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0. 10:19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성 명>
강도영의 병원비와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다
위기가정 병원비 국가우선책임제 도입하고
‘병원비 백만원상한제’로 병원비 완전 해결하자
사회가 돌봄을 책임지는 돌봄국가체제로 전환해야
오늘(10일) 부친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 받는 22세 청년 강도영의 2심 선고가 내려진다. 법원은 1심에서 병든 아버지를 간병하지 않고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는 이유로 강도영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국가가 돌봄 위기에 내몰린 채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사투를 벌인 청년에게 죄의 굴레를 오롯이 뒤집어씌우고 있다.
그러나 죄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에게 있다. 복지행정은 도움이 절박했던 강도영 부자의 가난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고, 병원은 병원비가 없다는 강도영 부자를 내몰았다. 강도영은 재앙 같은 병원비에 짓눌리면서, 돌봄과 생계를 잇기 위해 노력했다. 강도영은 그의 아버지에게 최후의 안전망이 되었지만, 국가와 사회는 강도영 부자 곁에 없었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선언한 문재인정부는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를 주창했다. 문재인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었다고 자부하지만, 강도영의 삶의 의지를 꺾어버린 병원비는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목욕탕에서 쓰러진 아버지가 처음 실려 간 병원에서 강도영에게 청구한 병원비 2천만 원 중 상당액은 비급여와 간병비였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급여 수급자라도 내야만 하는 병원비이다. 쌀 사 먹을 돈 2만 원이 없었던 강도영 앞에 우리 사회가 요구한 것은 병원비 2천만 원이었다.
강도영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지는 협소하기만 했다. 생계와 돌봄으로 허덕이는 그에게 수많은 서류 절차와 심사를 거쳐서 직접 신청해야만 하는 복지제도는 멀기만 했을 것이다. 신청하더라도 본인이 아니면 발급 불가능한 서류가 대부분이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 또한 당사자가 우선 의료비를 완납하고 사후에 돌려받는 구조다. 병원 퇴원 전에 사전 지급받아 정산 가능한 절차가 있지만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비급여는 50~80%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당장 병원비가 절박했지만 가난했던 강도영의 현실은 현행 의료 복지제도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집으로 모셨지만, 강도영에게 또 넘기 힘든 산이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아버지를 보살펴야 했다. 우리 사회는 아픈 아버지 간병을 청년 돌봄자에게 모두 떠넘겼고, 강도영은 암흑 같은 세상으로 몰려,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 법원의 2차 선고를 받을 사람은 강도영이 아니다. 국가, 사회, 우리 모두가 책임자이다. 다시는 강도영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 병원 진료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계가 어려워 병원비를 부담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우선 건강보험이 책임지고 사후 조정하는 국가우선책임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행 재난적의료비 지원제도도 이름 그대로 병원비 재난에 대응하도록 훨씬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의 병원비 부담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바로 병원비 백만원상한제 도입이다. 이는 의학적 필요가 있는 비급여와 간병비를 포함하여 환자 본인이 한 해 최대 100만 원까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책임지는 제도이다. 기초생활수급 여부, 환자의 소득수준 여부 등과 무관하게 아프면 건강보험이 병원비를 책임지기에 강도영 사례를 포함해서 우리나라에서 병원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기회에 돌봄에 대한 인식을 전면 혁신해야 한다.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나 여전히 돌봄이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현행 아동돌봄, 요양돌봄, 그리고 지역사회통합돌봄을 포함해 사회가 시민을 돌보는 돌봄국가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간병살인과 돌봄 위기는 오래된 현재의 문제다. 돌봄 문제를 가족부양 잣대에 묶어둔 한국 사회에서 재앙적인 병원비에 짓눌리고, 돌봄 위기에 방치된 수많은 사람이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거나, 동반자살을 택하거나, 간병살인을 택한다. 지금 강도영에 대한 사회의 뜨거운 관심이 한 순간의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강도영들이 국가와 사회 안전망이 없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간다. 아픈 국민 병원비와 돌봄만큼은 가족부양을 벗어나 국가가 책임지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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