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의 두가지 한계

2020. 12. 24. 14:13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모든 취업자 실시간 소득체계계획 마련하고

고용보험 지출 정부 책임 몫 자임해야

 

예술인/특고 확대에 그치는 단계론우려 명심해야

 

 

 

어제(23일)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했다. 제목에 붙은 “모든 취업자를 실업급여로 보호하는” 문구처럼, 일하는 사람 모두를 포괄하는 소득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용보험은 전체 취업자의 약 절반만 가입해 있는 반쪽 제도이다. 1995년 고용보험이 도입된 이래 25년 동안 ‘사각지대’ 문제를 방치한 결과이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각지대 없는 소득안전망’을 만들려는 논의가 본격화된 것을 환영한다.

 

정부 로드맵은 소득에 기반하여 단계적으로 고용보험 적용 업종을 확대해간다. 올해 12월부터 예술인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이후 특수고용취업자, 플랫폼 종사자 순으로 가입하며, 논란이 큰 자영업자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적용방안을 수립해 최종적으로 2025년까지 2100만명을 포괄하는 고용보험을 만드는 로드맵이다.

 

이번 로드맵은 전국민 고용보험이 갖추어야 할 항목들은 대부분 담았다고 판단한다. 당장 모든 취업자를 소득기반으로 포괄할 수 없기에 우선 가능한 업종부터 적용을 확대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근래 늘어나는 플랫폼 기반 업종에서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소득정보를 제공하고 보험료 원천공제·납부를 의무화하겠다는 것도 필수적 일이다. 긍극적으로 모든 취업자를 현행 ‘근로조건’에서 ‘소득’으로 적용해 소득기반 고용보험체계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도 합당하다.

 

하지만 이번 로드맵이 형식적으로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을 실제로 그려볼 수 있는 청사진에는 이르지 못한다. 핵심 논점은 애매하게 놔두거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에 추진할 수 있는 예술인, 산재적용 특수고용취업자를 적용하는 단계에 그치고, 정작 중요한 ‘전면 전환’의 플랜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면 정부 로드맵이 목표 달성이 불분명한 ‘단계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모든 취업자가 소득 기반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전취업자 소득보험’, 즉 ‘사각지대 없는 소득안전망’이 구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 로드맵이 보완해야 할 핵심 두 개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소득기반 고용보험의 핵심 토대인 ‘실시간 소득체계(Real Time Information)’ 구축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소득 기반으로 고용보험을 운영하려면 예술인, 전속성이 강한 특수고용취업자, 플랫폼 노동자를 넘어 프리랜서, 일반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소득파악체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로드맵은 현행 간이지급명세서 제출기간 단축, 플랫폼 사업주의 소득자료 제출 등 ‘단계적 확대’에 한정된 일부 요건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결국 로드맵은 전국민 고용보험을 말하면서도, 정작 매출과 경비 항목을 가지는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 방안은 제안하지 못하고 ‘사회적 대화’로 넘긴다.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실시간 소득체계 구축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사회적 대화’가 방안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 최종 의사결정은 사회적 대화 방식을 따르더라도 기본 계획은 정부가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지 않겠나?

 

전국민 고용보험에서 ‘소득 기반’은 고용보험에 한정되는 원리가 아니다. 고용보험을 시작으로 전체 사회보험으로 확대하여 ‘사각지대 없는 사회보험’을 구현하는 핵심 토대이다. 정부는 실시간 소득체계를 구축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이라 말할 수 있다.

 

둘째, 전국민 고용보험이 실제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정부의 재정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 로드맵의 계획대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2020년 약 1,400만명에서 2025년 2,500만명으로 확대된다면 고용보험 지출도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추가로 가입하는 900만명 중 상당수가 불안정 취업자로 소득 상실이나 감소 위험이 큰 사람들이다. 그만큼 고용보험 지출이 늘어날 것이며 이는 애초 전국민 고용보험이 수행할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로드맵에서 정부 재정 책임은 현행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연장한 보험료 지원에 머문다. 이는 가입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대책일 뿐 고용보험 지출 확대에 따른 방안은 아니다. 만약 정부가 고용보험 지출 재정의 일부를 자임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가입자에게 돌릴 경우 사실상 전국민 고용보험은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불안정 취업자의 대거 가입으로 고용보험 지출이 늘어나면 불가피하게 고용보험료율이 인상되어 기존 가입 노사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특수고용취업자, 플랫폼 노동자가 가입함에 따라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업주들은 자신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새로 가입하는 불안정 취업자, 자영업자들도 보험료가 오를수록 가입의 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

 

물론 전국민 고용보험에서 사업주와 취업자의 책임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모든 취업자의 소득안전망을 위한 사회연대적 참여로서 사회보험의 기본 원리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전국민 고용보험에서 급여지출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에 정부도 지출재정의 일부를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전국민 고용보험이 작동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처럼 전체 재정의 일정 비율을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이 전국민 고용보험에 적용돼야 한다.

 

2020년 코로나 재난으로 한국사회는 소득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뼈아프게 확인했다. 이를 해소하고자 전국민 고용보험 의제가 등장했고, 정부가 로드맵을 마련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고용보험 25년 역사에서 획기적인 발전이다. 그럼에도 정말 전국민 고용보험을 구현하려면 기존 체계를 넘어서는 확고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정부에게 이번에 발표한 로드맵의 한계를 직시하고 조속히 보완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실시간 소득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면적 계획을 수립하라. 또한 전국민 고용보험 지출의 일부를 정부가 책임져라. 그래야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인정받을 수 있고 긍극적으로 전국민 고용보험도 현실화될 수 있다. <끝>

 

 

2020년 12월 24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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