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29)‘극단적 선택’ 응급실행…퇴원 후 관리가 ‘생명’

2019. 3. 27. 14:58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김대희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자살시도 환자 사후관리
응급실 오는 자살시도자 연 4만명, 1년 내 재시도 16%…4년 후 23%
경험자 자살 위험, 일반인의 25배…전국 52곳, 사후관리 사업 진행 중


종합병원의 자살사고 사례관리자가 퇴원을 앞두고 있는 자살시도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제공

2017년 한 해 동안에만 1만2463명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같은 해 국내 총 사망자 수는 28만5534명이었고, 사망 원인 부동의 1위인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만8863명이었다. 1만2463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게다가 자살을 시도한 후 응급실에 실려오는 건수는 연간 약 4만건에 이른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보다도 더 많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29)‘극단적 선택’ 응급실행…퇴원 후 관리가 ‘생명’

다행히 국내 자살률은 2011년 인구 10만명당 31.7명을 정점으로 이후 조금씩 감소해 2017년에는 24.3명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임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두 배 이상 높다. 그 결과 응급실에는 자살시도 환자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실려온다.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 환자들은 대인관계, 말다툼, 경제적 문제, 신체적 질환, 만성 통증,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죽고 싶어하는 경우는 드물다. 술이나 약물에 취해 냉정을 잃거나 정신적 고통 속에서 충동적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죽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을 멈추는 수단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다수 자살시도 환자들은 술이나 약물에서 깨어나거나 감정이 다소 진정되면, 자살시도를 후회한다. 보호자들에게는 걱정시켜서 미안하다고 표현한다. 응급실 의료진에게 다시 살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회복된 후 퇴원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상당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자살을 시도하고 응급실로 실려온다. 퇴원 후에는 상담이나 치료 등 적절한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중에서 다시 한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율은 1년 이내에는 16%, 2~4년 사이에는 21%, 4년 이상에서는 23%에 이른다. 자살시도 경험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보다 25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전국 52개 응급실에서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진행 중이다.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방문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정신과 치료를 유지시키면서 지역사회의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사업이다. 


수년 동안의 사업 결과, 사후관리를 받은 자살시도 환자는 사후관리를 받지 않은 자살시도 환자에 비해서 사망률이 절반 가까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내 응급실이 총 532개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어젯밤에도 자살시도를 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채 119구급대의 들것에 실려왔다. 가족 구성원들과 언쟁한 후 평소 먹던 고혈압 약과 수면제 수십 봉지를 한번에 먹었다고 한다. 의식불명 상태로 현재 해독제를 포함한 각종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노력이 헛되지 않는다면, 내일 즈음에는 의식을 회복할 것이다. 정신과 의료진이 상담과 치료를 시작할 것이고, 며칠 뒤에는 퇴원을 할 것이다. 


그 후는 사례관리자들의 몫이다. 사후관리 프로그램에 등록시키고, 환자에게 필요한 각종 복지 서비스를 신청해 줄 것이다. 그리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의 협력을 통해서 무사히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응급 환자는 질병이 위중하거나 심하게 다친 사람만이 아니다. 스스로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마음이 아픈 사람도 응급 환자다. 응급실을 무대로 살아가는 여러 구성원들의 노력이, 마음이 아픈 환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조금의 보탬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262043015&code=900303#csidxb0899c4eb460c66af3ae55db1f21c62