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세법개정안,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이유

2020. 7. 25. 13:26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꼭 필요한 공제 감면이었을까?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회계사)

 

 

2020년 세법개정안이 지난 22일 발표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일관된 대응이 불가능한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 여러 분야에 걸친 방대한 세법개정안이었다.

 

부동산 보유세,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금융투자소득 전면 과세 등은 긍정적 요소

우선, 6.17과 7.10 부동산대책에서 나온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방안이 모두 포함되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현재 3.2%에서 6.0%에서 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기존보다 10%p씩 인상되었다. 법인을 통한 우회투자를 막기 위해 법인 관련 종합부동산세와 1가구 1주택 장기보유특별 공제 요건도 강화되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인데, 결과적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이 인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편, 부동산 관련 세금은 기존에 이미 발표되었던 것에 비하면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이 신설된 것은 전혀 사전 논의가 없었던 깜짝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과세표준 5억 원 이상이 42%의 세율을 적용받았는데, 과세표준 10억 원 구간을 추가하고 세율을 45%로 3%p 인상하였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50%에 근접하는 세율로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으나,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로 판단된다. 

공평과세 확립을 위한 조치들도 있었는데,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전면 과세 방침이 포함되었고, 대규모 조합법인에 대해서는 과세특례를 배제했으며, 가상자산 거래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로 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조치로 전향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재정 여력 확보가 절실한데… 

위와 같은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번 세법개정안에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것은 세입 기반을 약화시키는 다수의 공제 감면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여력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각종 선거에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대책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공제 감면 축소이다. 2020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조세지출 예상액은 각각 50.1조 원과 51.9조 원이었다. 50조 원이 넘는 공제 감면이 있으니 이것만 없앤다면 증세 없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한 규모이다.

그런데, 모든 공제 감면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근 3년간 조세 감면 중에서 금액기준 상위로 보면 근로장려금, 보험료 특별공제,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 연금보험료 소득 공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 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이 있다. 보험료나 연금보험료, 신용카드 공제를 줄인다면 근로소득자가 연말정산 시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면세농산물 의제 매입 세액 공제를 줄인다면 자영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생각해 보면 어느 것 하나 줄이기 쉽지 않은 것이다. 

공제 감면 축소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 신규로 공제 감면을 만들지 않고, 기존에 있던 공제 감면은 단계적으로 규모를 줄여가거나 일몰기한이 도래하면 하나씩 없애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 현재의 50조 원 중에서 1년에 1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한 공제 감면이었을까? 

그런데 이번 세법개정.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공제 감면이 추가된 것이다. 과연 꼭 필요한 공제 감면이었는지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각종 공제 감면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우선, 투자세액 공제가 확대되었다. 법인세 부문에서 공평과세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실효세율 역전 현상이 있다. 과세표준이 증가함에도 실질 세 부담이 줄어드는 실효세율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세액 공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제 감면의 혜택을 분석해 보면, 생산성 향상 시설이나 연구 및 인력 개발을 위한 설비 투자세액 공제 등은 그 혜택을 소위 재벌기업이라고 부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이 90% 이상 보고 있다. 점차로 줄여나가야 할 투자세액 공제를 통합하면서 확대한 것은 세입 기반을 약화와 함께 공평과세 확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세액 공제, 외국납부세액 공제, 이월결손금 등의 이월 공제 기한을 5년씩 연장시킨 것도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는 5년 또는 10년까지만 이월되던 것을 10년 또는 15년까지 이월되도록 허용한 것인데,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필요한 것은 당장의 위기를 넘어가기 위한 지원이다. 혜택이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게 되는 것을 코로나19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실질적인 지원 효과는 없이 장기적으로 세입 기반만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전면 과세가 철회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지만 공제 한도를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확대한 것은 과도하다고 할 수 있다. 손실 이월 공제 기간도 당초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고, 증권거래세 인하시기도 앞당긴 마당에 공제 한도를 5000만 원까지 대폭 확대한 것은 금융투자소득 전면 과세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논의과정에서 공제 한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의 일몰 기한이 연장된 것도 우려스럽다.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은 적용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46개 업종이 적용받다 보니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육성이라는 목표보다는 단순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완화시키는 제도가 되어버렸다. 제도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지원범위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부문에 한정했어야 했다. 세액 감면이라는 제도가 납부할 세액이 있어야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명분과도 맞지 않는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이 확대된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연간 매출액이 4800만 원이었던 간이과세 대상을 연간 매출액 8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부가가치세 납부면제자 기준도 연간 매출액 3000만 원에서 48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른 나라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세금부담 절감보다는 납세협력비용의 절감을 위해 운용하고 있다. 납세자의 편의는 제고하되, 공평과세의 취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재정 여력 확보를 위해 공제 감면 축소 필요해 

이번 세법개정에 포함된 투자세액공제 확대, 이월 공제 기한 연장, 금융투자소득의 과도한 공제 한도,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 일몰기한 연장,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 확대 등을 하나씩 뜯어보면 구체적인 필요성은 크지 않은데, 장기적으로 세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항목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이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지만, 그 방식은 효과가 있는 곳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공제 감면과 같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면 다수가 혜택을 받는 방식은 전반적인 세입 기반을 약화시킬 뿐이다. 앞으로의 논의과정에서 세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각종 공제 감면에 대해 재검토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축소해야 할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2421172130206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