전체 근로 소득자의 23%가 근로소득세할 사회복지세의 92%를 책임지고, 현재 법인세액을 1000억 원 초과 납부하는 441개 대기업(전체 기업의 0.1%)이 법인세할 사회복지세의 65%를 책임진다.

셋째, '보편 증세'. 사회복지세는 부상하는 보편 복지 흐름에 맞추어 가능한 많은 사람이 증세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는 대다수 시민사회와 야권이 주장해 왔던 '1% 부자 과세'와는 구별된다. 이제는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내라고 요구하기보다는 다수 시민들이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재정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도 복지국가 만들기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으며 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더 많은 책임을 이행하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 사회복지세에서는 현재 소득세를 내지 않는 약 3분의 1의 면세자를 제외하고 3분의 2의 시민들이 증세에 참여하고, 전체 법인 51만 개 중 현재 법인세를 납부하는 25만 개 기업이 사회복지세를 내게 된다.

넷째, '단일 증세'(One-Point 증세). 사회복지세는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일세율로 작동한다. 소득세, 법인세 등 각 세목들은 복잡한 내부 구조를 지니고 있어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증세가 대중 운동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개별 세목을 일일이 다루기보다는 이 세목들을 하나의 단일 세목(사회복지세)으로 묶고 세율도 단일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직접세를 모두 포괄하는 상징 세목으로 단일세율의 사회복지세가 적격이다.

 

▲ 복지 시민단체들이 8일 사회복지세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아래로부터 '복지 증세' 운동 펼치자

사회복지세는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를 풀기 위한 진취적이고 사회연대적인 세금이다. 대한민국은 역사적인 과제에 직면할 때마다 재원 확보를 위해 목적세를 만들어 왔다. 1970년대 자주 국방을 위한 방위세, 1980년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세, 1990년대 WTO 가입에 따른 농어촌 지원을 위한 농어촌 특별세가 그것이다. 이제 우리는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열망하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회복지세'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늘을 계기로 복지 시민단체들은 사회복지세 도입을 위한 풀뿌리 복지 증세 운동을 시작한다. 부자들의 세금 회피 구실로 악용돼온 '세금 폭탄론'에 과감히 맞서는 '아래로부터' 증세 운동이다. 오는 17일부터 사회복지세법 도입을 위한 캠페인과 서명이 벌어진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사회복지세가 미래 대한민국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의제가 되도록 힘껏 복지 증세 운동을 펴 나갈 것이다.

* 사회복지세 설명 자료를 내려받으세요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337)
* 지난주 내만복 칼럼은 영상으로 제작된 '내만복 보이는 칼럼'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