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8. 11:46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긴급재난지원금, 보편적으로 지원하고 세금으로 환수하자
홍순탁 내만복 조세재정팀장
중앙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 선정기준으로 2020년 3월에 부과된 건강보험료를 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3월 부과기준이지만 지역가입자 입장에서는 2018년 소득자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중앙정부는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어들었으나 건강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가구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청 당시 소득 상황을 반영해 지원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진 셈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지원이 불필요한 사람이 대상에 포함되는 문제보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지원대상에 누락되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전자가 형평성 논란의 문제라면 후자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빠짐없이 골라내는 어려운 작업을 지방자치단체가 맡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몫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소득 관련 자료는 상대적으로 적다. 소득과 관련된 세금은 국세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지방소득세는 국세인 소득세나 법인세가 결정되면 그 금액에 10% 부가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소득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자료는 매우 빈약하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무슨 정보로 최근 소득이 급감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 부가가치세 신고 자료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1월부터 3월까지를 매출과 매입을 4월에 신고하니, 그 자료를 활용하면 매출액 파악이 가능하다. 각종 비용까지 고려한 소득자료는 아니지만, 직전 분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급감했다면 지원대상으로 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4월에 하는 분기 단위 부가가치세 예정 신고는 법인사업자만의 의무사항이다. 개인사업자는 반기단위로만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서, 1월부터 6월까지의 실적을 합산하여 7월에나 신고하게 된다. 지원대상인지 입증해야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3월까지의 매출 감소를 공적 자료로 보여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민간에서 생성되는 자료 중 신용카드 매출자료가 남아있는 대안일 것이다. 하지만, 3월까지의 매출이 파악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상대적으로 3월까지 근근이 유지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에서 4월 이후에 급격한 소득 감소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업종별로 영향을 받는 것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4월 이후의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계속 연장되고 있기 때문에 소득 감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도 없다. 3월까지의 자료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는 것도 여전히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과제가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졌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방안은 없는 셈이다.
전례가 없는 사건에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전염병으로 인한 급격한 경제 활동 위축은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사건이다. 방역을 위해서 각종 소비 활동마저 자제해야 하고, 대부분의 일상과 경제 활동이 멈춰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대미문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전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도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생계유지용 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자체가 전례가 없는 정책이었다면, 대상을 선별하는 방법에도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쓰던 기준이 유효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1년 또는 2년 전 자료가 현재를 평가하는 괜찮은 지표가 된다. 대부분의 개인과 기업이 단계별로 성장을 하고, 일단 안정궤도에 진입하면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은 과거의 판단기준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도 일상이 멈춘 시기에는 헤쳐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급격한 변동의 시기에는 과거 자료는 쓸모가 없다. 지원 여부를 가릴 때 현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우선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현재를 기준으로 나중에 환수하는 것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나중에 환수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2020년 전체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1년 단위의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세금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존의 소득세 틀을 활용하면서 가급적이면 새로운 제도를 만들지 않고 기존의 제도를 활용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우선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세법상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이 출발이 된다. 이전에도 국민연금 지급액과 같은 공적이전소득이 소득세법상 소득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소득으로 간주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각 개인의 한계세율만큼의 금액이 소득세로 환수된다. 한계세율이 0%면 환수액이 없고, 한계세율이 40%면 지원액 중 40%의 금액이 환수된다.
우리나라는 각종 공제 제도로 인해 납부세액이 없는 면세자가 상당히 많다. 2019년 국세통계연도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1857만7885명의 38.9%인 721만9101명은 납부세액이 없었다. 종합소득신고자 691만1088명 중 28.9%인 199만6672명도 납부세액이 없다. 소득세 면세점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세로 환수하는 관점에서는 이점이 된다. 코로나19로 전반적으로 2020년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30~40% 정도는 여전히 한계세율이 0%일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으로 포함하더라도 실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에게는 환수금액이 없을 것이다.
반면, 사회 전반적으로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여전히 고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2020년에도 한계세율이 40% 내외인 사람들인데, 각종 공제제도를 고려하면 연 소득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다. 코로나19의 와중에도 이 정도의 소득을 유지했다면, 지원이 필요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40%만 환수하고 60%를 지원하는 것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고소득자의 순혜택금액이 더 줄어들 수 있도록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법 개정은 나중에 하더라도
세법 개정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에 세법 개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점에서도 과거의 관행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만 정해두고, 구체적인 방법은 나중에 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원이 필요없는 사람을 미리 선별할 수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2020년을 무난히 보내 사후적으로 지원이 필요없는 사람들에게 소득세 방식으로 환수하겠다는 큰 틀만 설명하는 것이다.
2015년의 연말정산 파동이 재현될 것을 우려할 수도 있다. '혜택을 줬다가 뺏었다'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강력한 것이라도 재탕을 하면 첫 번째와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임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2015년과 같은 정도의 논란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언제 마무리될지 아직 예측할 수 없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두 번째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때마다 지원대상을 선별하느라 사회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간명한 원칙을 가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편적으로 지원하고 세금으로 환수하자.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40614455062326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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