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칼럼] 尹정부 복지부 장관 후보자 '줄사퇴'가 보여주는 것

2022. 7. 11. 12:43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김대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  기사입력 2022.07.08.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석 달이 지났다. 정부 출범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개혁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출범 첫 날부터 청와대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가 모든 관심을 다 집어삼켰다. 정부 출범 후 22일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의 승리로 안정적인 개혁 추진 동력이 마련되었지만, 세간의 관심은 여권 내 주도권 다툼, 김건희 여사의 행보, 검찰 인사 문제 등 정치 문제에 쏠려 있다. 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큰 그림의 청사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문민 정부 이 후 집권한 역대 정부는 모두 고유한 정책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정부 출범 초기에는 개혁 방향을 두고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각 분야별로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방안에 대해서 찬반으로 나뉘어 극심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보건의료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각 정부의 개혁 방향이 반영된 보건의료 정책들이 의욕적으로 추진 되었다. 그 중 일부는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하였지만, 상당수는 실현되어 보건의료체계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 국민이 의료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된 시기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이다. 하지만 당시 의료보험은 지자체별로 구성된 지역 의료보험조합들과 사업장별로 구성된 직장 의료보험조합들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조합별로 납부하는 의료보험료가 상이하였다달랐다. 규모가 큰 조합은 재정이 여유로워 조합원들에게 후한 혜택을 보장하여 줄할 수 있었지만, 규모가 작은 조합은 조합비 고갈로 의료기관에 의료비를 지급하지 못하여 조합원들의 보험이 정지 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초반부터 의료보험의 통합을 강하게 추진하였했다. 집권 1년차에는 227개의 지역 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 및 교직원 의료보험조합을 통합하여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을 출범시켰다. 집권 2년차에는 이들의 재정을 통합하였다. 집권 3년차에는 139개의 직장 의료보험조합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을 통합하여,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일원화 된 의료보험 체계를 구축하였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의약분업이 도입된 시기도 김대중 정부이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료기관과 약국 모두 진료와 조제가 가능하여 그 경계가 모호했다. 과다처방이 만연하였고, 의약품의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의약품 오남용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의약분업의 도입을 추진하였했다. 이를 반대했던 의사 집단은 전국적인 집단 휴진과 국시 거부로 맞섰지만, 김대중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강제적 의약분업이 전면 시행되었다. 

 

김대중 정부가 전 국민 대상 의료 체계를 개혁하는데 치중하였다면, 이어진 노무현 정부는 노인 대상 의료 체계를 개혁하는데 방점을 두었다. 당시에는 장기적인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수용할 기관이 마땅하지 않아, 비싼 의료비를 부담하면서 일반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경우가 빈번하였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노무현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도입을 추진하였다. 대통령 선거공약에도 포함되었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도입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강조 되었다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집권 1년차부터 시범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되었고, 집권 5년차에는 결국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제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설립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된 시기가 이 때이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부 중 보건의료정책의 개혁을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였던 정부이다. 그만큼 반대도 극심하였다. 출범 초기 이명박 정부를 궁지로 몰았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소고기만큼 중요한 관심사였다.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의료의 산업화'다. 이명박 정부는 의료를 지속 가능한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영리병원 허용, 실손 의료보험 활성화, 외국인 환자 유치, 상비약 수퍼 판매 허용 등이 이러한 목표 하에 추진되었던 보건의료정책이다. 이 중 영리병원의 허용은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폐기되었지만, 다른 정책들은 대부분 실현되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데 주력하였다. 어린이와 노인 대상 예방접종의 지원,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의 개선, 틀니 및 임플란트의 급여화 등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보건의료정책이다.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보건의료정책 기조는 크게 두 가지인였는데, 하나는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취약 인구 집단과 취약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초음파와 MRI 등의 고가 검사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었다.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의 병원비 부담을이 크게 경감되었고,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의 상한 기준도 낮아졌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외치면서 집권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공정과 상식이 정책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지극히 당연한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윤석열 정부만의 정책 개혁 방향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반영한 보건의료정책이 활발하게 제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공정과 상식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두 자녀의 의대 편입학 과정 중의 특혜 의혹과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어 낙마하였다. 이어서 지명된 김승희 후보자 역시 부동산 편법 증여 의혹,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을 이유로 역시 낙마하였다. 

 

장관이 공석인 상황으로 인하여 주요 의사결정이 멈춘 상태이지만, 주목할 만한 정책 두 가지가 발표되었다. 상병수당 시범 사업과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개편안이다. 상병수당은 부상이나 질병으로 근무가 어려울 때 쉬면서 소득 일부를 보전 받는 제도인데, 올해 7월부터 전국 6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오는 9월부터 시행될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소득 위주의 보험료 산정이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사이의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이다. 지역가입자들도, 직장가입자처럼, 당장 쓸 수 없는 재산이 아닌 소득을 위주로 보험료를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상병수당의 도입과 소득 위주의 건강보험료 산정 모두 의미 있는 개혁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봐야한다. 우선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사업이다. 상병수당제도 설계 시 주요 고려사항을 논의를 위한 상병수당 제도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해 4월부터 운영 중이다. 시범사업 계획 역시 지난해에 수립되었고, 지난해 말 국회에서 관련 예산도 편성되었다.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개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차에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의 단계적 개편을 예고 했었고, 집권 2년차에 1차적으로 개편을 진행했다. 이번에 발표된 개편안은 당시 계획되었던 2단계 개편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 실용과 국익 수선을 국정 운영의 기치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출범하였다. 그러한 이유로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전반적인 보장성 강화보다는 감염병, 응급 질환, 중증 외상, 분만 등 필수 의료의 확충과 중증 희소 질환의 고액의료비 부담 완화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석 달이 지나도록 그 어떤 정책도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철학의 빈곤과 준비의 부족을 드러내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 기대수명의 연장, 만성질환의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GDP의 8.0%이며, 1인당 의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8.7%로 OECD 평균인 4.4%보다 2배 정도 높다. 게다가 최근 들어 가파른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어, 의료비 부담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 결과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 하거나 소득 대비 과도한 의료비를 지출하게 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대상 보장성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폭등 그러하였듯 의료비 부담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하루속히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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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복지부 장관 후보자 '줄사퇴'가 보여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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