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건물주가 '롤모델'이 돼버린 세상이 파괴하는 건?

2019. 4. 17. 19:31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부동산 부자에게 국토부 장관 맡기면 곤란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자로 정부의 주요 중심 정책인 집값 안정을 이끌 수 없다"는 비판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주택 투기와의 전쟁을 하고 있을 때 흑석동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상가·아파트 입주권을 매입해 "정부의 주택 정책과 반대되는 행보를 했다"는 비판에 사퇴했다.

 

이어 치루어진 경남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고전했다.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 파동이 선거 결과에 일정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이 부동산·주택 정책에 화가 난 이유   

 

국민은 현 정부 들어 두 번 불같이 화를 낸 바 있다. 작년에 수도권 특히 서울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할 때였다. 정부의 주택 정책이 지난 정부와 달리 집값 안정을 내세웠는데 반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에서 정부의 주택 정책을 믿고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면서 주택 구입을 뒤로 미루던 무주택자들은 분노하였다. 또한 집값 폭등으로 노력 없이 앉아서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버는 주택·부동산 소유자들을 보면서 허탈해 하였다. 특히 지방은 집값이 하락세였기에 서울 중심으로 수도권이 오르자, 지방 거주자들의 상실감은 대단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가격의 탈동조화는 지방의 자산 가치를 낮추기 때문에 지방 거주자들은 앉아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낙마한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정부는 일단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 강화, 양도 소득세 중과세 등을 통해 서울·수도권의 다주택자의 주택 수요를 차단하는 등 시세 차익 목적의 투기 수요를 막고, 3기 신도시로 30만 호 주택 공급을 밝혀 가까스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켰으나 한 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이 두 번째로 분노를 넘어 불신을 표한 것은 근래 장관 후보자 지명이었다. 7명 장관 후보자 상당수가 다주택자였고, 특히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정부가 고시한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역·조정 지역에 각각 주택을 가지고 있었던 다주택자였다. 후보 지명 전에 분당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최정호 전 장관 후보자의 주택 보유와 증여 과정은 우리 사회 상류층이 어떻게 부를 이루고 세습하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으로서 주택 가격 폭등으로 인한 자산 양극화를 맞이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또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주택 매입 과정도 역시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한국 사회의 심각한 자산 양극화 

  

한국 사회에서 자산으로 부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과정은 지대 추구이다. 주택을 필두로 한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오르는 곳은 개발 예정지나 교통, 공공기관, 생활편의시설 등이 잘 갖추어진 곳이다. 이런 곳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된 곳이기에 선점만 하면 이익은 자동으로 보장된다. 당연히 이런 곳을 매입하려면 여유 자금이나 기본적인 자산이 있어야 한다. 결국 '부가 부를 낳는다.' 

  

이런 곳에 투자하는 사람은 탈법을 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순 없다. 위치가 좋지만 주거 환경이 낡은 재개발지역의 조합입주권(소위, 딱지)를 구입한 뒤 초고층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은 확 트인 전망과 주택 가격 상승에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만족감은 그 지역에서 거주하다 비자발적으로 쫓겨난 영세 가옥주와 세입자들이 겪은 고통에 기초한다. 윤리적으로 정당화하지 못한 행위가 합법으로, 재테크 성공 사례로 입에 오르내릴 때, 그 사회의 공동성은 무너져 내린다. 

   

또한 자산 양극화는 근로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기업가 정신마저 좀 먹는다. 고용이 불안한 이 시대에 힘들게 직장생활을 해도 임금은 생활하기에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자산 지대추구로 1-2년에 몇 천, 몇 억을 버는 과정을 지켜보면 도덕 기준이 흔들리게 된다. 사무실이나 점포 토지를 임대해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나 회사에게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이 된다. 열심히 자기 사업에 몰두했던 이들도 결국 자산 가격 폭등으로 이익을 본 동료나 주변 회사를 보면서 '한 우물을 파고 연구하고 투자'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결국 부동산 임대사업 대열에 나서게 된다. 자산 가격 폭등은 건전한 사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을 갉아 먹는다. 이게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건물주가 롤 모델이 돼버린 한국 사회 

 

자산으로 부를 일군 자산가들은 자신들을 사회의 롤 모델로 만들려고 한다. 인기 연예인들이 건물을 매입하여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상업 방송을 통해 보면서, 청소년들은 미래의 꿈이 건물주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 = 건물주' 라는 등식이다. 많은 이들이 건물주를 선망하게 될수록 부동산·주택으로 돈을 버는 것이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자산으로 부를 이루는 길은 대체로 현재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부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작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폭등 때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인가? 지하철역 등 더 좋은 입지에, 대규모 새단지 아파트에, 강남지역 등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 순이었다. 철저하게 돈과 자산이 더 있는 사람 순으로, 돈을 벌고 자산을 축적했다. 

 

민주주의는 자기의 경제사회적 입장을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고 집단적으로 개선을 요구할 때 그 기반이 강화된다. 지금처럼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자신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을 고민하지 않고 자산가들의 롤 모델을 맹목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추구할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이런 자산 양극화 확대를 끄는 사회경제적 힘은 완강하다. 서울·수도권의 집값과 부동산 가격을 이끄는 핵심 요인인 '수도권 집중'은 강화되고 있다. 지방의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고 무너지면서, 지방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지방의 실업자가 어디로 가겠는가? 바로 수도권이다.  

 

최근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는 공장연구 부지를 용인시에 짓겠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전통적인 전자산업단지였던 구미시나, 천안시가 공장 유치를 희망했으나, SK하이닉스는 용인시로 결정했다. 박사급 연구원등의 인력을 확보하는데, 수도권인 용인시가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수도권으로 집중현상은 심화되고 이는 기득권층의 자산가격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를 시장에 방치할 때 자산양극화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 자산 양극화 완화에 주력하라

 

국민들은 자산 양극화된 현실을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상태이다. 정부는 민심의 분노가 향했던 작년의 서울·수도권의 집값 폭등과 인사 파동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방의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방 발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산 보유 및 수익에 대한 과세 형평성 확보, 누진적인 과세 확대, 부동산과 수익 중심의 개발에서 사람과 공동체 관점의 공영개발, 토지 활용도를 높이고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토지 공개념 도입 등도 요구된다. 이를 통해 주택 구매력이 없는 세입자·노년·청년층도 양질의 저렴한 주택에서 마음 편히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주택과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에게 주택 정책, 국토(공간) 정책을 맡기면 곤란하다. 나아가 주요 공직에서의 역할도 맡겨서는 안 된다. 주택·부동산으로 부를 일군 이들에게 자산 양극화 완화를 위해 일하라는 건, '자기를 부정하고 제 살을 도려내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앞으로 국민은 현 정부가 어떤 인사를 주요 공직에 등용하는지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이다. 또한 정부가 실질적인 자산 양극화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것이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36924#09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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