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3. 15:17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국민건강보험,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제도이다. 보통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최대 복지제도라고 부각되지만 내가 주목하는 건 '신뢰'이다. 주변에서 건강보험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데, 이는 여러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5월 KBS/서울대 등이 조사한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 인식조사'에서 건강보험에 '신뢰한다'는 응답이 88%였다. 올해 전경련이 주관한 '한국전쟁 70년 대한민국을 만든 이슈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회보장제도로 건강보험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병원에서 퇴원할 때 본인부담금을 내야하고 민간의료보험에도 의존하는 상황이지만 병원비 대응에서 건강보험이 중심을 잡고 있는 건 분명하다.
건강보험은 재정구조에서도 강한 연대성을 지닌다. 가입자와 기업이 보험료를 내면 그 총액의 20%를 정부가 지원하는 설계도이다. 보험료를 축으로 가입자, 기업, 정부가 기여하는 공동책임 구조이다. 정률 보험료이므로 소득이 '높을수록' 많이 내고, 병원비는 ‘아픈 만큼’ 지원받으니 사회연대도 구현한다. 보험 상품에 따라 보험료와 보장 수준이 정해지는 민간의료보험이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앞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더 확대돼야 한다. 실제 문재인케어를 통해 조금씩 건강보험 급여가 늘고 있고, 올해 코로나 대응에선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이 늘 직면하는 과제가 존재한다. 바로 재정 조달이다. 가입자, 기업, 정부의 재정 몫이 보험료를 축으로 부과되기에 재정을 확충하려면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데,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금 가입자, 의료계, 정부가 모여 내년 건강보험료 수준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케어로 급여 적용이 늘어나고 코로나 재난으로 추가 지출마저 생겼으므로 애초 문재인케어가 계획했던 3%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입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어려운 가계를 강조한다. 둘 다 이해가 가는 주장이니 어찌해야 할까?
생각의 반전이 필요하다. 오히려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보험료를 올리자고 제안하자. 그러면 기업, 정부 몫까지 함께 늘어나니 보장성 확대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보험료 인상이 부담일 수 있으나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늘어나 본인부담금이 줄어들면 민간의료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으니 조금만 길게 보면 거꾸로 가계에 보탬이 되는 일이다. 이는 정부에 강한 책임을 요구하는 근거도 된다. 지금까지 과소 책정해 왔던 정부지원금을 대폭 증액하고, 보험료 인상이 부담되는 영세기업 노사와 저소득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하라고.
무모하다고? 신뢰를 지닌 건강보험이기에 해 볼 만한 일이다. 이번엔 '다른' 건강보험 정치를 기대한다.
* 출처 :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008121055000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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