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누구를 위한 종부세 후퇴인가

2021. 7. 1. 21:1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국회의원들이 사는 그들만의 세상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누구나 사람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세상을 본다. 주변에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만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알기가 어렵다. 지인들이 모두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면, 중소기업 취업자의 힘든 사정이나 취업 준비생의 아픔에 공감하기 쉽지 않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규정하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소유한 부(富) 또는 자산의 크기만큼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정 기간의 소득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나 점점 돈이 돈을 버는 사회가 되어 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보다도 부(富) 또는 자산의 크기가 개인의 시야를 결정하는데 더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21억 vs 4억 

 

경실련이 분석한 '21대 국회의원 신고재산 분석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이 신고한 재산의 평균은 21억 8000만 원이었다. 반면,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나온 전 국민 가구당 평균 자산은 4억 5000만 원이다. 5배 차이가 난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재산이 15억 2000만 원 정도로 역시 4배의 차이가 난다. 4~5배라는 숫자의 차이만큼 국회의원들이 보는 세상은 일반 국민들이 보는 것과 참 다른 것 같다.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인지, 여당은 지난 6월 18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대상 축소, 양도세 비과세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세제 완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특히, 종부세 대상자는 2%에 한정하도록 매년 과세대상을 조정한다는 세법 원칙에도 맞지 않고 적용하기도 어려운 이상한 개정안을 만들어냈다.

 

한 번도 쓰이지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이번에 누더기가 된 종부세가 이번 정부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짚어보자. 2017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자 정부와 여당은 2018년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에서 종부세율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인상되었는데, 특히 3주택 이상 보유자(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세율이 기존 0.5%~2.0%에서 0.6%~3.2%로 인상되었다. 종부세 세율의 첫 번째 인상이었다. 

 

그럼에도 부동산가격이 안정되지 않자, 2019년에 다시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되어, 3주택 이상 보유자(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세율을 0.8%~4.0%로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9년 12.16 대책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입법화되지 못했다. 종부세율 인상의 두 번째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당시 여당 내에서는 12.16 대책만 입법화되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었는데 야당의 비협조로 실패했다는 불만이 자자했다.

 

2020년 들어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확대되자, 정부와 여당은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라 3주택 이상 보유자(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세율이 1.2%~6.0%로 대폭 인상되었다. 12.16 대책을 넘는 수준이었다. 종부세 세율 인상 이외에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과 취득세율도 인상되었는데, 그 시점에 여당의 홍보 현수막을 보면 '투기를 근절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 2020년 7.10 대책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입법 홍보 현수막. ⓒ민주당

 

7.10 대책은 2020년 종부세 부과에 적용되지 않았다. 대책에 따라 개정된 종합부동산세법의 시행일이 2021년 1월 1일이었기 때문이다. 2020년 7.10 대책에 따른 종부세율 인상이 처음 적용되는 것이 바로 올해였다. 여당이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의 부동산 보유세 후퇴안을 당론으로 확정함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로 투기 수요를 잠재우겠다고 공언했던 그 개정안이 한 번도 적용되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보유세 부담의 불편 vs 거주지 이전의 고통 

 

불과 1년 사이에 부동산 보유세 대한 정책을 180도 바꿀 만큼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까? 오히려 반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그에 대응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모든 자산 가격이 폭등했다. 주식, 아파트에 심지어 가상화폐까지 폭등했다. 자산시장 폭등은 그 흐름을 잡은 사람과 그 흐름을 잡지 못한 사람 사이에 커다란 양극화를 만들어냈다.

 

운이 좋게 또는 적극적인 판단에 의해 아파트 가격 폭등에 올라탄 사람들의 불만은 이런 것이다. 그냥 집 한 채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고, 어디로 이사 갈 생각도 없이 그냥 살고 있는데 집값이 오른 것이다. 그 집값 때문에 보유세를 더 내야 하는 것이 짜증 난다. 보유세라는 것이 자산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보니 소득과 무관하게 늘어나는 종부세를 마련하느라 힘들다는 것이 자산 가격 폭등의 수혜를 입은 사람들의 불만이다. 

 

반면, 아파트 가격 폭등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어려움은 훨씬 절실하다. 원래 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가 어렵다. 지역을 옮기거나 빌라, 다세대 등 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이사해야 한다. 주거 불안의 어려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는데, 이것은 매일 직면해야 하는 고통이다. 

 

똑같이 팬데믹을 지나가고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그리고 영세 자영업자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는 같지 않다. 부동산 폭등이 지나간 자리에서 자산 가격 상승의 일부에 해당하는 보유세를 부담해야 하는 불편함과 주거지를 떠나야 하는 고통도 그 무게가 같을 수 없다. 하지만, 여당 국회의원들 눈에는 전자의 불편함이 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있지 않았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종부세 후퇴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출처: 누구를 위한 종부세 후퇴인가(경향신문)

 

누구를 위한 종부세 후퇴인가

누구나 사람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세상을 본다. 주변에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만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알기가 어렵다. 지인들이 모두 대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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