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아동학대로 별이 된 218명, 정부 보호망 허점

2019. 5. 22. 12:3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아동학대 대응 체계 혁신, 재원 출처부터 바꿔야 한다

 

 

최선숙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사무국장 

 

 

218명. 아동학대로 지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사망하여 별이 된 아이들이다. 물론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공식 통계로 발표된 수이다. 이미 은폐되거나 사고로 위장된 경우, 부모에 의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동반 자살로 사망한 아동들을 포함한다면 수는 더 많을 것이다. 

올해에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친모의 공범 아래 계부에 의해 살해된 13살 여중생, 게임에 방해된다며 친부에 의해 맞아 사망한 생후 2개월 아동의 사례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2015년 1만 9000건에서 2017년 3만 4000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동학대 발견율(아동 1000명당 학대 피해아동 수)은 2.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그만큼 여전히 아동학대가 은폐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연도별 아동학대 사망아동 수.(출처 :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문제는 발견 이후 대응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학대 발견 후 아동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지원체계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재학대 발생 건수는 2015년 1240건에서 2017년 2160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아동학대로 인해 긴급하게 학대 피해아동 쉼터나 일시 보호시설로 분리조치 되어도 경찰 조사결과 학대가 경미한 경우 아동은 가해자인 주 양육자와 다시 살게 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이 경우 사례관리를 하고 있으나 그 수가 2018년 10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62개소에 불과해 인력도 적고 이들의 처우도 처우가 낮다. 이러한 대응체계로는 사실상 재학대를 막을 수 없다. 학대 피해아동을 일시로 보호하는 학대 피해아동 쉼터의 경우도 2018년 10월 기준 63개소이며 올해 5개소를 추가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학대 피해아동 쉼터가 부족하니 긴급하게 학대현장에서 분리되어야 하는 아동들 중 일부는 아동그룹홈으로 보내지기도 한다. 2017년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실태조사 결과 아동그룹홈 입소하는 아동 중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들이 68%에 달했다. 2014년 36.8%에 비해 3년 사이 급증한 수치이다.  

아동학대신고가 되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출동하여 현장을 점검 한 후 긴급하게 아동이 분리 조치돼야한다고 판단되면, 학대 피해아동 쉼터나 일시 보호시설 등으로 긴급 입소시킨다. 그 후 학대 가해자에 대한 경찰조사와 법적 절차 등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경미한 경우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고, 학대 피해 정도가 심각하고 양육할 상황이나 의지가 없다면 이 아동들은 시·군·구청장의 승인 아래 가정위탁, 양육시설, 그룹홈으로 흩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동들을 돌보는 위 기관들 역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여기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도 무척 열악하다. 이들을 위한 재원은 놀랍게도 보건복지부 예산이 아니라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복권기금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의 경우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재원인데 종사자 1인당 평균 인건비 보조금이 연 2973만 원이다. 이는 사회복지사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88.6% 수준이다. 학대 피해아동 쉼터와 아동그룹홈의 사회복지사들 역시 종사자 1인당 연 2618만 원을 복권기금에서 지원받고 있으나 이마저도 기관부담 사회보험료와 퇴직금을 포함한 금액이라 실제 인건비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게다가 24시간 365일 교대로 근무해야 하기에 월 평균 231시간을 근무하는 이들에게 시간외근무수당은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대 피해아동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양육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돌보는 어른들의 전문성과 오랜 근무경력 등이 필요하지만 이곳에서는 직급도 근속연수도 보수에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직제개편을 통해 지난 1월 아동학대대응과를 신설했다. 지역사회 사례 관리를 통해 아동학대 예방부터 피해아동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자는 취지이다. 또한 올해 7월부터 아동보호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응하는 체계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재원 출처부터 바꾸어야 한다. 실제 아동학대사업을 수행하는 보건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이 아닌 보건복지부 일반 예산으로 재원이 전환돼야 한다. 이러면 아동학대와 아동그룹홈에 대한 사업 수행 주체와 자금의 관리 주체가 같아지므로 사업의 기획과 예산의 편성-사업의 수행-평가 및 사후관리가 일원화 될 수 있다. 그만큼 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대응도 개선될 것이다. 나아가 그래야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부모교육 및 이들에 대한 양육 모니터링, 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전문성 있는 서비스 지원, 아동학대 예방은 위한 인식 개선 활동 등도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 학대로 죽은 아동들의 기사로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다. 여기서만 머물지 말자. 아동학대에 대한 일시적 공분이나 공허한 대책에서 이제는 한 발 앞으로 가야 한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41886#09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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